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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갯골. 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선. 갯벌 위로 칠면초가 붉어간다.
 순천만 갯골. 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선. 갯벌 위로 칠면초가 붉어간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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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을 따라 걷는다

해안을 따라 걷는 농로길. 한쪽은 한없이 푸르러지고, 한쪽은 점점 붉어진다. 농게가 구멍 하나씩을 차지하고서 열심히 먹이활동을 한다. 갯골에 고인 물이 마치 거울 같다. 흐름이 없이 멈춰선 물은 허공을 담았다.

솔섬이 점점 가까워진다. 갯벌 위로 지붕을 얻은 작업장이 있다. 사람은 없다. 아직 갯벌로 들어갈 시간이 아닌가 보다. 한없이 넓은 갯벌도 휑하다. 펄 위로 백로들이 가끔 무료한 날개짓을 하고 있다.

갯벌위 작업장
 갯벌위 작업장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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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배는 대기 중
 뻘배는 대기 중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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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조제를 따라 걷는다. 짧다. 길이 끊겼다. 바닷가를 걸어서 지나갈 수 있을 것 같다. 해안가 바다로 나가는 길에는 뻘배가 대기 중이다. 마치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다. 뻘배를 무거운 돌로 눌러 놓았다. 마음이 무겁다.

해안가 바위에 패랭이가 반겨준다. 꽃이 귀한 철에 반갑다.  일찍 나왔는지 밀짚모자를 쓴 아저씨는 방조제에 앉아서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흉물처럼 방치된 해수탕 건물은 리모델링 중

해안 모퉁이를 돌아서니 해수탕이다. 몇 년 전에 해넘이가 아름다운 곳에 해수탕을 만들었다. 해수탕이 아토피에 좋다고 해서 애들 데리고 몇 번 온 적이 있었다. 하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해수탕 옆 카페에서 칼국수도 먹고 했는데….

길이 막힌 곳은 물이 빠진 해안길로 돌아간다.
 길이 막힌 곳은 물이 빠진 해안길로 돌아간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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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방치된 채로 있더니만 최근에 주인을 만나 리모델링 중이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순천만을 찾는 사람들이 쉬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웃음소리는 바다도 즐겁게 한다

해수탕 앞 방조제를 따라간다. 방조제가 끝나는 곳에는 길은 막혔다. 물 빠진 해안으로 돌아간다. 갯벌 위로 배가 배를 드러낸 채 비스듬히 섰다. 배가 바닥을 드러낸다는 것은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 보여주지 않아야 할 것까지 보여줘서 더 이상 매력이 없어져 버렸다.

배를 드러낸 배. 배는 물이 들어오기를 기다린다. 뒤로 보이는 섬이 솔섬
 배를 드러낸 배. 배는 물이 들어오기를 기다린다. 뒤로 보이는 섬이 솔섬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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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로 나들이 나온 가족. 웃음소리가 갯벌을 맴돈다.
 갯벌로 나들이 나온 가족. 웃음소리가 갯벌을 맴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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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에는 일몰 명소가 있다. 특히 용산전망대에서 S자 물길 따라 떨어지는 해넘이와 와온 마을 솔섬 너머로 지는 일몰이 유명하다. 그래서 솔섬과 마주보는 곳에 해변 공원을 만들어 놓았다.

바다를 내려다보이는 곳에 조각 작품들을 세웠다. 건강한 전신상, 철사로 엮은 자전거, 하반신만 달랑 있는 조각품 등등. 조각 작품은 바다를 더욱 아름답게 볼 수 있게 한다. 꼬마들과 함께 나들이 나온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바다를 들뜨게 한다.

순천만의 또 다른 끝자락 와온 마을

드디어 와온 마을이다. 순천만의 서쪽 끝 거차 마을에서 동쪽 끝으로 걸어온 마지막 종착지. 마을 앞으로 지나치는 도로가 S자로 생동감 있게 꿈틀거리고 있다. 길 위로 현수막이 걸려있다. '저희 마을은 행복마을을 희망 합니다.'

와온마을
 와온마을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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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온 마을이라는 이름은 입에 익숙하지 않다. 아온이나 와은으로 부르는 게 쉬웠을 텐데. 마을의 유래를 알려주는 표지석에는 뒷산에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 하여 누울 와(臥) 따뜻할 온(溫)자로 와온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지는 해를 바라볼 수 있는 마을. 마을의 유래가 어찌하든 와온(臥溫) 마을에서는 따스함이 배어나온다. 온기가 흐르고 쉬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마을. 말 그대로 따뜻하게 누울 수 있는 곳이다. 해안에는 어구들이 가득 쌓여있다. 길 가 담장위로 포도가 여물어 가고 있다.

해가 떨어지지 않아도 좋다

하늘은 잔뜩 흐리다. 해가 있었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와온 마을 앞으로는 바다를 향해 방파제가 이어진다. 걸어 들어간다. 마치 바다로 나아가는 기분이다. 바다 건너편으로는 우리가 걸어왔던 화포 마을이 보이고 거차 마을 뒷산인 천마산이 뾰족하게 솟았다. 방파제는 마치 '干'자처럼 만들어 놓았다. 마을이 방패를 잡고 있으니 편안하겠다.

방파제가 무척 길다. 길이가 500m나 된다. 바다에 설치된 어망위에 백로가 자리를 잡고서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바닥을 드러낸 펄 위로는 게들이 바쁘다. 물이 들어오기 전에 먹이 활동을 끝내야 하는가 보다.

와온마을 방파제. 방패 '干'자 처럼 만들어졌다. 방파제에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다.
 와온마을 방파제. 방패 '干'자 처럼 만들어졌다. 방파제에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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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 위로 연인이 무릎을 베고 누웠다. 따뜻할까? 넓은 바다를 보면서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
 방파제 위로 연인이 무릎을 베고 누웠다. 따뜻할까? 넓은 바다를 보면서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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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위 빈 배들도 소박한 꿈을 꾸고 있다. 매일 바다로 나갈 수 있기를…
 갯벌 위 빈 배들도 소박한 꿈을 꾸고 있다. 매일 바다로 나갈 수 있기를…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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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걸어갈 수 없는 방파제 끝에 섰다. 여기까지 걸어 올 때는 막연한 설렘이 있었는데 다 왔다고 생각하니 더 이상 갈 수 없다는 허전함이 밀려온다. 돌아서기가 아쉽다. 자리를 잡고 앉아 한참 동안 바다를 바라본다.

순천만 걸어가기


순천만 서쪽 끝인 거차 마을에서 동쪽 끝인 와온 마을까지 걸었다. 방조제와 해안길. 가끔가다 포장도로를 걷기도 하지만 차량이 거의 없다. 지도상 거리는 방파제 포함해서 20㎞ 정도. 이것저것 둘러보면서 서서히 걷다보면 힘들지가 않다.

순천만 도보길
 순천만 도보길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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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정보
- 거차마을 가는 85번 시내버스 시간표(기점 출발기준) : 07:00, 09:40, 12:10, 14:30, 17:20, 19:25, 21:25(순천역이나 터미널을 지나가는 시간은 출발시간 10분 후)
- 대대포구 가는 67번 시내버스는 30분간격으로 수시 운항
- 와온마을 가는 97번, 98번 시내버스 시간표(기점 출발기준) : 05:50, 06:30, 07:20, 08:00, 08:50, 09:40, 10:30, 11:20, 12:10, 13:00, 13:50, 14:40, 15:30, 16:20, 17:10, 18:00, 18:50, 19:40, 20:30, 21:20 (5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와온마을 지나가는 시간은 출발시간 40분 후)


태그:#순천만, #와온마을, #솔섬, #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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