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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다시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사기범죄에 당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처음으로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은 것은 2년여쯤이다. 백화점에서 내 카드로 100만원이 사용되었다는 내용이었는데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사기전화임을 알아채고 그후로는 대응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국민연금을 환불해준다거나 우체국에서 소포가 반송되었다는 사기전화가 걸려왔지만 발신자번호가 일반전화와는 다른 번호라서 사기전화임을 알고는 받지 않거나 끊어버렸다.

 

어제 오후에 전화벨이 울리고 발신지는 서울이었다. (02-3705-5000) 전화를 받자 자동음성목소리가 들렸다. 전국은행연합회라면서 내 통장으로 2천만원짜리 수표가 입금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뭔 일인가 해서 놀랄수밖에... 버튼을 누르자 상담원이 나왔다.

 

'전국은행연합회 김00 대리입니다. 고객님의 통장이 사기범죄단에 이용되고 있어서 알려드리는겁니다.'

'무슨 일인가요. 제 통장에 2천만원 수표가 입금되었다고 하던데요.'

'고객님 통장이 사기범죄단에 이용되고 있어서 빨리 보안조치를 해야 합니다. 서울경찰청으로 안내해 드릴테니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화를 끊고 잠시만 기다리면 됩니다.'

 

직감으로 사기전화임을 알아챘지만 이들이 어떻게 나오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잠시 후에 전화가 왔다. 약간 어눌한 말투의 여자였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과의 김00 경사입니다. 은행연합회에서 전화 받으셨죠. 지금 빨리 보안조치를 해야 하니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름과 핸드폰번호, 사용중인 은행과 잔액 등을 물어보기 시작했고 거짓으로 알려줬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기범죄단으로부터 보안조치를 해드리겠습니다. 잠시 후에 은행연합회 김00 대리가 전화를 해서 보안조치 확인을 해드릴 겁니다. 협조바랍니다'

 

잠시 후에 다시 은행연합회라며 여자의 전화가 걸려왔다.

 

'고객님 서울경찰청에서 고객님의 통장에 보안조치를 해드렸으며 저희가 확인을 해야 합니다. 은행통장의 카드나 직불카드를 보면 번호가 있고 뒷면에 검은색 줄이 보안정보가 들어가는 마그네틱이라는 선입니다. 그곳에 보면 번호가 있습니다...'

 

여자는 통장의 카드번호와 폰뱅킹카드 번호 등을 물어보며 범죄조직에 이용될 수 있어서

급한 상황이라며 협조를 요청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하고 있었다. 이쯤에서 정리해야 겠다는 생각에.

 

'알겠습니다. 내 통장의 카드번호와 비밀번호를 모두 알려줄테니 잘 받아 적으세요.'

'거듭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사기꾼이다.'

'네? 여보세요 뭐라고 하셨어요'

 

당황한 여자의 발음이 꼬인다.

 

'나는 사기꾼이다. 반성하고 다시는 사기치지 않겠다. 따라 하세요.'

 

'(어눌한 발음으로)아저띠 지금 짱난해요. 갑자기 왜 그러세요?'

 

'난 너희가 사기꾼이란 것을 다 알고 있다. 지금 중국공안이 체포하러 간다.'

'아저띠 장난할 거면 전화를 받지 마시요. 왜 장난하고 그러는 거요.'

 

이런 경우를 적반하장이라고 하던가. 오늘 아침 뉴스에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중국 유학생들이 붙잡혔다고 한다. 피해액은 3억원이라고 하며 이들 조직은 경찰을 사칭하고 발신번호에 112를 사용하는 등 신종수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내게 걸려온 발신자 번호도 실제로 전국은행연합회 번호였다. 범죄수법이 갈수록 다양하고 지능화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만이 금융사기에 걸리지 않는다.


태그:#보이스피싱, #전화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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