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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하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구속

 

지난해 여름부터 다음 <아고라>에서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웠던 미네르바 박아무개씨가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인터넷에 허위사실를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 지난 1월 10일 구속됐다. 영장발부 판사는 "범죄 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고, 외환 시장 및 국가신인도에 영향을 미친 사안으로서 사건의 성격 및 중대성에 비춰 구속 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사유를 밝혔다.

 

"표현의 자유 침해, 비판 여론 통제" 비판 논란이 있었지만 한 고등학생 비판글이 눈에 띄었다.

 

2009년 새해 벽두부터 검찰은 본격적인 공안정국의 칼날을 뽑아들었다. 2009년 한 해 동안 검찰이 다시금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여 박정희, 전두환 정권 시절처럼 공정한 법 질서 집행을 위해 존재하는 사법부가 아닌 국가 체제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는 데 주력하며 대통령을 위한 조선 시대의 '의금부'나 나치 독일 치하의 '게슈타포'로 나설지 지켜볼 일이다.

(한겨레 <고등학생이 바라본 '미네르바' 체포>, 2009.1.15)

 

[풍경 둘] 조중동 광고불매운동 누리꾼 처벌

 

시민단체 절독 운동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던 <조중동>이 격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촛불이 한창일 때 일었던 광구불매운동 때문이다. 조중동과 검찰은 한 마음이 되어 광고불매운동을 펼쳤던 누리꾼들을 처벌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사법부가 답을 했다.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재판부(부장판사 이림)는 "광고중단 요구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위력이란 유ㆍ무형과 관계없는 것으로 피해 기업들은 많은 항의 전화를 받아 영업에 지장을 받거나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며 누리꾼 24명 전원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에 대하여 <오마이뉴스> 김갑수 기자는 '작아지는 사법부, 무너지는 삼권분립' 기사에서 "법원마저 정치적 판결을 내리기 시작한다면 이 나라의 삼권분립은 와해될 것이고 이는 곧 민주주의의 죽음을 의미한다"면서 민주주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마저 정치적 판결을 내려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과연 판사들은 정의롭고 공정하게 판결했나

 

미네르바 구속과 소비자운동을 펼친 누리꾼 구속뿐만 아니라 이 나라 사법부는 강자에게는 배려를 약자에게는 가혹한 판결을 자주 내렸다. 과연 판사들은 민주주의를 위하여 어떤 이익도 추구하지 않는 정의롭고, 공정하게 판결하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주는 책이 있다. 

 

아담 쉐보르스키 외 12명이 지은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이다.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는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는 법이 지배하는 사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여러 판결을 통하여 사법부의 정치화는 눈에띄게 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조망할 수 있게 한다. 이명박 정권이 유난히 강조하는 '법과 원칙'이 곧 민주주의라는 인식과 괴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뉴욕대 법학·정치학과 스티븐 홈스 교수, 스페인 사회과학고등연구센터 정치학과 이그나시오 산체스 쿠엔카 교수, 파리 10대학 미셸 트로페 교수, 폰타나 스위스 로잔대 정치사상과 비앙카마리아 교수, 로버트 배로스, 파스콸레 파스키노 등이 공동 저자다.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한국어판 서문에서 정치학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가 병행 발전해야 하는데 우리 사법부는 자율성이 결연된 집단이자 사회적 강자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집단이라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미네르바 구속과 조중동 광고불매 운동 누리꾼 유죄판결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재판부는 자율성이 결여되었고, 사회적 강자를 배려하는 판결을 많이 내렸다. 미네르바와 조중동 광고불매운동과는 달리 지난 해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판결에서 재판부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민주화와 더불어 법의 지배가 한국 사회에서 실현되기 어려운 이유를 최장집 교수는 "법과 관련된 모든 제도와 실천이 민주화 이전 권위주의 시기에 만들어졌다"면서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가 병행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치체제 수준뿐만 아니라 국가 기구내의 법체계와 이를 관장하는 법률 공직자들의 가치 정향과 실천이 민주화되어야"한다고 강조한다.

 

이명박 정권은 '법과 원칙'을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이명박 정권뿐만 아니라 정치권력은 항상 법과 원칙을 강조했고, 사람들은 대체로 "인간이 아닌 법에 의한 통치"를 실천에 옮기는 것이 법의 지배의 핵심으로 생각하여 '법과 원칙'에 동의한다.

 

하지만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그들은 강자이면서 법을 만들고, 법을 해석하고, 법을 운용하는 자들로서 '법은 언제나 강자와 부자들의 도구'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법은 정치 지배자들과 가장 부유한 시민들이 자신들의 공동 이익을 위해 맺는 합의로 만들어진 성문일 뿐이다.

 

법이 혜택 받은 소수의 이익에 봉사할 때 '법의 지배'는 '법에 의한 지배'로 변질되면서 정으로운 법과 공정한 재판은 소수계층을 위한 상품으로 전락하고 만다.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는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가 병행되지 않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시민운동과 언론감시로 현재의 메커니즘을 보완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만약 법을 해석하는 일이 독단적인 관료들의 배타적 영역이 되면, 민주주의는 반드시 위협받게 되어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하며,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가 말한 "자신이 스스로에게 내린 법에 복종하는 것이 자유이다"를 우리 삶에서 적용해보는 일이다.

 

정치의 사법화가 갈수록 빛을 더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판사들의 지배가 곧 법의 지배인 것은 아니다.'

덧붙이는 글 |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아담 쉐보르스키 · 호세 마리아 마라발 외 지음 ㅣ 안규남 · 송호창 외 옮김 ㅣ 후마니타스 펴냄 ㅣ 22,000원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김비환 지음, 박영사(2016)


태그:#민주주의, #법,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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