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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지바른 솔숲에 자리한 조선왕실의 흔적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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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진산인 계양산 정기를 받고 태어나 고향땅에서 30년 넘게 살아오면서, 정작 내고장의 숨은 역사와 전통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아 이번 가을과 겨울에 지역 곳곳에 숨어있는 문화재들을 자전거를 타고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특히 인천시의 마구잡이식 난개발로 인해 계양산 등 소중한 자연유산까지 무차별적으로 파괴되고 있는지라, 그동안 소홀히 대한 지역 문화유산들은 잘 있는지 함께 찾아보자는게 본뜻입니다.

지난 9월 28일 인천 서구 서곶근린공원 운동장에서 (사)인천서구향토문화보존회가 주최한 '제6회 경서호상의식 상여소리 정기발표회' 공연을 지켜 보고는, 점점 사라지고 잊히는 지역의 전통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어쨌든 그 첫번째로 인천 계양구 작전2동 산2에 자리한 시도기념물 제43호 <영신군이이묘(永新君李怡墓)>를 찾아갔습니다. 인천지하철 경인교대역이나 작전역에서 내려 경인교대 방향으로 철마산과 중구봉을 바라보고 주택가 속으로 들어가면 "영신길"이 나옵니다. 이 영신길 주변의 울타리를 따라 가다보면 영신군이이묘가 있는 "영신공원"이 나옵니다.

네이버 지도에서 "영신공원"이라 검색하면 된다. 지도출처 : 네이버 지도
 네이버 지도에서 "영신공원"이라 검색하면 된다. 지도출처 : 네이버 지도
ⓒ 네이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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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신공원은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여름 철마산 줄기를 타고 중구봉에서 경인교대 방향으로 내려온 적이 있는데, 그 때 빽빽한 주택가 속에 자리한 영신공원을 우연히 지나친 적이 있습니다. 산길을 내려와 복잡한 주택가에서 길을 헤매는 동안 소낙비가 내려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던 것을 기억을 더듬어 찾아가 본 것입니다.

조선 태종의 둘째 아들인 효령대군의 손자이자 의성군 채의 여섯째 아들이라는 영신군 이이의 묘가 있는 공원입구 돌기둥에는 "조선왕조종실"이란 글귀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어, 사라진 왕조의 흔적을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반대편 돌기둥에는 영신군이이묘가 인천지방문화재이자 기념물임을 알리는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사라진 조선왕조의 흔적
 사라진 조선왕조의 흔적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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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접할 수 없게 굳게 닫힌 녹색 철문의 작은 문을 통해 공원 안으로 들어서면, 영신군이이묘가 계양산이 건너보이는 소나무 숲의 양지바른 언덕에 자리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눈에도 명당임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가을 아침 따스한 햇살이 묘역에 내려앉아 봉토묘와 잔디가 눈부신 황금빛으로 빛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양지바른 언덕에 자리한 영신군이이묘
 양지바른 언덕에 자리한 영신군이이묘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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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소나무가 석물과 빗돌과 함께 묘역을 지키고 있다.
 주변의 소나무가 석물과 빗돌과 함께 묘역을 지키고 있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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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2년(1454)에 출생해 정의대부(正義大夫) 영신군(永新君)에 봉해졌고 이후 부평에 낙향하여 기거하다가 중종 21년(1526)에 사망했다는 영신군 이이(李怡)의 묘역에는 부부의 묘를 비롯한 그 자손 14명의 분묘가 모여 있습니다. 그리고 분묘 주변에는 석물과 빗돌, 소나무가 왕실의 무덤을 지키고 있습니다.  

영신군 부부와 자손들의 묘를 지키는 석물
 영신군 부부와 자손들의 묘를 지키는 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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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석물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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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석물보다 작은 석물
 다른 석물보다 작은 석물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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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역을 보호하기 위해 둘러쳐진 둥그런 울타리를 따라 묘역을 둘러보면, 사라진 왕조의 영광을 지키는 석물과 비석, 무덤이 햇살에 각기 다른 모습으로 빛나는 것도 볼 수 있고, 언덕 위에서는 인근 작전동과 부평구 일대가 굽어보이기도 합니다. 묘역 뒤편으로는 철마산과 중구봉으로 오르는 산책도로가 이어져 있고, 그 산책로는 나이 어린 소나무들로 빽빽합니다.

효성동과 부평구 일대가 굽어보인다.
 효성동과 부평구 일대가 굽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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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해에 묘역의 잔디가 빛난다.
 아침해에 묘역의 잔디가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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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역을 둘러보다 안타까운 것이 있었는데, 영신공원 일대와 산자락까지 주택이 파고들었다는 점과 묘역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철제 울타리가 녹이 슬고 나무 울타리가 없는 곳에 철조망을 덧댔다는 것이었습니다. 미관상 그리 보기 좋지 않더군요. 공원 입구에 널브러진 의자들과 사라진 울타리들도 그러했고요.

현재 영신군이이묘의 소유와 관리는 전주이씨효령대군파영신군종회에서 맡고 있다고 합니다. 명색이 "조선왕조종실"의 묘역이라 하는데, 이런 부분들만이라도 챙겨주시면 안될까 싶더군요. 특히 세계도시축전이다, 아시안게임이다, 뭐다해서 정신없는 인천시에서 말입니다. 정작 돌보고 가꿔야 할 곳들은 소홀한 것이 아닌가 싶네요.  

영신공원 주변과 산자락까지 파고든 주택가
 영신공원 주변과 산자락까지 파고든 주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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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화재 주변관리가 제대로인건지 모르겠다.
 지역문화재 주변관리가 제대로인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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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철조망과 울타리 그리고 영신공원과 맞닿은 주택들
 녹슨 철조망과 울타리 그리고 영신공원과 맞닿은 주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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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다음 <우리지역 문화재 찾아보기 2편>은 인천 서구 검암동에 자리한 "인천녹청자도요지"입니다!!



태그:#지역문화재, #인천, #영신군이이묘, #영신공원,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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