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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새 살림집을 얻으려고 두 달쯤 온갖 집을 보러 다녔습니다. 제가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인천 옛 도심지인 중ㆍ동구는 오래된 살림집이 많아, 제법 적은 돈으로 퍽 괜찮은 살림집을 얻으며 지낼 수 있곤 합니다. 오래된 동네요 오래된 집이기에 이러하기도 할 텐데, 오래도록 사람 손때를 탄 집은 갓 지은 아파트나 빌라와 견주어 조금도 남우세스럽지 않습니다. 더 춥거나 더 덥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이 골목집에서 살아가는 분들 스스로 만지고 손질하고 가꾸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가꾸어 놓지 않았으면, 여느 골목집뿐 아니라 빌라나 아파트도 그리 살 만하지 못합니다. 우리한테는 아파트이냐 단독주택이냐 기와집이냐 하는 나눔이 아니라, 사람이 살 만하도록 사랑을 쏟았느냐 아니냐를 살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식구들 새로 살 곳은 무엇보다 볕이 잘 들며 시원하기를 바랍니다. 좀더 적은 돈으로 지낼 수 있다면 더없이 좋지만, 몇 만 원 더 치러야 한달지라도, 시끄러운 차소리에서 홀가분하며, 도시에서도 싱그러운 바람과 새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꿈도 크고 바라기도 많이 바란다 할 테지만, 이와 같은 집이 아예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골목마실을 하면서 이와 같은 집을 곧잘 만나곤 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온 골목을 누비면서, 또 옆지기 어머님하고 골목길을 거닐면서, 또 아기를 업은 옆지기와 나란히 골목집을 둘러보면서, 우리 식구들한테 마땅한 집을 알아보는 동안, 2층 옥상마당과 3층 옥상마당에서 골목길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길에서 보던 골목과 옥상마당에서 보는 골목은 아주 딴 세상이구나 하고 느끼면서, 풀빛 머금은 이 다른 느낌 때문에 골목길이 언제나 푸르면서 해맑을 수 있다고 새삼 깨닫습니다.

햇볕이 앞뒤로 드는 골목집을 둘러보면서, 이런 집에서 사는 사람은 이 집 느낌을 고스란히 받겠구나 하고 느낍니다.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은 아파트 느낌을 받고, 골목집에서 사는 사람은 골목집 느낌을 받습니다.
 햇볕이 앞뒤로 드는 골목집을 둘러보면서, 이런 집에서 사는 사람은 이 집 느낌을 고스란히 받겠구나 하고 느낍니다.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은 아파트 느낌을 받고, 골목집에서 사는 사람은 골목집 느낌을 받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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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삶자락을, 2층 마당에 올라와서 새삼 느낍니다. 이 집에서 살면 앞마당에서 이웃집하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길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삶자락을, 2층 마당에 올라와서 새삼 느낍니다. 이 집에서 살면 앞마당에서 이웃집하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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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 사는 집임자 할배는 세를 놓는 2층 앞마당에 꽃그릇 가지런히 벌여 놓고 온갖 푸성귀를 기릅니다. 찻길 하나 사이로 마주보는 저 앞집도 2층에서 꽃그릇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1층에 사는 집임자 할배는 세를 놓는 2층 앞마당에 꽃그릇 가지런히 벌여 놓고 온갖 푸성귀를 기릅니다. 찻길 하나 사이로 마주보는 저 앞집도 2층에서 꽃그릇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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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도 베란다가 있어 꽃그릇을 가지런히 늘여놓기는 하는데, 아파트 꽃그릇은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만 구경하는 꽃그릇이요, 햇볕와 비바람을 곧바로 맞을 수 없는 꽃그릇입니다.
 아파트에도 베란다가 있어 꽃그릇을 가지런히 늘여놓기는 하는데, 아파트 꽃그릇은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만 구경하는 꽃그릇이요, 햇볕와 비바람을 곧바로 맞을 수 없는 꽃그릇입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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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이나 3층 마당뿐 아니라 길가에도 꽃그릇은 담벼락을 따라 한 줄로 늘어서 있곤 합니다. 길손 어느 누구도 해코지를 않고 따 가지 않습니다.
 2층이나 3층 마당뿐 아니라 길가에도 꽃그릇은 담벼락을 따라 한 줄로 늘어서 있곤 합니다. 길손 어느 누구도 해코지를 않고 따 가지 않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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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마당이라면 더없이 좋지만, 1층이 아닌 2층 마당이라 하여도 빨래를 널고 꽃그릇을 놓고, 또는 걸상을 내다 놓고 해바라기를 할 수 있어 즐겁습니다.
 1층 마당이라면 더없이 좋지만, 1층이 아닌 2층 마당이라 하여도 빨래를 널고 꽃그릇을 놓고, 또는 걸상을 내다 놓고 해바라기를 할 수 있어 즐겁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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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마당에 꽃그릇이 아닌 텃밭을 일구는 분도 제법 많습니다. 영차영차 흙을 이고 지고 날라와 돌로 막아 놓은 옥상텃밭입니다.
 옥상마당에 꽃그릇이 아닌 텃밭을 일구는 분도 제법 많습니다. 영차영차 흙을 이고 지고 날라와 돌로 막아 놓은 옥상텃밭입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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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건물도 옥상에 꽃그릇을 마련해 놓기는 하지만, 여러 집이 많이 어울리다 보니 여느 골목집처럼 재미있거나 싱그럽지는 않습니다. 아파트 또한 이러한 대목에서는 마찬가지입니다.
 빌라 건물도 옥상에 꽃그릇을 마련해 놓기는 하지만, 여러 집이 많이 어울리다 보니 여느 골목집처럼 재미있거나 싱그럽지는 않습니다. 아파트 또한 이러한 대목에서는 마찬가지입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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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구들 살기로 한 골목집입니다. 집임자 할매 할배는 동네사람이 들어와 살기를 바라면서 문간에만 ‘2층 임대’ 팻말을 달아 놓았습니다. 집 안팎이 온통 꽃잔치인 골목집 가운데 한 곳입니다.
 우리 식구들 살기로 한 골목집입니다. 집임자 할매 할배는 동네사람이 들어와 살기를 바라면서 문간에만 ‘2층 임대’ 팻말을 달아 놓았습니다. 집 안팎이 온통 꽃잔치인 골목집 가운데 한 곳입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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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2층일 뿐이지만, 이 2층에서 둘러보는 골목길은 사뭇 다릅니다. 헐리어 빈터만 남은 데에도 아기자기 텃밭을 일구는 골목사람 손길을 느낄 수 있는 호젓한 골목 안쪽 집입니다.
 고작 2층일 뿐이지만, 이 2층에서 둘러보는 골목길은 사뭇 다릅니다. 헐리어 빈터만 남은 데에도 아기자기 텃밭을 일구는 골목사람 손길을 느낄 수 있는 호젓한 골목 안쪽 집입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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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집 구경을 마치고 골목길에 발을 디딥니다. 두 발로 살몃살몃 거니는 골목골목마다 싱그럽고 해맑은 꽃을 만나며 자꾸자꾸 발길을 멈추게 됩니다.
 골목집 구경을 마치고 골목길에 발을 디딥니다. 두 발로 살몃살몃 거니는 골목골목마다 싱그럽고 해맑은 꽃을 만나며 자꾸자꾸 발길을 멈추게 됩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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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태그:#골목길, #골목집, #인천골목길, #꽃그릇, #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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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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