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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목화밭. 전남 곡성에 있다.
 추억의 목화밭. 전남 곡성에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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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가을이다. 이른바 '독서의 계절'이다. 하지만 독서량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만 같다. 가을은 '여행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날씨도 여행하기 가장 좋을 때다. 가을하면 생각나는 게 뭐가 있을까? 단풍, 갈대, 억새…. 그러나 이는 가을의 한 가운데서 만날 수 있는 것들이다.

남도의 가을을 여는 건 따로 있다. 초가을에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추억까지 어려 있다. 바로 목화다. 목화가 활짝 피어있는 곡성 겸면으로 가본다. 목화는 추억 속의 꽃이다. 목화밭 목화밭… 하는 노래도 있었다.

목화가 많이 피었다. 다래도 많이 열렸다. 목화 꽃솜도 하나씩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남도의 초가을 분위기, 목화밭에서 진하게 느껴볼 수 있다.

목화 꽃과 다래, 솜꽃은 요즘 세상에 흔치 않는 풍경이다. 옛날엔 목화가 정말 흔했는데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느낌도 색다르다. 목화는 고려시대 원나라에 갔던 문익점이 붓대롱 속에 씨를 숨겨가지고 들여와서 심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렇게 들여와서 재배에 성공해 온 나라에 퍼뜨린 것도 그의 공력이다. 솜이나 털을 자아서 실을 만드는 기구를 물레라 한다. 이 물레도 '문(文)익점이 목화를 전래(來)했다'는 뜻에서 '문'과 '래'를 따서 '물레'라 했다는 설도 있다.

목화 다래와 솜꽃.
 목화 다래와 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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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만 봤던 목화밭. 슬비와 예슬이가 목화밭에 서서 목화꽃과 다래를 신기한 듯이 쳐다보고 있다.
 책에서만 봤던 목화밭. 슬비와 예슬이가 목화밭에 서서 목화꽃과 다래를 신기한 듯이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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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목화는 정말 귀한 대접을 받았었다. 옷감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또 시골집 정원수 역할을 하기도 하고…. 목화 꽃이 진 다음 열리는 열매를 '다래'라 한다. 이것은 옛날 어린이들의 빼놓을 수 없는 군것질거리였다. 학교 다녀오는 길에 친구들이랑 경쟁하듯이 따먹었었다. 그 떨떠름하면서도 달큼한 맛이 지금까지도 입안에 맴도는 것 같다.

다래가 터지면 또 하얀 솜꽃이 부풀어 올라온다. 따사로운 햇살에 쩍 벌어진 하얀 솜꽃은 갈대나 단풍에 버금가는 가을의 서정을 담아냈다. 지금 솜꽃도 많이 피었다. 솜꽃은 9월 중순부터 10월 초순 사이에 절정을 이룬다. 그때가 되면 목화 꽃은 거의 볼 수 없다. 다래도 서서히 말라 생기를 잃어갈 것이다. 하여 목화 꽃과 다래를 보려면 지금이 적기다. 솜꽃이 방글방글 핀 모습을 보고 싶다면 이달 하순쯤이 좋다.

목화 다래(위)와 솜꽃(아래).
 목화 다래(위)와 솜꽃(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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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목화공원에 있는 조롱박터널.
 곡성 목화공원에 있는 조롱박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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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목화는 1970년대 수입 원면과 화학섬유가 보급되면서 재배면적이 줄기 시작했다. 80년대 이후엔 목화밭을 구경조차 하기 어려웠던 이유다. 이 목화를 남도땅 곡성 겸면에 가면 흐드러지게 핀 꽃과 다래를 볼 수 있다. 겸면천 둔치에 목화밭이 대규모로 펼쳐져 있다.

목화공원도 있다. 공원 면적이 자그마치 2만㎡(6000여 평)나 된다. 7∼8년 전부터 면사무소 직원과 주민들이 부러 조성한 것이다. 군데군데 원두막도 설치돼 있어 강바람을 맞으며 목화를 감상하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목화밭은 둔치 옆 논에도 대규모로 조성돼 있다. 여기서 추억의 목화와 다래, 솜꽃을 만나볼 수 있다.

목화밭에 서는 것만으로도 어릴 적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여기에 목화만 많은 게 아니다. 기장, 수수 같은 토속 농작물과 코스모스, 부용화 같은 야생화도 많이 피었다. 연꽃도 많이 피었다. 조롱박과 수세미, 작두콩, 여러 가지 모양과 색깔의 호박이 주렁주렁 매달린 조롱박터널도 볼거리다. 천변을 가로질러 놓인 징검다리도 정겹다. 초가을의 호젓함을 느껴보기에 더없이 좋다.

여기서는 당초 12·13일 이틀 동안 목화축제가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확산되는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축제를 취소했다. 하여 목화밭은 번잡스럽지 않게 됐다. 목화나 다래, 목화솜꽃도 금방 지는 게 아니기에 차분히 들러 봐도 좋겠다.

증기기관열차. 섬진강기차마을에서 탈 수 있다.
 증기기관열차. 섬진강기차마을에서 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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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밭에서 가까운 곳엔 섬진강기차마을도 있다. 기차마을은 폐선이 된 전라선 철도와 역사를 이용해 만든 곳으로, 섬진강변을 따라 운행하는 증기기관열차와 철로자전거를 타볼 수 있는 곳이다. 다소 촌스러운 느낌을 주지만 옛 모습 그대로여서 더 정겨운 공간이다. 옛날 영화세트장이 따로 없다. 실제 '태극기 휘날리며', '야인시대' 같은 영화와 드라마를 이곳에서 찍기도 했다.

증기기관열차와 철로자전거는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 아마도 아무 데서나 쉽게 타볼 수 있는 게 아니기에 더 좋아한다. 강변에서 자전거를 타볼 수 있는 곳도 있다. 증기기관열차가 멈추고, 철로자전거의 종착지이기도 한 가정리에 가면 섬진강변을 따라 도는 자전거전용도로가 놓여 있다. 이 도로를 따라 강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타는 것도 멋스럽다. 강바람까지도 달콤하게 느껴진다. 자전거는 1인용은 물론 2인용, 4인용까지 다 갖춰놓고 있어 빌려 탈 수 있다.

이곳 가정리와 기차마을 중간쯤에 호곡마을이라고 있다. 여기선 옛날 강변마을 주민들의 교통수단이었던 줄배를 타볼 수 있다. 사공이 없어도 혼자 배를 타고 오갈 수 있는 줄배는 여행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아이들과 함께 줄배를 타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울창한 숲속 길을 자랑하는 동리산 태안사도 빼놓을 수 없다. 태안사는 곡성군 죽곡면에 속한다. 태안사 앞 계곡에 걸쳐있는 정자인 능파각도 멋스럽다. 태안사 들어가는 길에 조태일 시문학기념관도 자리하고 있다. 계곡을 따라 들어가는 숲길이 아름다운 동악산 도림사도 산책코스로 좋다. 도림사는 곡성읍에 있다. 곡성은 정말이지 알찬 여행지다.

숲길이 아름다운 곡성 태안사. 능파각 밑으로 계곡물이 흐르고 있다.
 숲길이 아름다운 곡성 태안사. 능파각 밑으로 계곡물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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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밭은 호남고속국도 옥과나들목에서 가깝다. 여기서 곡성읍 방면으로 3㎞정도 가면 순창과 곡성으로 갈라지는 평장 삼거리가 나온다. 이 삼거리에서 곡성읍 방면으로 방향을 잡고 오른쪽으로 보면 겸면천이 보인다. 목화공원은 이 천변 둔치에 있다. 섬진강기차마을은 여기서 자동차로 10∼20분 거리에 있다.

좋은 여행지는 먹을거리도 실속 있다. 무엇보다 섬진강에서 잡은 참게로 끓인 참게매운탕을 꼽을 수 있다. 갖은 양념에다 들깨를 갈아 만든 국물에 시래기와 민물참게를 넣고 푹 끓이는데, 얼큰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은어회, 볼테기찜, 흑돼지불고기를 맛있게 하는 집도 여러 군데 있다.

어른들에겐 어릴 적 추억의 공간이 되고, 아이들에겐 책에서만 봤던 목화를 직접 보면서 자연체험학습도 할 수 있는 목화밭. 그리고 증기기관열차와 철로자전거, 줄배 등 독특한 것들을 타볼 수 있는 곡성은 가족과 함께 하는 가을여행지로 으뜸이다.

섬진강변엔 요즘 코스모스가 활짝 피었다.
 섬진강변엔 요즘 코스모스가 활짝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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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목화, #다래, #솜꽃, #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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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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