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수원 화성 장안문 밤 풍경
 수원 화성 장안문 밤 풍경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밤에도 깨어있는 수원화성

수원에 다시 온 게 4년만이다. 4년 전 수원에 왔던 이유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화성(華城)을 보려고 왔었다. 당시 택시를 타고 팔달문까지 가서 서장대로 올랐다가 장안문까지 왔었다. 애들과 함께 걷다보니 성벽을 따라 가는 길이 무척 길었다. 장안문에서 다음을 기약하고 수원화성을 빠져 나왔었다.

오늘 다시 장안문 앞에 섰다. 그날의 아쉬움을 마저 채우려고…. 하지만 지금은 하늘이 새까만 밤이다. 일부러 밤에 찾아왔는지 모르겠다. 밤에 보는 화성은 어떤 모습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름다운 꽃처럼 보인다고 할까? 무척 화려하다.

성벽을 비롯한 모든 건물들이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다. 모든 것이 어둠에 묻혀 있을 때 성은 잠을 자지 못하고 깨어서 밤을 지키고 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지켰었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많이 와 주기를 바라듯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원화성

화성은 조선 최대의 개혁정치를 실현했던 시기인 정조18년(1794년)에 축성을 시작하여 2년 뒤인 1796년에 완공하였다. 당시 실학자였던 유형원과 정약용이 설계를 하고, 영의정 채제공이 성역을 주관하였으며, 화성유수 조심태 등이 성을 쌓는데 기여를 하였다.

화성의 아름다운 성벽
 화성의 아름다운 성벽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동쪽 성벽의 치성인 동일치
 동쪽 성벽의 치성인 동일치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불운하게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기리는 마음에서 쌓기 시작한 수원화성은 당파정치의 근절과 왕도정치의 실현, 그리고 국방의 요새로서 정조의 이상향이 담긴 곳이라고 한다. 과학적이고 독창적인 화성의 구조는 동서양 축성술이 집성된 당대 최고의 건축이었던 만큼 1997년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았다.

수원화성의 정문은?

장안문(長安門) 앞에 섰다. 장안문 앞으로 많은 차들이 바삐 지나간다. 장안문이라는 이름이 편안함을 준다. 장안(長安)은 수도라는 뜻과 국가의 안녕을 상징하는 문자로 쓰였으며, 장안의 영화를 화성에서 재현하려 한 뜻이 있다고 한다.

서울성은 남대문인 숭례문이 정문이다. 그럼 수원화성 정문은? 남쪽문인 팔달문일까? 아니다. 북쪽문인 장안문이다. 아마 북쪽에서 정조대왕이 행차를 해 내려오시니 화성을 처음 들어올 때 북문으로 들어서야 하겠다.

그럼 숭례문과 장안문 중 어느 게 더 클까? 국보 1호로 지정되어 있는 숭례문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장안문이 더 크다고 한다. 크기를 재 볼 수도 없고….

웅장하다. 견고하게 쌓은 성은 들어가는 문이 이중문이다. 성문을 들어서는 기분이 무척 긴장된다. 옹성(甕城) 문으로 들어서면 꼭 독안에 든 쥐가 된 기분이 든다. 들어왔던 문과 나가는 문만 있고 빙 둘러 성벽으로 막혔다. 누군가 위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오싹하다. 실제 전쟁 상황이라면 이 문을 뚫고 들어올 적군이 있을까?

화성의 가장 아름다운 곳. 화홍문과 방화수류정

성벽으로 올라서니 커다란 용이 꿈틀거리는 듯 성벽이 이어진다. 성벽을 따라 걷는다.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활기차게 걸어간다. 성벽은 길게 이어지다가 아래로 내려서면서 수원천(水原川)과 만난다.

수원천을 넘어가는 북수문인 화홍문
 수원천을 넘어가는 북수문인 화홍문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너무나 화려하게 장식한 방화수류정
 너무나 화려하게 장식한 방화수류정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성벽은 천을 건널 수 있을까? 건널 수 있다. 아름다운 수문을 만들었다. 북수문(北水門)이다. 석교로 7개의 홍예문을 만들고 위로 누각을 만들어 화홍문(華虹門)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수문도 예술적으로 만들어 놓았다.

화홍문 위로는 용지(龍池)라는 연못을 만들고 높은 성벽위에 방화수류정(訪花隨柳亭)이라는 정자가 자리를 잡았다. 동북각루(東北角樓)다. 군사용 시설물로 어울리지 않게 화려하다. 수원팔경의 하나가 용지에서 월출(月出)을 기다린다는 용지대월(龍池待月)이라는데…. 달은 뜨지 않고 조명을 잔뜩 받은 방화수류정이 물위에 떴다.

성벽은 다시 만난 수원천에서 끊어지고

성벽을 따라 걸으니 담장으로 둘러 친 커다란 건물이 있다. 연무대(鍊武臺)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동장대(東將臺)다. 측면에 작은 문이 열려있어 안으로 들어선다. 단층 건물이지만 장방형으로 만들어 넓은 느낌이 든다.

건물 뒤편에는 기와를 꽃모양으로 쌓아 만든 영롱담(玲瓏墻)이 있다. 속을 채우지 않았으므로 당연히 담 뒤편이 들여다보인다. 동장대에 왕이 방문할 때 경호 군사들이 담 뒤에 숨어서 지켜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란다.

동장대인 연무대
 동장대인 연무대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동북노대 총안으로 본 동북공심돈
 동북노대 총안으로 본 동북공심돈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연무대를 나와 화성의 특이한 건물인 동북공심돈(東北空心墩)으로 걸어간다. 동쪽 성벽의 가장 높은 곳에 당당하게 서있는 모습이 웅장하게 보인다. 바로 옆으로 동북노대(東北弩臺)가 있고 바로 이어 화성의 동쪽 문인 창룡문(蒼龍門)이 나온다.

계속 성벽을 따라가면 봉수대인 봉돈(烽墩)이 있고, 동남각루(東南角樓)가 나오더니 급하게 내려와서 수원천과 만난다. 화성은 여기서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아! 완벽한 성이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곳에는 남수문(南水門)이 있었는데 1922년 홍수로 유실된 이후 복구하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복원하면 안될까?

정조의 못 다 이룬 꿈이 이루어지기를…

여기서부터는 수원시장이 성벽을 대신하고 있다. 저녁이라 한산하기만 한 시장을 벗어나니 도로에 포위된 팔달문(八達門)이 보인다. 장안문과 똑같이 생겼는데 더욱 고풍스럽게 보인다. 보물 제402호로 지정되어 있는 걸로 봐서 한국전쟁 때 화마를 피했는가 보다. 하지만 옆으로 날개를 잃어버려서인지 힘이 없게 보인다.

팔달문 풍경
 팔달문 풍경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화성의 제일 높은 곳에 자리 잡은 서장대
 화성의 제일 높은 곳에 자리 잡은 서장대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팔달문 로터리를 돌아 성벽을 찾아간다. 급하게 경사진 성벽 길과 마주친다. 팔달산을 오르는 성벽길이다. 성을 따라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니 화성장대(華城將臺)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서장대(西將臺)가 당당하게 서있다. 화성의 가장 높은 곳에 있어 군사지휘소 역할을 했다는데 조망이 너무나 좋다. 성 안팎의 수원시내 야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다시 계단 길을 내려서서 성 길 걷기를 계속하니, 보물 제403호로 지정된 화서문(華西門)이 나오고, 서북공심돈(西北空心墩)을 지나 장안문으로 되돌아 왔다.

화서문과 서북공심돈
 화서문과 서북공심돈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장안문 야경
 장안문 야경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장안문 앞에는 아직도 어수선하다. 늦은 시간 귀가를 서두르는 사람들과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기만 하는 차량들로 북적거린다. 밤에 보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수원화성. 정조의 이상향을 담아냈다는 수원화성이 새롭게 보인다. 200년이 지난 지금 이 길을 걸으며 정조의 못 다 이룬 꿈이 실현되기를 기원해 본다.


태그:#수원 화성, #장안문, #팔달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