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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생일이라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않았습니다. 다른 학교는 모르겠지만 학교 생일이면 생일 잔치를 해야 하는데 왠지 학교 가지 않는 날이 되었습니다. 목요일 같은 날에 학교를 가지 않으면 참 난감합니다.

 

아이들은 한데 나가 재미있게 놀자고 하지만 요즘 우리 집 명차 '프라이드'가 그만 골골거립니다. 멀리 갈 수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오랜만에 장모님을 찾아 뵙기로 했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장모님이 곗날이라고 집을 일찍 나서야 했습니다. 잠깐 인사만 드리고 집으로 돌아 올 수밖에 없습니다. 집으로 돌아는 길에 아내가 갑자기 '강주연못' 가자고 했습니다. 강주연못은 경남 진주시 정촌면 예하리에 있는 작은 연못입니다. 작은 연못이 무슨 볼거리가 있다고 나들이를 가는지 궁금하겠지만 생태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어 유치원 아이들이 자주 소풍을 갑니다. 우리 아이들도 유치원 다닐 때 소풍을 몇 번 갔습니다.

 

 

워낙 가뭄이 심한지 물이 얼마 없었습니다. 연못 바닥이 다 보였습니다. 연꽃이 온 연못을 뒤덮고 있었습니다. 꽃은 피지 않았지만 연잎과 연뿌리가 생명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얼마 있지 않으면 연잎은 엄청나게 크게 자랄 것입니다. 그때쯤이면 개구리가 연잎에 앉아 울어댈 것입니다. 두세 달 뒤면 연분홍과 하얀 연꽃을 볼 수 있겠지요. 구멍 숭숭뚫린 연줄기를 보니 꼭 벌집을 닮았습니다.

 

 

생태공원 둘레는 산책길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내일이면 오월인데 푸른 세상을 보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산책길을 소음이 요란한 콘크리트 세상을 벗어나 홀로 걷는 마음은 어디에 비할 데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오월은 이토록 생명을 샘솟게 하는데 왜 사람들은 자꾸만 생명을 짓누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산책길을 걷다보니 거미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급하게 달려갑니다. 사람은 사진 찍는 일이 아무 것도 아니겠지만 거미는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일이니 어찌 급하지 않겠습니까? 사람은 참 욕심이 많습니다. 거미 한 마리를 찍어 자연이 주는 생명과 아름다움을 만끽하지만 사진을 찍히는 동물과 곤충들은 생존권 문제입니다.

 

 

거미를 찍으니 왜 나는 찍어주지 않느냐고 불만을 품는 개미 한 마리가 불쑥 나타났습니다. 이 녀석은 도망도 가지 않았습니다. 오월을 하루 앞둔 따뜻한 봄날에 사람만 봄을 즐길 수 있느냐면서 자기도 즐기겠다는 투입니다. 정말 개미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일을 할까 궁금해서 물어보고 싶었지만 재미 있게 놀고 있는 개미에게 실례가 될까 싶어 결국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산책길을 돌다가 백로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왜 홀로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진기 성능이 그리 좋지 않아 연못 가운데 있는 백로를 찍었지만 별로 입니다. 논고둥을 잡아 먹다가 사진찍는 소리에 깜짝 놀랐는지 하늘을 향해 날개짓을 했습니다. 또 궁금한 것 하나. 백로 속은 정말 검을까요?

 

 

 

하늘을 향해 날개짓을 하는 백로를 보고 있는데 잠자리 한 마리가 앞으로 스쳐지나갔습니다. 백로에 비하면 너무 작지만 하늘을 나는 것 자체가 얼마나 부러운 일인지 모릅니다. 오늘 따라 모두가 혼자입니다. 거미와 개미, 백로 그리고 잠자리까지 동무들은 어디에 두었는, 사랑하는 이와 왜 함께 있지 않는지 궁금했습니다.

 

 

생태공원에서 만난 잠자리와 백로, 거미와 개미는 생명이 넘쳐났습니다. 그들은 다른 이를 해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욕심내지 않고, 다른 이들을 배려하는 마음,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태그:#연못 , #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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