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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가슴으로 손이 쑥 들어왔다. 동시에 엄마가 외출하고 나와 함께 놀다 잠을 자려던 딸아이가 그런다.

 

"아빠, 쭈쭈 주해요."

 

순간 너무 웃겨 큰 소리로 웃고 말았다.

 

"건희야, 어쩌지. 아빠는 쭈쭈 안나오는데."

 

딸아이가 '으응'이라며 투정을 부린다. 손은 여전히 내 가슴팍에 있었다. 순간 요즘 젖을 완전히 떼려하는 아내가 하던 말이 생각나 이렇게 말했다.

 

"그럼 건희 아빠 쭈쭈 만지고만 있을 거예요?"

 

녀석이 신나서 "네"라고 대답한다. 아이고, 이거 너무 웃겨서 말이 안나온다.

 

"건희, 엄마 오시면 쭈쭈 달라고 하세요. 건희, 우유 줄까요?"

 

그랬더니 그제야 손을 떼며 연방 "우유, 우유"하며 좋아서 소리지른다.

 

우유를 살짝 데워 젖병에 넣어주고, 녀석을 품에 안은 채 자리에 누웠다. 뭐가 그리 좋은 지 아빠를 보며 생글 생글 웃으며 200밀리 우유 한 통을 다 먹었다. 그러고는 이제 다 먹었다며 젖병을 주고 아빠 이리 오라며 자리를 만들어준다. 아직 집안 살림을 한참 해야했지만 녀석을 재워야 하기에 잠깐 자리에 누웠다. 그제서야 건희는 안심이 된 듯 눈을 감고 잠에 빠져 들어갔다.

 

 

아이가 잠자는 모습을 보면 세상에 이렇게 평화롭고, 예쁜 모습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동시에 건희 또래 아이들이 전쟁의 포화 속에 희생당하는 걸 보며 가슴이 아리고,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일어남을 느끼게 된다.

 

건희가 어른이 되어 살 때는 좀더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물려 주고 싶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인종, 성별, 이념에 상관없이 사랑하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또 녀석이 이것을 만들어갈 줄 아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린 자식을 키우면 전쟁, 평화 등의 가치가 과거 총각 시절과 달리 보다 피부에 직접 와닿는 "현실"이 된다. 아마도 이런 게 바로 아버지의 마음이란 건가 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육아일기, #젖병, #아기 재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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