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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한국의 음식과 식사에 대해 몇 가지 글을 썼었다. 당연히 그 글들은 다 내가 한국 음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동기가 된 것이고, 그 사랑 때문에 가끔 농담으로 음식이 좋아서 한국으로 이사왔다는 말을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제껏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특별한 한국 음식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니, 바로 친목 음주이다. 이 주제에 관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은 한국에서 술마시는 건 재밌다는 것- 정확히는 아주 많이 재밌다.

한국 떠나기 바로 전날 밤, 자신 있게 맥주 피처를 입에 갖다 댄 인도네시아 친구
 한국 떠나기 바로 전날 밤, 자신 있게 맥주 피처를 입에 갖다 댄 인도네시아 친구
ⓒ 마티아스 슈페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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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맥주에서, 타이타닉 게임, "폭탄주", 세븐업이랑 섞은 막걸리에서, 요구르트 소주까지. 재밌는 술과 음주게임으로 가득한 거대한 테마 파크와도 같으며, 모두가 같이 즐기기 때문에 음주는 사회의 커다란 한 부분이다.

그래서 한국 어딜 가든 술 마시는 것을 볼 수 있다. 저녁시간 모든 음식점에서(하지만 뭔가 굽는 음식점이라면 점심에까지), 하이킹 할 때(이땐 테트라팩에 든 소주가 유용하다), 그리고 어느 날이든 밤만 되면 나이에 관계없이 만취한 사람들을 수없이 볼 수 있다.

누구든지 몸 상태에 따라서 얼큰하게 취해 미소짓거나, 고주망태가 되어 토하게 만들 충분한 위력을 가진 소주 한 병이 1달러 미만이라면 놀랄 일이 뭐 있겠는가?

한국에 오래 살 수록 사회에서 음주 문화가 얼마나 다양한 기능을 하는지 더 분명하게 볼 수 있다. 알콜은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불만 성향을 진정시키며, 다른 사람들과 묶어주고, 사회에서 맡아야 하는 엄격한 역할을 잊게 해주며, 자신감을 갖게 해주고, 연장자들과 젊은이 사이의 만남 등 딱딱한 자리를 부드럽게 해주는 정형화된 도구이다.

내가 아는 거의 모든 친구들이 다음에 오는 네 가지 "음주 버릇" 카테고리 중 하나에 들어간다는 사실이 드러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술 자리에서 종종 보는 네 가지 형을 꼽자면 아래와 같다.

시끄럽게 떠벌리는 형- 이 사람이 소주 한 잔을 꺾는 순간, 택시 문을 닫으며 작별인사를 하는 그 순간까지 절대 입을 다물지 않을 것을 예측할 수 있다(그리고도 당연히 차 뒤에서 계속 얘기하고 있을 것이다).

시비거는 형- 항상 길 가운데서 싸움을 내고, 말리는 친구들 세 명쯤에 잡혀 분노에 일그러진 붉은 얼굴로 고래고래 욕을 해대며 지나가는 행인들을 향해 위협적으로 양쪽 주먹을 휘둘러 대는 형.

잠드는 형- 파티를 하고 나가서 재밌는 일들을 하기에 딱 그만인 금요일 밤, 세 번째 잔을 비우고는 테이블 위 먹다 만 김치찌개 옆으로 쓰러져 비몽사몽인 형. 일행에게 근사한 저녁을 선사해준다.

우는 형- 흔히들 말하듯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아껴둔 최고의 형- 제일 친한 성인 남자친구가, 눈물로 당신의 티셔츠 소매를 적셔서 술집 모두가 쳐다보는 것 만큼 근사한 토요일 저녁을 보내는 일이 또 있을까.

나도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고 한국 음주문화의 골수 팬이지만, 이 글은 좀 더 심각한 말을 하면서 끝내고 싶다. 한국의 음주문화란 대개 아주 빈번한 횟수만이 아니라, 심하게 많이 마시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서울에서 매일 정신을 잃은 만취객들과 토사물들을 보는 것은 술집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가능하지만, 가끔씩 맥주 한잔 와인 한 잔 마시는 사람들은 보기 힘들다. 그리고 밤거리의 대학생이나 부인과 자녀가 있는 집의 가장도 만취한 것을 공중에서 그대로 보여도 용인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보며, 가끔씩 나는 사람들이 주량을 좀 조절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친구 한 명이 프랑스의 알콜 문화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던 게 기억난다. 프랑스 아이들은 비교적 어린 나이에 이미 술의 맛과 즐기는 방법에 대해서 배우는데, 예를 들어 특별한 기념일에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샴페인에 쿠키를 찍어먹도록 하여 함께 축하를 한다.

이런 방법으로 아이들은 샴페인의 특별한 맛과 그 상징적 의미에도 익숙해진다. 마찬가지로, 아이들은 와인 또한 어린 나이에, 부모님에게서 와인을 받아(물을 많이 타서 희석시킨) 집에서 처음 배우게 된다.

한국에서는 반면, 미국과 비슷하게, 미성년자의 음주는 엄격하게 제한되며 아이들은 안전한 집에서 경험많은 부모님으로부터 책임있는 음주를 천천히 배우지 못하고, "차가운 물에 던져지듯" 배우게 된다.

첫 음주 경험은 종종 같은 또래의 똑같이 경험없는 친구들과 함께이며, 술의 맛이나 음식과의 조화를 즐기기보다는, 맛이 싫어도 대개 빨리 취하기 위해 들이키게 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마티아스 슈페히트 기자는 독일에서 태어나 10여 년 전 첫 방한한 후 거의 매년 한국에 오다가 2006년 서울로 이주했다. 독일 유러피안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학위를 2008년엔 연세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 후 서울에서 '스텔렌스 인터내셔널(www.stelence.co.kr)'을 설립하여 유럽 라이프스타일 제품 등을 수입판매 중이다. 최근 한국에서의 경험을 쓰기 시작한 개인 블로그는 http://underneaththewater.tistory.com/이다.



태그:#소주, #술, #외국인, #음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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