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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에서도 내 그림의 모델이 되어주겠소?"

"꼭 그럴게요. 약속해요."

 

인상파 화가 모딜리아니의 부인 쟌느 에퓨테른느는 먼저 생을 마감한 남편을 따라 창밖으로 뛰어든다. 어쩌면 그녀는 모딜리아니와의 약속을 지킨 것인지도 모른다.

 

2003년에 이동통신사의 이벤트 경품으로 그당시 하이엔드급의 최고 명기로 불렸던 소니 F717을 받고 난 후, 카메라 동호회에 가입을 했고 함께 출사를 다니며 정보도 얻고 했었더랬다. 그 때부터 수도 없이 셔터를 막 눌러야 했다. 그 때까지 필자의 마음에는 "질보다 양이다, 그 많은 사진들 중에서 몇 장은 건질 게 나오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

 

사진은 기다림이다

 

4월은 카메라를 구입한 지 만으로 3년째. 경품으로 받은 카메라가 아닌, 아르바이트를 하고 해서 직접 구입한 카메라. 결과물은 기다림의 미학이다. 기다리는 일은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의 싯구처럼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볼 수 있기에, 그 기다림은 아름다운 것이다. 사진을 담아내고,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올리고, 현상하면서 인화물과 상품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시간동안 기다림의 미학을 느껴보자. 고요한 리듬을 타고 설렘과 감동이 조금씩 마음속에 번질 것이다.

 

2007년 4월 말. 카메라를 구하고 조언을 얻어 처음으로 야경촬영을 갔던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다리에 조명이 켜지기를 기다리고, 셔터를 눌러서 셔터막이 올라가고 닫히기를 기다린다. 이제까지 수많은 야경사진을 찍어왔지만, 처음으로 촬영한 동빈다리 야경에 애착을 더 하게 된다.
 
또한 꽃피는 봄이 오고, 피서를 가는 여름이 오고, 소풍가는 가을이 오기를 기다린다. 빠른 시간속을 사는 현대인에게 '기다림의 미학'이란 사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시간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 아닌 '즐거움'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능력은, 현대인이 가장 기본적으로 지킬 수 있는 건강비법인 동시에 효율적인 시간관리 방법이 아닐까?
 


인물 사진을 찍다보면, 유독 정이 가는 사람이 있다. 광우병대책 촛불문화제에 참여하여 사진기록을 남기던 중, 자원봉사하러 나왔다며 유독 해맑던 중학생. 발랄함과 귀여움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내 조카할래요?" "네 삼촌!!" 이 친구가 하교길에, 혹은 내가 편의점을 들어가거나 할 때 혹시나 마주치게 된다면, 이 사진을 가져다가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전히 발랄한 소녀로 남아 있을 지. 그 시간이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니까.

 

 

손맛이 있는 아날로그

 

아날로그에 꽂히기도 했었다. 정감이 가고 손맛이 있다. 그래서 DSLR도 반자동이나 수동모드로 쓰고 있다. 아날로그의 매력은 오래될수록 멋이 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종종 디지털카메라 대신 필름카메라를, CD보다는 레코드판을, 그리고 타자기와 전축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다.

 

사진을 한다는 것은 고독한 길을 걸어가는 것이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진은 스스로 노력한 만큼 댓가가 오는 것 같다. 문득 지난 기억을 마주하는 순간이 있다. 나만의 행복을 느끼는 작업으로는 충만하지만 그것만으로 세상을 살아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사진은 촬영 준비부터 결과물이 나왔을 때 이야기를 완성해낸다. 그것은 기능적인 역할 이외에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계기이며 기억을 넓히는 생명력을 부여하는 일이다. 아름다움은 그곳에서 탄생한다. '촬영하는' 기능을 가진 카메라가 내 마음 속을 가득 메운 지금, 매일 마시는 커피만큼이나 내 생활의 필수품이 되어버린 지금이다.


태그:#카메라, #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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