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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화된지 사흘이 된 호랑지빠귀의 새끼들이 살고있는 둥지
▲ 호랑지빠귀의 새끼 부화된지 사흘이 된 호랑지빠귀의 새끼들이 살고있는 둥지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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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담아보고 싶은 사진이 있었다.
부화한 어린 새들이 들어있는 새둥지, 어미새 소리만 들리면 제 입에 먹이를 넣어달라고 입을 벌려대는 새끼들의 보금자리를 담아보고 싶었다.

어릴적 처마에 제비집이 흔할 적에는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이젠 도심에서는 제비보기도 쉽지 않다. 산새들이 알을 낳고 부화를 할 때가 되니 어린시절 친구들과 산으로 돌아다니며 새집을 맡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러던 차에 새에 관한한 아마추어를 넘어선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다음주를 넘기면 이젠 부화된 새들도 다 날아가 빈둥지밖에는 볼 수 없으니 조만간 오라는 것이었다.

새끼를 품고 있는 호랑지빠귀, 새끼들에게 어미새는 지붕이다.
▲ 호랑지빠귀 새끼를 품고 있는 호랑지빠귀, 새끼들에게 어미새는 지붕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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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지빠귀, 어미새가 둥지에서 새끼를 품고 있었다.
이미 사람이 접근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새끼들이 있으니 날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적이 접근하는 것을 주시하면서 새끼를 지키고 있는 어미새에게 미안했지만 좀더 가까운 곳에서 그를 보기 위해 동지 옆의 나무로 살금살금 올라갔다.

어릴적 나무타기를 많이 해보긴 했지만 워낙 오랜만에 하는 일이라 쉽지가 않다.
겨우 둥지 안이 보일 정도가 되었을 때 야속하게도 어미새는 위협을 느꼈는지 날아갔다. 그리고 어미새가 날아간 둥지에는 부화된지 사흘되었다는 호랑지빠귀의 새끼가 네마리 들어있었다.

어미새가 잠시 둥지를 떠난 사이
▲ 호랑지빠귀 어미새가 잠시 둥지를 떠난 사이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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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둥지를 보러가는 길 나는 집에 대하여 생각을 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새둥지에는 지붕이 없다. 새둥지의 지붕은 하늘인 셈이다. 하늘로부터 내리는 기운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집이기도 하지만 궂은 날엔 맨몸으로 버텨내야 한다.

연약한 새끼들의 지붕은 어미새이다.
적들로부터 추위와 비로부터 새끼를 지켜주는 어미새가 새끼새가 들어있는 둥지의 지붕인 것이다.

집이라는 것은 이렇게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인데, 하늘을 지붕 삼고 살아도 서로를 사랑하고 지켜줄 가족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서로에게 지붕이 되어주는 것인데 도대체 사람들은 왜 그리도 힘겹게 살아가는 것일까 싶었다.

멧비둘기 둥지에 예쁜 생명을 잉태한 알이 담겨있다.
▲ 멧비둘기둥지 멧비둘기 둥지에 예쁜 생명을 잉태한 알이 담겨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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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내 집이 없다.
친구들 중에는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을 졸업한 이후 겨우겨우 집을 장만한 친구도 있지만, 집 한채를 자기의 명의로 갖기 위해 우리는 너무도 많은 것을 희생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겨우겨우 작은 집이라도 마련했는가 싶은 이들에게 도시재개발 사업은 어마어마한 폭력이다. 둥지를 빼앗는 일이다. 그 둥지를 지키지 위해 발버둥치는 이들과 그들의 아픔을 함께 하고자 했던 이들을 가진 자들은 폭력단체라고 규정을 한다.

경찰청에서 규정한 '전국 폭력시위단체현황' 명단에 내가 소속되어있는 단체가 들어있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안도하는 것, 이것은 무슨 기이한 현상일까? 내가 보기엔 그들이 발표한 명단에 포함된 단체들이 있어 그나마 이 나라가 이 정도라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인데 감사장을 주지 못할지언정 '폭력시위단체'라니 참 기분이 묘하다.

내일부터는 어미가 물어다주는 맛난 먹이를 먹을 수 있을 것이다.
▲ 호랑지빠귀 내일부터는 어미가 물어다주는 맛난 먹이를 먹을 수 있을 것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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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새끼들이 자라 창공을 날고 또 어미새가 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할 것이다.

어떤 둥지는 부화되기도 전에 천적들에게 공격을 당해 알을 모조리 빼앗기기도 하고, 어떤 것은 막 자라는 과정에서 천적이 먹이가 되기도 한다. 때론 일가족이 멸절을 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 새들은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한 하늘을 날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하늘을 지붕으로 삼고 살아가는 자연이 누리는 풍요로움이 아닐까 싶다. 하늘을 막아버린 것도 모자라 자로 잰듯 각진 건물에서 외부와 차단된 생활을 하는 사람들처럼 그들이 변질되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새둥지의 지붕은 하늘이다.
그리고 하늘이 무심할 때 새둥지의 지붕은 어미새이다.

지붕을 잃어버린 사람들, 지붕을 빼앗긴 사람들이 이 땅에서 애통하고 있다. 그들의 지붕을 누가 빼앗아갔는가? 그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행동이 불법폭력시위라면 할수없이 범법자가 될 수밖에.


태그:#호랑지빠귀, #집, #멧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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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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