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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는 농담 삼아 가장 무서운 장교(계급)를 '장포대'라고 한다. 장포대는 '장'군 진급을 '포'기한 '대'령의 줄임말이다. 다른 대령들처럼 별을 다는 데 목을 매지 않는 이들은 윗사람 눈치를 보지 않고 행동하기에 거침이 없다.

 

집권당인 한나라당의 원내대표 제대 말년차인 홍준표 의원(서울 동대문을·4선)의 언행이 요즘 그렇다. 홍 원내대표 임기는 오는 5월까지다. 임기 말이라서 그런지 그는 요즘 원내사령탑으로서 의원들 군기잡기에 거침이 없다.

 

본회의가 예정된 29~30일에 국회에서 벌어질 수 있는 '제3차 법안 전쟁'을 염두에 둔 막판 군기잡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또 당장 22일에는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표결처리가 예정돼 있다.  

 

"앞뒤 안 가리고 너무 설친다" vs "책임정치 '진인사(盡人事)' 스타일"

 

이런 홍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앞뒤 안 가리고 너무 설친다"는 비판론도 있지만, "집권여당의 원내사령탑으로서 마지막까지 책임정치를 다하려는 '진인사(盡人事)' 스타일"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홍 원내대표는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도 환경노동위와 교육과학기술위 등 야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와 위원장을 실명으로 거론하며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파이팅을 주문했다.

 

그는 먼저 추미애 환노위원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비정규직 문제가 국회로 넘어간 지가 꽤 됐는데 환노위에서는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국회의 불량 상임위가 환노위와 교과위다. 특히 환노위는 위원장이 독선적으로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여야 대표간에 법안소위 구성 합의가 이미 작년 9월에 됐음에도 불구하고 위원장이 독선적으로 법안 소위도 구성하지 않고 법안 상정도, 심의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7월이 되면 비정규직 대란이 일어날 수 있는데 그때 대란이 일어나면 전적으로 야당 위원장과 야당 그리고 강성노조의 책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밝힌다"고 윽박질렀다.

 

홍준표 "환노위-교육위는 불량 상임위"

 

그는 이렇게 질책을 해놓고도 성이 안 찼는지 "불량 상임위, 조원진 간사 이야기 함 해보세요"라고 조원진 환노위 간사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조 간사가 "모든 법안을 올려서 대체토론하자고 요구까지 했다"고 해명하자, 그는 다시 "요구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관철을 시켜야 한다"면서 "환보위가 내가 위원장 할 때는 모범 상임위였는데 지금은 가장 불량 상임위가 됐다"고 질타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 유선호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사위에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최근 법사위가 타 상임위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올라온 법안들은 심사하지 않고 그냥 잡고 있다. (법사위는) 체계 자구 심사를 하는 기관이지 타 상임위의 정책적 판단을 거쳐서 올라온 법안을 판단하는 기관이 아니다."

 

그는 이어 "법을 가장 지켜야 할 법사위가 법을 어겨가며 경제개혁법안들을 통과시키지 않고 그냥 쥐고 있으면 법사위도 불량 상임위가 될 수 있다"면서 "4월에도 법사위가 계속 이런 식으로 태업을 하고 월권행위를 한다면 국회의장이 결심(직권상정)을 안 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성 발언을 했다.

 

홍준표 "22일 한미FTA 표결처리... 좀 거칠게 덤비라고! 내맨치"

 

그는 또 "한미 FTA(비준동의안)를 22일 표결처리 하기로 했다"면서 "지난 연말 폭력국회를 주도한 민주당이 이번에는 물리력 저지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우리는 국익만 보고 박진 위원장 주도로 상임위에서 처리하도록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비준동의안 처리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민주당은 당론을 정하지 않고 비준동의안이 상임위 표결에 부쳐질 경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뒤 퇴장한다는 방침이지만, 민주노동당은 당론으로 적극 반대한다는 입장이어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 

 

그는 이어 "그다음 불량 상임위, 임불량! 어떻게 됐어요"라고 교육위 간사인 임해규 의원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임 간사가 교원평가법 예를 들며 "저희는 위원장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해명했으나, 그는 곧바로 "아니, 위원장 리더십에 문제가 있어요"라면서 "야당이 보이콧하면 위원회 안 여는 위원회가 어디 있나, 일하기 싫으면 집에 가 애나 보던지"라고 다그쳤다. 김부겸 위원장과 야당 의원들더러 집에 가서 애나 보라고 한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파이팅을 주문했다.

 

"좀 거칠게 덤비라고! 내맨치(나처럼)."


태그:#홍준표, #한미FTA, #제3차 법안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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