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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오늘은 저희집 두 아이가 신종플루에 걸려 자가격리 치료를 받는 동안 경험한 보건소에서의 신종플루 무료 검사와 치료에 관하여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지난주 월요일과 화요일에 아들 둘이 연달아 신종플루 확진판정을 받고 보건소와 약국에서 타미플루 처방 받아 각각 1주일간 자가격리 치료를 하였습니다.

 

관련기사 : 아들 둘이 모두 신종플루에 걸렸습니다.

 

 

작은 아이가 먼저 신종플루 증상이 나타났는데, 확진 판정 3일 전인 앞주 금요일부터 감기증세가 있어 토요일 보건소에서 신종플루 검사를 받았더니 월요일에 최종 확진 판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이어서 주말을 집에서 보낸 큰아이도 월요일부터 감기증상이 나타났고, 화요일에는 38.5도까지 열이 올라가서 보건소에 갔더니 확진 후에 자가격리 치료 판정을 받았습니다.

 

두 아이가 신종플루 확진판정을 받는 사흘 동안 매일 보건소를 방문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장점은 검사와 치료를 모두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저희집은 두 아이가 신종플루로 치료 받는 동안 2500원의 감기약 의료보험 부담금 밖에는 들지 않았습니다.

 

보건소에서는 검사와 치료가 모두 공짜

 

그런데, 문제는 모든 국민이 보건소에서 무료 진료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 입니다. 일반 환자의 검사와 치료는 보건소에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오랜 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거점병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를 실제로 목격하였습니다.

 

보건소에서는 학교, 군대, 복지시설 등 집단 환자에 대한 검사와 치료만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따라서, 학교에 다니지 않는 미취학 아동이거거나 일반 성인의 경우에는 일반병원에서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 입니다.

 

어떤 근거로 이런 기준이 만들어졌는지 참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학생이나 군인, 복지시설 등 집단시설에 속해 있지 않은 국민들은 국가가 제공하는 공적 의료서비스에서 제외되어야 하는 기준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무료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보건소에 신종플루 환자가 몰리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아주 편리한(?) 방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일반병원에서 신종플루 검사를 받으려면 대략 13 ~ 20만원에 이르는 적지 않는 비용을 환자가 부담해야 합니다. 검사결과 신종플루 확진 판정 여부와 상관없이 서민들에게는 검사비용 자체가 적지 않은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따라서, 적어도 일반 병원 대신 보건소에서 신종플루 검사와 치료를 받겠다고 희망하는 서민들에게는 학교, 군대, 복지시설 등 집단환자와 같이 보건소를 통해 무료로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책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건소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어려움이 있겠지만, 제가 며칠동안 계속해서 보건소를 가보았더니, 오전에 학교에 등교하여 신종플루 의심환자로 분류된 학생들이 검사와 치료를 받고나면 오후에는 환자가 몰려들지 않았습니다. 오후 시간이 비교적 한산한 것은 일반 환자를 받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70% 이상의 국민들이 신종플루 검사비용은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고 응답하였습니다. 그러나, 모든 검사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경우 단순 감기환자에 대한 불필요한 검사가 남발될 부작용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학생 아니어도 원하는 시민은 보건소에서 검사, 치료 받을 수 있도록 해야...

 

따라서, 일반 환자들도 본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병원 검사와  치료 그리고 국가가 비용을 부담해주는 보건소 검사와 치료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건전문가들은 신종플루 환자는 48시간 이내에 타미플루를 복용해야 효과가 높다고 합니다. 학교, 군대, 복지시설 등 집단 시설에 속하지 않아도 원하는 국민들은 누구나 보건소를 통해서 신종플루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신속한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신종플루 환자가 계속해서 증가하자 정부에서는 국가전염병 위기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조정하였다고 합니다. 심각 단계로 바꾸면서 정부가 발표한 국민행동수칙을 보면 경계 단계에 비하여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이 별로 없습니다.

 

"동네의료기관에서도 신종플루가 의심되면 무조건 타미플루를 처방하라"는 것 정도가 달라진 것 같습니다. 국가전염병 위기 단계를 '심각' 단계로 상향조정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실효성 있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심각' 단계에 이른 국가전염병 위기를 해결하는데, 학생과 군인이 아닌 국민들은 모두 자비로 검사와 치료를 받으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우선 학생이나 군인이 아닌 일반 국민들도 본인이 원하는 경우 보건소에서 신종플루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싼 검사 비용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서민에게는 위기 단계를 조정하는 것 보다 실질적인 검사와 치료 혜택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신종플루, #보건소, #타미플루, #검사, #전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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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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