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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야! 저 울타리 좀 봐? 울타리를 스키로 엮어 만들어 세웠네."

"스키 값이 만만치 않을 텐데 어떻게 스키로 울타리를 만들어 세웠지?"

며칠 전 충북 영동에 있는 민주지산과 삼도봉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골짜기에서 만난 풍경에 일행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옛날부터 골이 깊고 물이 차갑다고 소문난 물한계곡 상류에서부터 내려오는 길목의 개울을 건너는 다리 옆에 울타리가 세워져 있었다. 이 계곡은 황룡사 주변 골짜기 물에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설치해 놓았다.

 

그런데 황룡사 아래 물한리 마을이 저만큼 내려다보이는 개울가엔 정말 아주 특이한 울타리가 세워져 있었던 것이다. 형형색색의 스키 수십개를 엮어 만든 울타리는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아주 특별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사용하다가 낡거나 못쓰게 된 스키를 재료로 만든 울타리겠지만, 거의 100여개나 될 것 같은 스키를 엮어 만들어 세워놓은 울타리는 아무래도 낯설고 특별한 울타리가 아닐 수 없었다.

 

스키 울타리가 세워져 있는 계곡 다리를 지나 조금 더 내려오자 물한리 마을이 나타난다. 길가에 자리 잡은 집들은 대부분 음식점들이다. 주변의 높고 아름다운 명산과 깊은 골짜기를 흘러내리는 맑고 차가운 물로 유명한 골짜기여서 여름철이면 찾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 길가 음식점 마당에서 아주 특별한 전등을 발견했다. 커다란 옹기 항아리 두 개를 높이 올려 놀려 놓은 위에 작은 옹기 기름병, 그리고 그 위에 둥그런 전등을 올려놓은 모습이었다.  처음엔 그냥 장식품이려니 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마당가의 정자로 가는 길목에 세워 놓은 나무기둥 위의 다른 전등들과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옹기 항아리 위의 전등은 이 음식점의 손님맞이용 정자로 가는 길목을 밝히는 전등이 분명했다. 이 음식점 마당가에는 장식용으로 옹기를 겹쳐 올려놓은 것들이 많았다. 옹기항아리 장식 사이에는 괴상한 모양의 장승들도 세워져 있었다.

 

골짜기를 따라 더 내려오자 주차장이 가까운 곳에 서있는 어느 음식점 간판도 특이한 모습이다. 항룡사 입구 안내 표지판 아래 세워져 있는 이 간판은 투박한 나무를 장승으로 깎아 양쪽에 기둥으로 세우고, 그 가운데 나무판을 붙여 그 나무판에 음식점 이름과 함께 나뭇가지로 ♡ 표지를 만들어 놓은 모습이 아주 재미있고, 익살스럽고, 유별났기 때문이다.

 

여름이면 차갑고 맑은 물이 흐르는 20킬로미터나 되는 계곡에 많은 피서객들이 찾는다는 곳이었지만 겨울철이어서인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눈이 녹아 질퍽거리는 산길을 내려온 등산객들의 눈에 비친 물한계곡은 특이한 모습의 울타리와 전등, 그리고 정감 넘치는 간판이 좋은 볼거리가 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물한계곡, #스키 울타리, #이승철, #옹기 항아리, #장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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