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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 지음. 푸른숲
▲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푸른숲
ⓒ 윤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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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 신드롬이 일고 있다. 신경숙의 '엄마 신드롬'과 공지영의 '도가니 신드롬'은 독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해서 그들의 눈물을 하나도 남김없이 쏙 빼놓았다.

그리고 그 이후 한비야의 '사랑 신드롬'이라고 부르면 될까? 이 한비야표 희망과 사랑신드롬은 우리에게 비워진 눈물샘에 다시금 맑고 강한 영혼이 가득 차기를 원하고 있었다.

한비야? 사실 내가 '무릎팍 도사'에 나온 그녀의 모습을 잠시나마 보지 못했다면. 그리고 서점가와 활동하는 카페에 들락날락 하면서 그 유명세를 체험해보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까지도 한비야라는 사람이 대체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시간을 몰입하지 않더라도 화면 저 너머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자신감에 가득차있는 모습은 나에게 막연한 궁금증을 유발해놓고야 말았다. '어떻게 방송인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자연스러운 모습이 가능할까? 그녀를 우뚝 세우고 있는 저 자신감의 근원은 과연 무엇일까?'

그녀의 이력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국제 홍보학 석사' 학위는 그녀가 가진 매력도 매력이거니와 그런 매력적인 요소들을 어떤 방식(미디어)으로 효율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듯하다.

한비야 그녀와 비슷하게 미디어를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시는 분으로는 이외수님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이외수님이 젊은이들의 단어를 양껏 사용하면서 같은 눈높이에서 소통을 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데 반해서, 한비야님은 미디어를 통해서 자신을 알림으로서 소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약간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자유로운 영혼 그리고 바람의 딸

건도가 말한다. "그녀의 나이 52세!!" 그렇다 그녀의 나이는 한국 나이로 50살을 훌쩍 넘어버렸다. 대략 계산 해봐도 우리 어머니나 이모뻘 나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젊은 생각이 중요하다손 치더라도 주위에서 퍼부어대는 생체학적 나이 역시 무시하지 못할진대…….

여기서 나는 잠시 생각해보았다. '당시 사회의 분위기상 결혼에 대한 요구치가 얼마나 강했을까?, 결혼 평균연령이 서른을 훌쩍 넘긴 지금도 30살에만 들어서게 되면 추석이나 설에 언제 결혼 하냐며 성화인데 그녀는 어떻게 버텼을까?'

자유로운 그녀가 결혼 보다는 꿈이 먼저라며 훌쩍 세계여행을 떠나버렸고 그 시기가 무려 7년간이나 이어졌을 때, 아마도 그녀의 가족들은 그녀의 꿈에 응원을 보냈을까? 아니면 더 이상 네 마음대로 할 거면 차라리 나가서 살아라고 했을까? 솔직히 우리 가족 기준에서 본다면 후자가 될 듯싶은데, 그녀의 가족은 진심으로 응원해 줬을지 어땠을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스스로 새장이라고 표현하는 좁은 공간을 벗어나, 새장 밖의 더 넓은 세계로 그녀의 발자국을 하나하나 찍어가며 경험하게 되는 것들 덕분에 조금씩 뛰어오르는 가슴을 부여잡으면서, 마침내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긴급구호)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그 일을 하면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의 책을 보고 있으면, 그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단순히 그녀가 했던 5년간의 구호활동의 보고서나 홍보물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꿈과 그 꿈을 가로막고 있는 저마다의 새장을 벗어나기를 응원하는 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가슴 뛰는 삶을 위해

처음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책의 제목을 접하면서 나는 '문화 사대주의에 빠져서 맹목적으로 미국의 그리고 영어의 세계화를 외치는 그런류의 책이겠거니' 라고 지레짐작으로 폄하해버렸다. 책을 읽지도 않고 말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에서야 나는 예전에 그런 잘못된 생각으로 이 책을 가까이 두지 못했던 것을 상당히 후회한다.

책 속에서 아프리카 대륙과 아시아지역에서 긴급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그녀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힘쓰고 있었고, 특히 중동의 이스라엘을 격하게 비난하는 그녀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아! 이분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에 사로잡힌 분이 아니라 지구촌의 모든 이들이 잘 살기를 바라는 세계화를 추구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단순히 우월감을 뽐내고 싶어 구호활동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어려워하고 있는 그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 구호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즉, 마음에서 우러나고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 그런 소명감을 받들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 사회의 부속품으로 살아가기에 급급한 바쁜 현대인들은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자신이 살아내지 못한 하나의 로망을 바라보듯이 대리만족 쯤에 그치면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가 궁금하다.

아마 그녀가 바라는 것은 단순히 그녀의 경험치를 전달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녀는 우리들이 가진 잠재력을 좀 더 큰 틀에서 펼쳐놓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라는 제목이 단순히 한국을 뛰어넘으라는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영어공부를 하라고 부추기는 책도 아닐 것이다. 그녀가 이야기하는 지도란? 지금껏 자신을 붙잡고 있던 회사나 학교와 같은 공간에서 날개를 펼치지 못하고 있는 가능성의 일부분일 것이다.  

아무나 섣불리 흉내 낼 수 없는 진정으로 새장을 벗어나서 훨훨 날고 있는 자만이 전달할 수 있는 지도 밖(펼친 가능성)에서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노라면 우리도 지금 당장 우리가 원하는 것을 위해 '난 준비가 부족해. 조금 더 갈고 닦아야 나갈 수 있을 거야' 라고 생각하는 것 대신에 '부족하더라도 한 번에 뛰어넘으려 하지 말고, 조금 더 넓게 참여하고, 더 많은 시도를 하게 될 것'임을 의심하지 않게 될 듯하다.

덧붙여 기아와 질병에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에게 희망의 싹을 틔워줄 수 있도록. 그녀가 누구는 살려야 하고 누구는 살리지 못해야 하는 슬픔을 더 이상 가지지 않도록. 나눔의 손길을 내밀어보는 것은 어떨까? 얼핏 작은 돈으로 그들을 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직접 체험하는 것과 같은 생사의 갈림길을 접해보니, 더 이상 좌시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푸른숲(2005)


태그:#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푸른숲, #단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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