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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어 모양을 본 떠 만드 '오카리나'입니다. 짱뚱어가 이렇게 생겼다는군요.
 짱뚱어 모양을 본 떠 만드 '오카리나'입니다. 짱뚱어가 이렇게 생겼다는군요.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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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보고 느낄 거리와 맛있는 먹을거리가 있어야 합니다. 1박 2일로 순천만 갈대밭과 벌교 태백산맥문학관을 다녀오면서 먹었던 남도여행의 별미 '짱뚱어탕'과 '벌교 꼬막'을 소개합니다.

순천만 구경을 하고 나면 갯벌에서 나오는 특별한 먹을 거리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차를 타고 20~30분이면 벌교로 가서 '꼬막'으로 식사를 할 수도 있고, 순천만 갈대밭 근처에서 '짱뚱어 매운탕'을 먹을 수도 있답니다.

저희 일행은 다음날 벌교 태백산맥문학관을 구경하고 '꼬막정식'을 먹기로 하고 첫날 저녁식사 메뉴로 짱뚱어 매운탕을 선택하였습니다. 순천만 갈대밭(순천만 자연생태공원) 주차장을 빠져나와 시내로 나오는 길을 따라 5분 정도 가면, 길 왼쪽으로 '강변장어구이'라는 식당이 있습니다.

저희 일행을 안내해준 분이 순천시청 관광과에 전화를 해서 '짱뚱어탕' 잘하는 집으로 추천받은 식당이라고 하더군요. 일행 중 대부분은 짱뚱어탕을 처음 먹어본다고 하였습니다.

짱뚱어는 작은 눈이 머리꼭대기 옆에 있고 눈 사이가 좁고 멀며 주둥이는 짧고 끝은 둥글게 생겼습니다. 몸은 가늘고 긴데 머리 부분이 크고 뒤로 갈수록 옆으로 납작한 모양입니다. 장뚱어, 짱뚱어 등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갯벌에 사는데, 썰물 때에는 뻘을 살금살금 기어다니면서 먹이를 먹고 밀물 때에는 굴을 파고 숨어 지내며, 공기호흡으로 육지와 바다를 왔다갔다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날씨가 따뜻한 계절에는 순천만 갈대숲 갯벌을 기어다니는 짱뚱어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신영식 만화책에 나오는 짱뚱어를 먹어보다

짱뚱어는 한 번도 직접 본 적도 없고, 먹어 본 적도 없는 생선인데도 제게는 아주 친숙한 느낌으로 기억되어 있었습니다. 짱뚱어라는 물고기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지금은 고인이 되신 신영식 선생님이 그린 만화 <짱뚱이의 나의 살던 고향은> 시리즈 때문입니다. 신영식 선생님이 그림을 그리고, 오진희 선생님이 글을 쓴 이 만화책은 지금 중년이 된 세대들의 어릴 적 고향살이를 잘 보여주는 책입니다.

이 책에 오진희 선생님의 어릴적 이야기를 재미있게 옮겨놓은 이 만화책의 주인공이 바로 '짱뚱이'입니다. 올록볼록한 볼 살이 짱뚱이를 많이 닮았지요. 사내아이처럼 씩씩한 짱뚱이지만 마음 따뜻하고 착한 아이였습니다. 이런 기억 때문이었는지 짱뚱어라는 물고기도 착하고 순박한 모습으로 떠오르더군요.

위 사진은 도자기로 만든 짱뚱어 모양 오카리나입니다. 과연 만화책에서 본 짱뚱이를 닮았더군요. '짱뚱어탕'을 잘 한다고 소문난 이 당 사장님이 오카리나를 보여주면서 장뚱어의 특징을 잘 살려서 만들었기 때문에 실제 짱뚱어 모습도 사진과 비슷하다고 하더군요.

비리지 않고 걸쭉하면서도 시원한 짱뚱어탕

1인분 가격이 아깝지 않은 정갈하고 맛갈스런 밑반찬과 짱뚱어탕
 1인분 가격이 아깝지 않은 정갈하고 맛갈스런 밑반찬과 짱뚱어탕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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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짱뚱어탕을 처음 먹어보았는데, 한 사람도 빠짐없이 짱뚱어탕이 참 맛있다고 하더군요. 4인분씩 한 상으로 나오는데, 뚝배기에 국물도 한 방을 남기지 않고 깨끗이 먹어치웠습니다. 아울러 남도식당답게 쫙 깔려 나오는 정갈한 밑반찬도 깨끗이 먹어치웠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강변장어구이집' 장뚱어탕이 특별히 맛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다른 하나는 하루 종일 순천시내를 다니느라 모두 '시장'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는데 아무튼 모두들 "참 맛있다"고 감탄을 하였습니다.

저희 일행은 오후 3시 30분에 순천에 도착하여 '살기 좋은 마을만들기 운동' 사례를 소개받고 주민이 직접 참여하여 만든 도시 디자인 사례를 둘러보았습니다. 곧바로 일몰 시간에 맞춰 순천만으로 달려가 짙은 어둠이 내릴 때까지 해지는 순천만 석양을 구경하였습니다. 다들 잔뜩 시장기를 느낄 때, 식당으로 갔기 때문에 뭘 먹어도 맛있을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커다란 뚝배기에 추어탕처럼 짱뚱어를 갈아 넣고 여러 가지 나물과 야채를 넣어 끓였는데, 국물이 걸쭉하면서도 시원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바다 생선인데도 특이하게 비린 맛이 없었으며, 국물 맛이 걸쭉한데도 시원한 맛이 나서 해장국으로도 손색이 없겠다는데 일행 모두가 동의하였습니다. 안주가 좋아 소주 한 잔 안 할 수 없다며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소주 몇 병을 비우더군요.

짱뚱어탕을 처음 먹어본 터라 다른 식당과 맛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배고픈 시간에 아주아주 맛있게 먹었던 기억 때문에 다음에 순천만을 가면 틀림없이 이 식당을 다시 찾게 될 것 같습니다. 1인분에 7천원이었지만 비싸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잘 차려진 밑반찬과 '걸쭉 시원한' 짱뚱어탕에 만족할 수 있을 겁니다. 짱뚱어탕은 순천만뿐만 아니라 갯벌이 살아있는 벌교, 강진 등 남도 곳곳에서 맛볼 수 있다고 합니다.

'1박 2일'에도 나온 남도 별미 '꼬막'

순천 역전시장에서 사온 '새꼬막', 꼬막구이는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도 않는다.
 순천 역전시장에서 사온 '새꼬막', 꼬막구이는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도 않는다.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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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벌교 여행을 하면서 첫날 저녁에는 순천만을 대표하는 음식 '짱뚱어탕'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예약해둔 팬션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저녁은 든든히 먹었지만, 다함께 어울리는 친교 프로그램을 하면서 술 한잔 더 해야 한다는데 쉽게 의견 일치가 되었습니다. 다른 안주도 좋지만 꼭 꼬막을 안주로 해야한다는 강력한 요청(?)에 결국 차를 타고 20여 분 거리에 있는 순천시내 '역전시장'을 다녀왔습니다.

다행히, 순천 역전시장 도매점 중에 문을 닫지 않은 곳이 있어서 꼬막을 사왔습니다. 참고막은 없어서 새꼬막을 사왔습니다. 꼬막을 파는 사장님 말로는 새꼬막도 살이 통통하게 쪄서 맛이 좋다고 하더군요. 구이용으로 좋은 가장 굵기가 큰 종류로 10kg 한 자루를 샀습니다. 그리고 사장님께 부탁해서 삶아 먹기에 좋은 좀 더 굵기가 적은 새꼬막도 한 봉지는 덤으로 얻어왔습니다.

팬션으로 돌아와 주인집에 부탁해서 낡은 냄비와 야외용 가스버너를 빌려서 꼬막구이를 해먹었습니다. 윷놀이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새벽까지 13명 회원들이 10kg 새꼬막 한 자루를 구워 먹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작은 비닐봉지에 한 봉지 분량만 남았더군요.

싱싱하고 살찐 새꼬막 구이는 참꼬막 못지않게 맛이 좋았습니다. 냄비에 꼬막을 올려놓고 뚜껑을 덮어두면 꼬막에서 물이 나오면서 부글부글 끓다가 금세 물기가 졸아드는데 이때 가스불을 끕니다. 처음엔 꼬막 껍질이 벌어질 때까지 구웠는데, 여러 번 굽다 보니 살짝 익힌 꼬막이 더 맛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껍질이 벌어질 때까지 구운 것은 수분이 빠지고 질겨서 맛이 떨어졌습니다.

이튿날, 벌교에 있는 태백산맥 문학관 구경을 갔습니다. 당연히 점심은 '꼬막정식'이었지요. 꼬막은 질리지 않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밤새 꼬막을 먹은 저희 일행은 아침에 숙소를 나오면서 꼬막 한 봉지를 삶아서 나왔는데, 벌교까지 오는 동안 간식으로 가볍게 먹었습니다.

벌교 읍내에는 꼬막정식을 파는 식당이 즐비하다.
 벌교 읍내에는 꼬막정식을 파는 식당이 즐비하다.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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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점심메뉴로 꼬막정식을 골랐습니다. 벌교 읍내 소화다리 근처에는 좌우로 꼬막정식을 하는 식당이 여러 군데 있습니다. 저희는 여러 식당 중에서 <태백산맥> 작가 조정래씨가 다녀갔다는 식당을 골랐습니다. 꼬막 정식을 시켰더니 먼저 삶은 꼬막 한 접시가 나왔습니다.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이 젓가락을 이용해서 꼬막까는 법을 일러주시더군요. 가르쳐준 대로 해보니 과연 쉽게 껍질을 깔 수 있었습니다. 꼬막은 저절로 벌어질 때까지 삶으면 맛이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였습니다. 삶을 때도 2~3분간 한 방향으로 저으면서 익혀야 한다고 하더군요.

꼬박 정식에도 여러 가지 밑반찬이 딸려나오는데, 메인 메뉴는 역시 삶은 꼬막과 꼬막무침이었습니다. 꼬막된장도 나오고, 생선구이를 비롯한 여러가지 반찬이 나오지만 대부분 다른 음식점에서도 맛볼 수 있는 반찮이니까요. 보통은 커다란 대접에 담은 밥이 나오면, 꼬막 무침을 넣고 비벼서 먹는다고 일러주었습니다.

꼬막 정식에 함께 나오는 삶은 참꼬막과 꼬막 무침
 꼬막 정식에 함께 나오는 삶은 참꼬막과 꼬막 무침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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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새꼬막을 10kg이나 구워먹었지만, 꼬막정식과 함께 나온 무침과 삶은 꼬막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먹었습니다. 정말, 꼬막은 많이 먹어도 쉽게 질리지 않는 음식이라는 말이 딱 맞더군요. 간밤에 꼬막 구이를 안주로 먹고, 점심에는 꼬막정식으로 식사를 하고 나서도 아쉬움이 남아 돌아오는 회원 중 몇 사람은 꼬막을 사서 집으로 가져갔습니다.

보통 꼬막은 참꼬막을 최고로 치는데, 저희 입맛에는 살이 통통하게 오른 새꼬막도 참꼬막 못지 않았습니다. 꼬막 맛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인지는 모르지만, 저희 일행들 대부분은 식당에서 먹은 참꼬막 보다도 전날 밤에 먹은 새꼬막 구이가 더 맛있었다고 하였습니다

"태백산맥과 꼬막이 벌교를 먹여살린다"

조정래 선생이 쓴 소설 <태백산맥>에는 꼬막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작가는 꼬막 맛을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그 맛은 술안주로도 제격'이라고 표현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정하섭과 하룻밤을 보낸 소화는 아침거리로 꼬막이 없는 것을 아쉬워하고, 외서댁을 범한 염상구는 그녀를 '쫄깃한 한 겨울 꼬막맛'에 비유하였지요. 또 무당 월녀는 "워메, 내 새끼 꼬막무치는 솜씨잠 보소, 저 반달걸은 인물에 손끝 엽렵허기가 요리 매시라운 니는 천상 타고난 여잔디"라며 딸 소화의 꼬막무침 솜씨를 칭찬하는 대목도 나온답니다.

이래 저래, 태백산맥과 벌교 그리고 꼬막은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있었습니다. 최근 200쇄를 돌파한 소설 <태백산맥>을 읽은 감동을 간직한 채 태백산맥 문학관을 찾아 온 독자들이라면, 소설의 무대가 되는 벌교 읍내를 둘러 볼 것이고 그러다 밥 때가 되면 꼬막 정식으로 식사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회원 중 한 분이 "<태백산맥>과 꼬막이 벌교 사람들을 다 먹여살리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결코 틀린 이야기가 아닙니다. 돌이켜보니 태백산맥 문학관은 어느 계절에 가도 상관이 없지만, 이왕이면 겨울 꼬막이 제철일 때 가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순천, #벌꾜, #짱뚱어, #꼬막, #태백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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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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