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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blog 1호 표지 그림
▲ gblog 정면 표지 gblog 1호 표지 그림
ⓒ 그린비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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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gblog'라는 인문학 잡지를 알게 되었다. 평소에 인문학에 대해서 관심은 많이 가지고 있었지만 인문학 잡지가 나온다는 사실은 그 때 처음 알았다. 주저하지 않고 정기 구독을 하기 위해서 글을 유심히 읽어 봤는데 무료로 구독이 가능한 잡지였다.

두둥. 인문학 잡지가 자취방에 도착하다

잡지를 신청한 지 1주일 만에 자취방에 도착하였다. 인문학 연구모임 '수유너머 공간'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고병권씨의 글부터 시작해서, 내가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주제와 책에 대한 서평에 대한 글이 많이 있었다.

그리고 책자 마지막 표지에 인문학을 공부하는 세미나팀을 자랑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연락을 달라는 광고가 있었다. 이 광고를 보고 생각난 것은 내가 4년 동안 활동했던 동아대 인문학회 '카르마'였다. 4년 동안 대학 친구들과 함께 인문학 책을 보며 토론도 하고,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했던 것을 너무나 자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왼쪽 '이 사람을 찾습니다.' 세미나팀을 취재하기 위해서 낸 지블로그 인문학 잡지 제일 뒷면 표지이다.
▲ gblog 왼쪽 '이 사람을 찾습니다.' 세미나팀을 취재하기 위해서 낸 지블로그 인문학 잡지 제일 뒷면 표지이다.
ⓒ 그린비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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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마음에 인문학회 '카르마'에서 대표를 맡고 있는 친구와 회원들에게 동의 없이 바로 신청해버렸다. 왜냐하면 이렇게 좋은 기회를 전국에 있는 다른 인문학 동아리에게 빼앗길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에 인문학 잡지에 우리 학회에 대해 대문짝 하게 나오면 어떨 것 같노?"
"좋죠. 인문학 잡지라면 전국 사람이 보는 거 아니에요? 이야 우리 이제 전국구야?"
"맞제? 그래서 그린비 출판사에서 인문학 세미나팀 인터뷰 한다는 것에 벌써 신청했다. 괜찮지?
"정말요? 우리 이제 유명해지겠는 걸요?"

"근데 부산까지 오겠나?"

gblog 인문학 잡지를 발간하고 있는 그린비출판사 사이트 자유게시판에 들어가서 세미나팀 신청을 잽싸게 했다. 하지만 서울에 있는 출판사 직원들이 우리 같이 초라한 대학 동아리를 취재하려고 부산까지 오겠나 싶었다.

"선배, 근데 서울에서 부산까지 우리 카르마 취재하러 올까요?"
"그러게. 서울에도 인문학과 관련된 동아리가 꽤 있을 텐데 부산까지 오겠나 싶다."
"엄청 기대하고 있는데 안 오시면 어쩌죠?"
"에이, 그래도 내가 제일 먼저 신고 했을 걸? 꼭 오라고 독촉해볼게."

"제주도라도 찾아 갔을 겁니다"

카르마 후배들에게 서울에 있는 출판사가 우리 학회 인터뷰 하러 올꺼라고 큰소리를 쳤는데 그린비출판사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02'로 시작되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그린비 출판사 정군이라고 합니다. 베레레님(필자의 인터넷 아이디) 맞으시죠? 세미나팀 신고하신 거 보고 연락 드렸습니다."
"아, 안녕하세요. 안 그래도 연락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요세 일이 좀 많았습니다. 연락을 늦게 드린 점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어찌 부산까지 내려오실 수 있습니까? 힘드시면 어쩔 수 없네요."

"힘들다니요? 저희는 인문학회 '카르마'가 제주도에 있어도 갔을 겁니다."
"정말요? 부산 생각보다 오시기 힘드실 텐데 괜찮겠어요?"
"당연하죠. 저희가 일정을 잡아서 다시 한 번 연락 드릴께요. 꼭 갑니다."

인문학 출판사와 인문학 동아리와의 만남

학회 카르마 회원들이 인터뷰 후 단체 사진을 찍었다.
▲ 인문학회 카르마 학회 카르마 회원들이 인터뷰 후 단체 사진을 찍었다.
ⓒ 그린비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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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일 기대하고 기대했던 그린비출판사와 인문학회 '카르마'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그린비 출판사 관계자분들은 서울에서 차량도 없이 인터뷰를 하기 위해 무거운 장비를 들고 부산 동아대에 찾아왔다.

"생각보다 부산 정말 멀어요. 그리고 힘들게 왔는데 동아대 108계단을 보고 또 한 번 좌절했습니다. 괜히 무리해서 내려온다고 했나 싶은데요?"
"하하."

그린비출판사의 정군씨의 농담으로 인문학회 '카르마'와 그린비의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인터뷰는 나와 '카르마' 김진만 학회장과 1학년 후배들을 중심으로 진행 되었다.

-카르마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필자)"개별화된 인간에 대해서 다양성을 추구하면서도 각자를 공동체로 묶어내는 활동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에서 친구들과 함께 공동체를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책을 먼저 읽고 책 속에서 가치를 찾는 대학생이 되어서 대학생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 된다는 취지로 만들어 졌습니다."

-대학생이 인문학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김진만 학회장) "용산참사 사건이나 여러 집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탄압의 그림들에서 사람에 대한 만행이 너무 심하고, 그런 것들이 밖으로 이야기되는 것조차 막고 있는 답답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혼자해서는 되지 않습니다. 혼자 공부하고 글을 써도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나는 달라져도 주위의 공간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함께 공부해야 합니다."

-'인문학회'에 가입한 이유는?
(1학년 김상훈)"고등학교 때 주입식 교육에 염증을 느껴 인문학적인 책을 대학생 때 많이 접하고 싶었고, 토론문화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고 어떤 세상이 있는지 알고 싶어서 인문학 동아리를 들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활동적인 동아리를 알고 들고 싶었습니다."

인터뷰 전문 http://greenbee.co.kr/people/people_view.php?article_id=949&category=2

"카르마가 유일하게 세미나팀에 신고해주신 거예요"

인터뷰를 마치고 시간이 남아서 이날 카메라 촬영을 맡고 나와 일전에 통화를 했던 정군씨와 이야기할 틈이 있었다.

"서울에서 인터뷰 하러 오신다고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희야 카르마가 섬에 있어도 찾아 갔을 겁니다. 정말 재밌었습니다."

"근데, 저희 말고 다른 세미나팀에서도 연락이 왔나요?"
"아뇨. 카르마가 유일하게 연락 온 겁니다."

"정말요? 에이 거짓말 같은데요? 서울에는 많을 것 같은데…."
"서울에도 몇 년 전부터 인문학 혹은 사회과학과 관련 된 세미나팀이 다 사라졌어요. 흔적 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에요. 그래서 더더욱 카르마가 이렇게 활발히 책도 읽고 활동하는 것이 신기했어요."

"아 그런 거예요? 허허 저도 신기하네요. 저희와 같이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이 서울에 없다고 하니 말이죠."

정군씨와의 짧은 이야기를 마치고 한 편으로는 내가 활동하는 있는 동아리가 전국에서 몇 안 되는 인문학 동아리라는 것이 우쭐했다. 하지만 그 많던 인문학/사회과학 모임들이 시대가 바뀌면서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아팠다.

그린비출판사 gblog 팀에서는 아직 인문학 세미나팀을 신고 받고 있다. 책을 읽는 문화가 사라진 대학사회에서 이런 기회를 통해서 다시 한번 뭉치는 게기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떻까?

이 글을 보고 누군가 또 다른 인문학 세미나팀을 그린비에 신고하여 Glog 인문학 잡지 2호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 지블로그 취재팀은 전국 어디든 달려갑니다. . ‘아, 우리 세미나 팀 완전 자랑하고 싶다!’하는 사람, ‘우리 교수님, 다른 사람들한테 너무너무 알리고 싶다!’하는 사람은 바로 연락주세요. 자유게시판에 신고해 주시면 출동합니다~!! (http://www.greenbee.co.kr)
- 필자의 블로그와 다음 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인문학, #그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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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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