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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서 공연중인 연극 <그대를사랑합니다>는 제작 당시부터 스토리라인에 초점을 많이 두었다.
 대학로에서 공연중인 연극 <그대를사랑합니다>는 제작 당시부터 스토리라인에 초점을 많이 두었다.
ⓒ 케이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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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14일, 연극을 보기위해 두 번째로 대학로를 방문한 날은 바로 밸렌타인 데이였다. 연인들의 날, 혼자 대학로를 거니는 것 조차 외로운데 초대받은 공연마저도 사랑에 관한 것이었다. 그 공연은 10대 커플부터 60대 부부, 게다가 솔로까지 관람한다는 연극<그대를 사랑합니다>였다.

무대에는 만화에서만 보아왔던 세트들이 소극장에 알맞게 아기자기하게 세팅되어 있었다. 커피가 끓고 있는 주전자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빛을 내고 있는 동성 주차장부터, 김만석 할아버지가 툴툴 거리며 우유를 배달하는 배달업소까지, 모두 생생했다. 또 우유를 배달하는 무대 중앙에는 우유를 배달하기도 하며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심어주는 오토바이도 있다. 무대 배경에는 달동네 풍경과 극중 배경 상 중요한 달도 그려져 있다.

곧 무대를 비추는 스포트 라이트가 모두 꺼지고 잔잔한 피아노 음악이 연주된다. 털털거리는 오토바이 소리가 들려오고 무대가 밝아진다. 김만석 할아버지가 오토바이에게 말을 걸듯 언덕을 넘고, 폐지가 담긴 수레를 끌고 언덕을 내려오는 송씨 할머니가 서로 마주친다. 그러다 오토바이에 송씨 할머니가 넘어지고 첫 만남을 가진다.

그리고 송씨 할머니가 허리를 다치게 되자, 우유 하나를 건네준 것을 인연으로 그들은 우연과 필연을 번갈아 가며 계속 만남을 가진다. 후에 두 노인들은 동성 주차장에서 일하는 장군봉 할아버지와 치매 걸린 그의 부인을 연애편지 사건과 가출사건으로 인해 알게 되고 그 4명의 노인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면서 스토리를 전개해 나간다.

강풀의 동명만화가 원작인 이 작품은 만화책 3권 짜리 분량을 적절히 잘라내고 배분하여 잘 표현하고 있다. 너무 빨리 전개되지도 않을 뿐더러, 그렇다고 어떤 한 사건에 너무 집착하여 시간을 끌지 않는다. 쉽게 사건을 끝내지도 않아 얼버무리는 느낌도 적다. 그렇지만 중간중간 중요한 역할들이 빠졌다는 것에 또다른 아쉬움이 생겼다.

또한 연극에서 나이가 들어 허리펴기도 힘든 노인들이 사랑을 한다는 소재는, 많은 사람들이 비웃기가 쉽다. 만화가 원작이라 가벼운 장르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4명의 노인들의 사랑은 가장 깨끗한 사랑을 보여준다.

전 부인이게 "당신"이라는 칭호를 썼기 때문에 "그대"라는 칭호를 써야한다는 생각도 정말 아름답다. 또한 사랑을 1년에 신발바꿔 신듯 너무 쉽게 바꾸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오랫동안 사랑한다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작품은 한 사람을 행복하게 기억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스토리 마지막에는 모두들 이별을 하게 된다. 누군가는 죽음으로써, 편지로써, 누군가는 귀향으로써 이별을 하게 된다. 하지만 사랑이란 것은 그런 것이라 생각된다. 얼마나 못 만났건, 얼마나 떨어져있건을 상관하지 않고, 믿음과 추억을 회상하는 행복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런 마음이라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필자 다음 블로그(www.whiteflat.pe.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그대를 사랑합니다, #강풀 , #연극 , #더굿시어터, #강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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