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개통 5주년의 KTX는 우리나라를 여러가지 면에서 변화시켰다.
 개통 5주년의 KTX는 우리나라를 여러가지 면에서 변화시켰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지난 4월 1일, 한국고속철도(KTX)가 개통 5주년을 맞았다. 법적으로 고속철도란 시속 200km 이상으로 달리는 철도를 말하는데 KTX는 보통 시속 300km로 달리고 있다. 이는 고속도로의 3배, 비행기의 1/3쯤 되는 속도다.

고속철도는 다양한 면에서 우리나라를 바꾸어놓았다. 고속철도 건설과정에서 개발하고 습득한 기술을 통해서 한국형 고속철도 차량을 만들었고 외국의 고속철도 건설 사업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또한, 고속철도를 운영하는 한국철도공사의 수익을 높여주었으며 우리나라 교통망이 철도 중심으로 바뀌는 초석이 되었다.

아울러 무엇보다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국민의 생활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당일에 출장과 여행을 다녀올 수 있게 되었고 고속철도 출퇴근족도 생겨나고 있다. 또한, 고속철도가 가져오는 유동인구의 증가가 지역발전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고속철도에 의한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대구~부산 간 2단계 구간이 공사 중이며 운영과 서비스 측면에서도 개선될 부분이 많이 있다. 고속철도망이 꾸준히 확충되고 운영과 서비스가 최적화된다면 말 그대로 고속철도가 국민 생활에 혁명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KTX 개통 5주년에 부쳐 향후 고속철도 개선점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로 고속철도의 연계체제가 지속적으로 보완되어야 한다

광명역의 KTX연계버스. KTX연계용으로 노선을 만든 훌륭한 사례다.
 광명역의 KTX연계버스. KTX연계용으로 노선을 만든 훌륭한 사례다.
ⓒ 한우진

관련사진보기

모든 교통은 먼 곳을 빠르게 이어주는 이동성 기능과 주위의 승객을 모아서 상위의 교통수단으로 전해주는 접근성 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다. 두 기능은 서로 상대적이기 때문에 교통수단의 이동성이 강하면 접근성이 떨어지고 반대로 접근성이 높아지면 이동성이 떨어진다.

고속철도란 지상의 교통수단 중에서 이동성이 가장 높은 교통수단으로서 속도가 무척 빨라 먼 곳을 빠르게 이어준다. 대신 높은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정차역 수를 줄였으므로 승객을 모으는 접근성은 매우 낮다. 따라서 고속철도는 접근성을 보완해주는 연계교통수단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고속철도 개통 당시 국토해양부(당시 건설교통부)에서는 고속철도 기본계획 외에 별도의 '경부고속철도 연계교통체계 구축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연계체제를 개선하는 데 힘썼다. 하지만 이들 계획은 대부분 하드웨어적인 계획이었다. 하드웨어 계획은 대부분 돈이 많이 들고 완공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따라서 저비용으로 빠르게 시행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계획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적인 연계교통계획의 대표는 바로 버스노선 조정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버스가 대중교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버스 노선의 최적화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버스는 민영회사가 운영하고 있어서 노선을 최적화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고속철도가 개통되었는데도 고속철도역으로 가는 버스가 없는 등의 문제가 생겨나는 것이다.

따라서 연계교통체계의 보완이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 여러 관계기관이 얽힌 문제이니만큼 보다 효율적인 합의체가 필요하다. 아울러 승객의 필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혁신적인 연계체계를 시도할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는 강남과 강북을 오가는 직선 전철이 없어 강남에서 서울역 가기가 매우 불편하다. 이 때문에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고속철도가 강남의 비즈니스 수요를 잡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공항리무진버스를 응용해 서울역-용산역과 강남을 빠르게 잇는 KTX 리무진 운행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연계체계 개발을 통해 고속철도의 부족한 접근성을 꾸준히 보완해나가야 한다.

두 번째로 고속철도와 기존 철도의 환승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플랫폼에서 간편하게 열차를 환승하는 일본의 사례
 같은 플랫폼에서 간편하게 열차를 환승하는 일본의 사례
ⓒ JR큐슈

관련사진보기


KTX 개통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철도를 갈아타며 이용한다는 개념이 부족했다. 오로지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바로 가는 열차만 이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KTX가 개통되자 목적지 가까운 큰 역까지 고속철도를 이용하고 나머지 구간은 일반열차를 이용하는 방법이 생겨났다. 이를 위해 병합승차권도 개발되었고 운임도 할인되는 등 철도영업도 환승이용을 지원하는 체제로 바뀌게 되었다.

사실 고속철도를 이용한 후 갈아타기 제일 좋은 교통수단은 다름 아닌 같은 철도다. 버스를 갈아타려면 역 밖에 나가야 하지만 기차는 역 안에서 바로 갈아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철도에는 환승이라는 개념이 없다보니 철도를 갈아타는 체제가 비효율적이다. 고속철도를 타고 주요 역에 와서 일반철도로 갈아타려는 데 환승시간이 너무 길거나 아니면 아예 열차가 없거나 또는 갈아타는 데 많이 걸어야 한다.

따라서 환승 시간을 단축시키고 환승 열차를 표준화해서 바로 맞은 편 플랫폼에서 환승열차를 갈아타게 해준다면 효과적일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역에서 1시간에 1대씩 있는 '정각 출발' KTX를 타고 동대구역에 내리면 맞은 편 플랫폼에는 포항으로 가는 일반열차가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열차의 좌석 배정시 KTX 좌석 근처로 배정하면 금상첨화다.

이렇게 시스템이 갖춰지면 승객들은 철도를 갈아타면서 어디든지 쉽고 편리하게 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지금의 고속철도는 고속철도 정차 역을 가긴 쉽지만 고속철도 비정차역을 가기는 쉽지 않은 체계이기 때문에 더 많은 승객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안할 점은 고속철도 운행을 더 효율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행 KTX-선박 연계이용상품. KTX호남선의 이용률 증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행 KTX-선박 연계이용상품. KTX호남선의 이용률 증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 코레일

관련사진보기

우리나라의 고속철도 차량은 388m 길이의 20량 차량으로써 한꺼번에 935명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대형차량이다. 이런 차량은 주말의 대수송기간에는 좋지만 평일에는 아무래도 공석이 많이 생긴다.

따라서 공석을 채우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현재는 평일에 KTX를 관광열차로 활용하여 대량의 전세승객을 받고 있는데 이것도 매우 좋은 방법이지만, 그 이상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고속철도의 운임체계를 다양화하여 수요를 더 끌어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고속도로와 경합해서 수요가 떨어지는 구간은 운임을 할인하고 수요가 항상 넘치는 구간은 할증할 수도 있다.

시간대별 분산도 가능한데, 인기차가 만석이 된 후 저절로 비인기시간으로 승객이 넘어올 것을 기대하지 말고 비인기시간 열차 운임을 할인해 승객을 적극적으로 분산시키는 것도 좋다.

즉 운임체계를 시간적·공간적으로 유연하게 만들어서 단 1%라도 탑승률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직적인 운임체계를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요금체계를 만들어 승객들의 서비스 선택 폭을 넓혀주는 것도 서비스 개선이다. 이러한 방식은 이미 항공이나 이동통신에서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차량 자체를 유연화하는 것도 좋다. 한국형 고속철도로 개발된 신형차량인 KTX-2는 KTX와 달리 10량 편성으로 되어 있고 이를 연결하여 10량+10량으로도 운행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요에 따른 수송력 조절이 가능해 더욱 효율적인 운행을 기대할 수 있다.

개통 5주년의 KTX는 우리나라를 크게 변화시켰다. 아울러 고속철도가 가져오는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경부고속도로 개통이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이끌었듯이 경부고속철도 개통은 21세기의 국가생존전략인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끌어갈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고속철도가 지속적으로 효율화되고 편리해져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국민의 친숙한 벗이 되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한우진 기자는 교통평론가, 미래철도DB 운영자(http://frdb.railplus.kr), 코레일 명예기자입니다.



태그:#철도, #KTX, #고속철도, #국토해양부, #저탄소녹색성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글쓰기에 관심많은 시민기자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