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00일 가까이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는 막막한 상황이지만, 이들을 위한 콘서트는 재미있고 신났다.

 

지난 23일 저녁 7시 30분 추계예술대학교 콘서트홀에서 열린 용산참사 유가족돕기 콘서트 '라이브에이드 희망'에서 관객들은 박수치고 뛰고 춤추며 음악에 맞춰 손을 높게 흔들었다. 무대에 선 가수들은 "고난의 시간을 겪고 있지만 오늘은 울지 말고 즐기자"며 분위기를 '업' 시켰다.

 

유가족들도 영상을 통해 고맙고 반가운 마음을 내보였다. 유영숙(고 윤용헌씨 부인)씨는 "이번 콘서트가 시발점이 돼서 다시 촛불이 일어나길 바란다, (콘서트장에 온) 젊은이들이 밝은 빛이 됐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김영덕(고 양회성씨 부인)씨 역시 "용산참사가 어떤 죽음이었는지 서민들이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젊은 학생들이 알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승환 "이 무대에 선 것은 사람된 도리, 가수된 도리"

 

이날 모인 관객 300여명은 20대 연인부터 40대 직장인까지 다양했다. 아이들과 함께 온 주부들이 단체로 표를 끊었고, 휠체어 장애인도 통로 쪽에 앉아서 공연을 즐겼다. 어린이를 무등 태운 채 자리에서 뛰는 아버지도 눈에 띄었다. 젊은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헤드뱅잉을 하며 분위기를 만끽했고, 나이 지긋한 아저씨들은 다소 어색하게 엉거주춤 의자에 기대 선 채로 박수로 호응했다.

 

무대에 선 가수들은 하나 같이 "이런 자리에 함께 하게 돼서 기쁘다" "내 노래가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가수 이승환씨는 "내 음악으로 위안 받는 사람이 있으면 뿌듯할 것 같아서 자청해서 나왔다"면서 "왜 우리에게 먼저 연락 안 주시나요"라고 서운함(?)을 나타냈다.

 

그에게 이번 공연은 "어릴 때 배운 사람 된 도리,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가수가 된 도리"를 다하기 위한 자리다. 그는 "음악을 하면서 생각해 봤는데, 내 음악으로 불행을 줄이기는 힘들지만 잠시나마 행복하게 만들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가수 이상은씨의 마음도 비슷했다. 그는 "어른이 되고 보니까 노래를 불러서 돈을 받는 게 웃기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음악하는 사람들이 기금을 마련해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이 실제로 된다는 게 신기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출연자 중 가장 센 발언을 한 가수는 소울밴드 '윈디시티'. 보컬이자 드러머인 김반장은 "용산 참사가 어떤 것인지 사람들이 이미 다 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회구성원으로 이 사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야 한다, 드라마를 보고 울 게 아니다, 바로 이 사회가 슬픈 드라마"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재산이 있는지 없는지로 사람을 가르는 시대다, 이런 걸 '사회'라고 할 수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관객들은 환호와 박수로 이에 답했다.

 

'오 브라더스'의 발언 수위도 만만치 않았다. 오리지널 로큰롤을 지항하는 이들은 스스로의 음악을 "진지함이라곤 요만큼도 찾아볼 수 없게 촐싹대는" 노래라고 표현했지만, 공연 내내 "우린 이제 뭘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베이스인 이성문씨는 "용산참사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생각했다, 그러면 우리는 뭘 해야 하나, 그래서 이 무대에 서게 됐다"고 말했고 "청와대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요"라고 묻기도 했다. 공연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한 관객이 큰 소리로 "우린 뭘 할까요"라고 외쳤다. 이씨의 대답은 이랬다. "생각나는 걸 하시면 돼요. 좋은 생각인 것 같으면 옆 사람에게도 같이 하자고 하세요. 그런데 조심할 것은 내 생각을 강요하면 안 돼요."

 

그는 "하찮은 노래지만 우리는 여기에 인생을 걸었다"면서 "여러분도 뭔가 걸어달라, (콘서트 입장료인) 돈 2만원 말고 더 많은 것을 걸어달라, 그래야 그 에너지가 (유가족들에게) 전달될 것 같다"면서 용산참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여성 싱어송라이터인 '흐른'은 "얼마 전 차를 타고 지나다가 '늘 여러분 곁에 있겠습니다, 뭐시기당'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봤다, 제발 곁에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그는 "상식이 안 통하는 대한민국이지만,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 대한 염원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금 뭘하고 있을까요?"

 

가수들의 바람대로 이날 콘서트장에 모인 관객들은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잠시 용산의 슬픔을 잊었다.

 

게다가 귀가시간도 잠시 잊었다. 밤 10시 30분에 끝나기로 한 콘서트가 예정시간보다 20분이나 늦게까지 계속됐지만, 이들은 "앵콜"을 외쳤다. 마지막 출연자인 이승환씨가 "정말 마지막 곡이다, 더 하면 차 끊긴다"고 달랬고 밤 11시가 되어서야 관객들은 자리를 떴다.

 

이번 공연은 오늘(24일) 저녁 7시 30분에도 추계예술대 콘서트홀에서 계속된다. 출연자는 '브로콜리 너마저' '킹스턴 루디스카' '갤럭시 익스프레스' '블랙홀'. 티켓은 2만원이며 수익금은 용산참사 유가족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태그:#용산참사?, #이승환,이상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