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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차가운 날씨에는 무 채에다 잘 숙성된 식초를 곁들이는 민물회. 딱히 셋이 먹다가 둘이 사라져버려도 모를 맛이다.
▲ 겨울철 별미 우포늪 땅붕어 요즘 같은 차가운 날씨에는 무 채에다 잘 숙성된 식초를 곁들이는 민물회. 딱히 셋이 먹다가 둘이 사라져버려도 모를 맛이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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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중국인들도 회를 즐겨 먹는다고 한다. 회란 일반적으로 고기를 날것으로 먹는 것을 말하는데, 바다회와 민물회, 일부 회기성어류, 기타 육고기를 이용한 육회 등으로 대별된다. 그중 민물회는 바다가 아닌 강, 호수, 냇가 등지에 서식하는 송어, 향어, 쏘가리, 산천어, 잉어, 붕어, 가물치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건강상 위험하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즐겨 먹는 회는 아니다. 그나마 요즘은 양식이 가능해 일급수에 사는 어류를 즐기는 편이다. 양식어류(송어)에 경우 좀더 안전 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제께 남해에 사는 제자가 찾아와서 횟집에서 만났다. 창녕에는 특별히 대접할 먹을거리가 없다. 그렇지만 오징어순대만큼은 유별난 맛을 내는 집이 있다. 기분 좋게 찾아갔지만 산오징어가 바닥났다는 탓에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은 집 앞에 새로 개업한 붕어회집. 늘 바다회만 먹어왔던 제자는 꺼림칙하다며 마다했다. 그렇지만 그 집 주인장이 필자와 동갑내기여서 그냥 눌러 앉았다.

잘 손질된 붕어회는 알맞은 두께로 썬다.
▲ 붕어회 썰기 잘 손질된 붕어회는 알맞은 두께로 썬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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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깔스럽게 썬 붕어회 모둠사리
▲ 쪽파를 곁들인 붕어회 모둠 맛깔스럽게 썬 붕어회 모둠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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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회 중에서 으뜸으로 치는 회가 붕어회다. 그런데도 이것을 잘 먹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간디스토마 때문이 아닐까. 주인장은 우포늪 자연산 땅붕어(토종붕어)기 때문에 믿고 먹어도 괜찮다고 했다. 우포늪에 사는 붕어는 크게 땅붕어와 떡붕어(외래종) 두 종류다. 날것으로 회로 먹을 때는 땅붕어가 한층 더 쫄깃한 맛이 난다.

민물회 중에서 으뜸으로 치는 회가 붕어회

떡붕어는 과거 양식을 목적으로 일본에서 도입한 외래종이다. 원래 일본에서는 겐고로부나, 가와찌부나, 헤라부나 등으로 불렸는데, 국내에 도입 되어서는 가와찌붕어로 흔히들 불리게 되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떡붕어’라는 명칭이 붙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명칭이 붙게 된 유래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떡붕어라는 이름은 가와찌붕어와 같은 외래어가 아닌 순수한 국내 이름으로 쉽게 그리고 강하게 인식되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은 것이다.

붕어는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토산부’, <고사신서> <어변증설> 등의 고서에 '부어' 또는 '즉어'라고 기록돼 있다. 둘 다 중국에서 건너온 것으로 부어는 중국어의 '후유(Fu-yu)'에서, 즉어는 '지유(Ji-yu)'에서 유래가 되었다. 이러한 부어가 1600년 이전부터 붕어로 변하여 현대까지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3월, 국립암센터 암코호트연구과 신해림, 임민경 박사팀은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낙동강 하류와 춘천, 충주 등 국내 3개 지역에 사는 성인 3천명을 대상으로 간흡충 감염현황과 간담도암 발생률 및 사망률을 역학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간흡충 양성율과 간담도암 사이에 높은 상관성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대변 내 간흡충 양성률은 낙동강 하류지역 주민이 31.3%로 가장 높았으며,  충주 7.8%, 춘천 2.1%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낙동강 하류 주민과 충주 주민의 감염률은 보건복지부에서 2004년에 조사한 전국 평균치 2.9%에 비해 크게 높은 것이다.

민물회, 간흡충(간디스토마) 간담도암 위험

특히 간흡충은 남자가 여자의 1.3배, 술을 마시는 사람이 마시지 않는 사람의 1.2배, 민물 생선회를 먹는 사람이 먹지 않는 사람의 1.5배 등으로 감염률이 높았다. 조사대상지역의 간담도암 발생률 또한 낙동강 하류 주민이 인구 10만 명당 5.5명으로 충주(인구 10만 명당 1.8명), 춘천(인구 10만 명당 0.3명)에 비해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간흡충은 길이가 1㎝ 정도에 불과한 기생충으로 담석과 황달을 유발하며, 일부는 담관암으로 진행된다. 민물고기를 조리한 도마나 칼 등으로 다른 음식을 조리할 때도 감염되며, 감염 후 길게는 30년 이상 기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해림 박사는 "낙동강 하류지역의 경우 간흡충증 및 간담도암 예방을 위해 민물생선회를 먹지 말고 간흡충에 감염됐다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간흡충 감염과 간담도암 발생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규명하기 위한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먼저 바닥만한 붕어로 포를 뜬다.
▲ 붕어회 다듬기 먼저 바닥만한 붕어로 포를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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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를 뜬 붕어의 살점에 묻은 물기를 닦는다(왼쪽).  면헝겊으로 물기를 제거한 붕어 살점을 가지런하게 썬다(오른쪽).
 포를 뜬 붕어의 살점에 묻은 물기를 닦는다(왼쪽). 면헝겊으로 물기를 제거한 붕어 살점을 가지런하게 썬다(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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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회 모둠상에는 갖은 푸성귀 마늘 고추가 놓이지만 산초(제피가루)는 필수적이다.
▲ 붕어회 모둠상 붕어회 모둠상에는 갖은 푸성귀 마늘 고추가 놓이지만 산초(제피가루)는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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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도 막상 회가 차려져 나왔을 때 제자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평소 먹어보지 않았던 까닭도 있지만, ‘민물회를 먹으면 간디스토마에 간염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낙동 강변에 사는 사람들은 개의치 않고 민물회를 자주 먹는다. 갖은 양념장에다 산초(제피가루)를 조금 넣어 비벼 똑 쏘는 자극적인 맛은 바다회와는 또 다른 맛이다. 옆자리 손님들도 연방 양념장에 횟감을 비벼 먹는다.

젓가락만 들었다 놓았다 하는 제자를 지켜보고 있던 주인장이 한 마디 거든다.      

“젊은 손님은 남해에 살아서 민물회는 입에 맞지 않은가 보네예. 그런데 바다물고기를 모두 회로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더. 또 바다회가 안전하다고 믿는 것도 잘못된 생각인기라예. 하지만 바닷물고기에는 ‘고래충’이라는 기생충이 있는데, 거의 대부분의 횟감용 고기에 기생하는 놈이라고 하데예. 활어회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가 신선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고래충 때문에 그런다아입니꺼.

굳이 이름을 밝히기를 마다했으나 주인장은 필자의 동갑내기다.
▲ 붕어횟집 주인장 굳이 이름을 밝히기를 마다했으나 주인장은 필자의 동갑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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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에서 가두리 양식장을 하고 있는 친구한테 들은 얘긴데, 고래충이라는 놈은 고기의 내장에 기생하다가 고기가 죽으면 근육 속으로 파고 든다캅디더. 보통 낚시꾼들이 고기를 잡으면 보관이나 이동을 위해 고기의 피를 뺀다아입니꺼.

그 이유는 아가미와 꼬리부분에 칼집을 넣어 피를 빼서 나중에 회를 뜨더라도 근육 속에 피가 남지 않아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인데, 이때 고래충이 있으면 근육 속으로 파고 들어가 나중에 회로 사람이 먹게 된다고 캅디더.

일반 횟집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위생관념이 부족한 횟집의 경우 죽은 고기가 아까워 회로 파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고래충에 감염될 확률이 무척 높다고 하데예. 고래충에 감염되면 위장에 기생하면서 위염이나 위궤양 등을 일으키고, 약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고 위내시경을 통해 긁어내야 한다캅디더. 끔찍하지예.“  

붕어나 잉어에게는 디스토마 균이 없다. 그러나 디스토마가 있다고 끝까지 우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붕어나 잉어회를 손질할 때 도마나 칼 등에서 2차 감염을 일으켜 감염된 것이지 그 숙주가 붕어나 잉어 몸속에 있는 것은 아니다. 학계에서 붕어나 잉어에게서 아직까지 디스토마를 발견한 사실은 없다고 한다.

붕어나 잉어에게는 디스토마 균이 없다

그런데 메기나 참붕어는 디스토마가 있다. 가장 많은 균을 보유한 녀석이 붕어낚시에서 미끼로 자주 쓰는 참붕어다. 참붕어란 녀석은 그 작은 비늘 하나에도 엄청난 디스토마 균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미끼로 사용한다고 맨손으로 만진 후 입 가까이 가져가면 위험하다. 

디스토마 균은 공기 중기에 15분 정도 노출되면 죽어버린다. 참붕어를 먹고 사는 가물치란 녀석이나 가재 등도 디스토마 덩어리다. 그런데 붕어도 참붕어를 먹고 사는데 왜 디스토마 균이 없는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민물회 초고추장에 곁들여지는 양념 청량고추, 생강 간 것, 겨자, 산초(제피가루)
▲ 붕어회 양념장 민물회 초고추장에 곁들여지는 양념 청량고추, 생강 간 것, 겨자, 산초(제피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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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붕어회는 깻잎 상추쌈에다 마늘 고추양념이면 더욱 맛깔스럽다(왼쪽). 민물 붕어회 양념에는 초고추장에 청량고추 다데기와 생강 다진 것, 제피가루가 함께 곁들여진다(오른쪽).
 민물붕어회는 깻잎 상추쌈에다 마늘 고추양념이면 더욱 맛깔스럽다(왼쪽). 민물 붕어회 양념에는 초고추장에 청량고추 다데기와 생강 다진 것, 제피가루가 함께 곁들여진다(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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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배어서 그런지 필자에게는 바다회는 민물회에 비해 싱겁다. 맛이 덜하다는 얘기다. 요즘 같은 차가운 날씨에는 무 채에다 잘 숙성된 식초를 곁들이는 민물회. 딱히 셋이 먹다가 둘이 사라져버려도 모를 맛이다. 어디 구더기 무서워 된장 담구지 못하랴. 찬바람이 나는 계절에 맛보는 땅붕어회, 아무리 간디스토마가 겁난다 해도 즐겨 먹는 사람들은 결코 그런 것은 상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지만 이것 하나만은 명심하시라. 민물회를 좋아하거나 한번이라도 먹은 적이 있는 사람은 가까운 병원이나 보건소에 들러 혈액검사와 디스토마반응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요즘 디스토마 약이 좋아 민물회를 먹을 때 그 약을 먹고 안심하는 사람이 있으나 반드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물론 그런 연휴라면 민물회를 양껏 자셔도 좋으리라. 민물회 생각만큼이나 위험천만은 횟감은 아니다.


태그:#붕어회, #민물회, #땅붕어, #떡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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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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