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불량식품 공화국의 멍에를 벗어라.'

 

중국이 문제가 있는 식품을 생산 및 판매한 업체에 피해 규모의 10배까지 배상토록 하는 것은 물론, 제품을 광고한 연예인 등도 연대책임을 지게 하는 등 소비자보호 정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류 스타의 경우 중국 식품 광고 출연시 제품의 품질 등을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으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이달부터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식품안전법' 시행에 들어갔다. 공정거래위원회 주최로 정부 서초청사에서 열린 '아시아 소비자정책 포럼'에 참석한 씨에린(XIELIN) 중국 소비자보호국 부국장은 25일 "소비자안전 확보를 위해 이달 들어 식품안전법을 도입해 식품안전사고에 대한 대처수단과 손해배상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씨에린 부국장은 행사 직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식품 관련 광고가 과장된 것이 많고, 이로 인해 소비자가 오해하거나 잘못된 제품을 사는 경우가 많다"며 "그에 따른 민원이 증가하고 있어서 연예인 등 광고출연자에 대한 연대배상 책임 조항을 추가로 넣었다"고 밝혔다.

 

특히 씨에린 부국장은 "중국 연예인뿐 아니라 한국 연예인도 똑같이 법에 적용을 받는다"면서 "그러나 아직 한국 연예인이 법 적용을 받은 적은 없다. 한류 스타들에게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씨에린 부국장에 따르면, 이미 중국 유명 연예인 중에서 자신이 광고한 제품에 문제가 발생해 벌금을 내고, 그 광고로 벌어들인 수익을 전부 환수조치 당한 사례가 있다.

 

그는 "소비자들이 제품에 문제가 있다면서 광고에 출연한 연예인을 고소했다"며 "그 연예인이 광고한 제품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인식이 향상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10배 배상제 등 초강력 식품 안전 정책 추진

 

중국 측이 이번 '아시아 소비자정책 포럼'에서 소개한 '식품안전법'은 식품안전사고 10배 배상제도, 식품생산 및 경영허가제도 도입, 연예인 등 광고출연자에 대한 연대배상 책임, 식품리콜제도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실제 손해 입은 금액만 청구할 수 있고, 미국은 제품값의 3배까지만 청구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중국의 '10배 배상제'는 기업에게 엄청난 부담인 셈이다. 특히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식품안전사고를 일으켜도 피해액의 10배를 배상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국내 기업들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중국은 또 식품생산과정에 대한 추적이 가능하도록 식품 및 원료에 대한 기록(구입일, 제조기간, 명세서, 거래사업자 관련 기록, 제품번호 등)을 보유하도록 했다. 식품생산자와 판매자는 각각 원료공급자와 식품공급자에 대한 허가 여부 및 상품 품질보증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연예인들을 비롯해 유명인사들이 선전한 식품들이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입증되면 이들도 함께 처벌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연예인 등 유명인이나 단체가 허위·과장 광고로 소비자들에게 피해 식품을 권유했을 경우 식품 생산·유통 업체와 금전적으로 공동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성구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국장은 "연예인들이 유명세를 이용해 불량 식품 광고에 무분별하게 출연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장나라 등 한류 스타들이 앞으로 중국에서 광고를 선택할 때 신중하게 하지 않으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중국에서 식음료 광고에 출연하고 있는 한류 스타는 장나라·비·슈퍼주니어 등이며, 송혜교·김희선·전지현·이정현씨 등은 화장품·샴푸 등에 출연하거나 출연 제의를 받고 있다. 

 

광고 출연자에게 제품에 대한 공동 책임을 지우게 하는 법률은 중국 이외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이성구 국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에는 민사법에서 전문가들의 광고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타이거 우즈가 골프채를 광고하면서 "공을 더 멀리 쳐 보낼 수 있다"는 식으로 과장 광고를 할 경우, 골프채를 산 소비자로부터 민사사송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에는 상조업체나 보험업체 광고 등에 출연한 연예인들이 이와 유사한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중국 시민 "연예인이 소비자 현혹", 위자료 등 요구

 

중국 정부가 이처럼 강력한 법률 제정에 나선 것은 지난해 9월 아기 6명이 사망하고 30만 명이 병에 걸렸던 멜라민 파동이 계기가 됐다.

 

특히 당시 중국에 큰 충격을 던져준 '멜라민 분유' 사태는 방송·연예계로까지 불똥이 번졌다. 중국 누리꾼들이 문제가 된 싼루(三鹿) 분유 광고에 출연했던 방송·연예인들을 향해 "피해 어린이들의 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며 강력히 비난하고 나선 것.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방송·연예인의 광고 출연과 책임 문제가 새삼 조명을 받았다.

 

특히 싼루 제품으로 피해를 입은 중국 충칭(重慶)시 주민 황정위(黃正玉·75)씨가 충칭시 위중구 인민법원에 싼루그룹과 싼루사 제품을 광고한 중앙방송국 아나운서 니핑과 탤런트 덩제를 고소하면서 파문은 더욱 확산됐다.

 

황씨는 싼루 제품인 중노년 분유와 노인용 고칼슘 분유를 구입, 섭취한 뒤 설사 등 부작용으로 두 곳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황씨는 이를 광고한 덩제와 니핑이 소비자를 현혹했다며 회사와 이들 유명연예인들에게 의료비 131위안, 정신적 손실 위자료 1만196위안(약 200만 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이들 연예인들은 싼루제품 광고 당시 "전문 생산, 품질 보증, 유명 상표 싼루제품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어 나는 신뢰한다"는 내용으로 제품을 선전했다.

 

이미 중국은 가짜 술과 식품, 약물 등 몸에 해로운 불량 제품이 범람해 '불량식품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강력한 법률을 제정했다고 해서 곧바로 불량식품 근절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 중국인은 그리 많지 않다. 식품위생 관리 기반 수준이 터무니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류 스타들이 한순간의 방심으로 수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태그:#불량식품 공화국, #중국 소비자 정책, #멜라민 분유, #한류스타 장나라, #한류스타 중국 광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