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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긴팔을 꺼내 입어야 하는 가을이네요. 계절은 바뀌는 것도 모른 채 바쁘게만 지냈던 나날을 돌아보게 되네요. 정신없이 빠른 시간, 자연과 멀어진 생활을 반성하며 주말에 등산을 하였어요.
 
등산하면 나이 있으신 분들이 운동 삼아 하는 거라는 단견도 있었지요. 군대 시절, 끝없이 올라갔던 산이 지겹기도 했고 아직 젊고 건강한데 무슨 산이냐 라고 생각도 했었지요. 비싼 등산화에 등산복을 사서 주말마다 산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별로 이해가 안 되었어요.
 
그러나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하는 것이고 사람은 자연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두말없이 산을 오르길 시작했지요. 말로 표현 못하는 그 짜릿함과 즐거움을 등산하는 사람들은 알 거예요. 올라가기는 힘들어도 꼭대기에서 보는 경치의 맛과 내려오고 나서 “아, 좋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달콤한 피로감을.
 
조금만 둘러보면 곳곳에서 사람들을 안아주는 산들, 이번에는 가까운 관악산으로 발길을 향했지요. 푸르른 하늘도 묘한 구름들을 그리며 가을의 신비함을 보여주더군요.
 
 
관악산 공원에 도착하니 제 1회 관악 촛불 문화제가 열렸어요. 뉴라이트에 대한 비판과 민족지라고 자칭하는 <조선><동아>가 일제에 빌붙었던 사실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지요. 그리고 일제침략 당시 잔학했던 만행들을 보여주며 일제청산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하죠. 등산하는 많은 시민들이 잠깐씩 가던 걸음을 멈춰 서서 진지하게 글을 읽더군요.
 
 
입구를 지나 산으로 출발~ 햇빛에 반사된 연두빛 나무들이 어서 오라고 환영하네요. 그 눈부심에 잠시 눈을 떼지 못했어요.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산들바람과 사람들의 여유 있는 표정, 곳곳에서 다리쉼을 할 수 있는 의자들, 쉬면서 얘기하는 사람들, 이 모든 게 산행을 즐겁게 하네요.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산행이 좋기에 모든 게 즐겁게 보이더군요. 꼭대기에 올라가면 자신을 드러내겠다는 가을하늘의 속삭임을 들으며 천천히 둘러보며 걸어갔지요.
 

 

 

일요일마다 추억의 노래를 통기타로 공연을 하더군요. 2시부터 3시 30분까지 1시간 30분 동안 공연은 많은 사람들의 호응 속에 진행되고 있었지요. 익숙한 노래가사에 흥얼거리며 음악을 감상하였어요. 통기타의 선율이 마음 속 깊은 곳을 통통 건드리네요.

 
배꼽시계는 이미 시간이 지났다고 울려대더군요. 다시 발걸음을 옮겨 식사를 할 만한 곳을 찾았지요. 적당한 곳에서 일행과 둘러앉아서 맛있는 점심을 먹었어요. 와사비를 넣은 주먹밥을 직접 만든 친구를 보고 사람들이 자상하고 섬세한 남자 '알렉스' 같다고 하네요. 맛도 꿀맛이더군요. 김밥, 초밥, 주먹밥을 나눠먹으며 도란도란 시간을 가졌지요.
 

 
음식물을 남김없이 맛있게 먹고 뒷정리를 깔끔하게 하고 일어섰지요. 쓰레기들은 배낭에 넣고 발걸음을 옮겼지요. 산은 점점 경사가 심해지더군요. 든든하게 식사를 했더니 힘이 부쩍 나서 힘든 줄 모르겠더군요. 한발 한발 천천히 내딛으며 웃음을 지니고 산을 올랐어요.
 

 

산 중턱에 돌들이 모여져 있더군요. 여기저기에 돌탑이 쌓여져 있었지요. 돌들을 쌓으면서 빌었던 소원들은 이루어졌을까요? 정성이 깃든 돌들 사이를 지나 구석 한편에 돌들을 쌓아봐요. 무슨 소원을 빌까 생각해보니 바로 떠오르는 게 있었지요. 눈을 감고 조용히 기도를 드려봅니다. '더 평화로운 세상을 바랍니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어요. 꼭대기에 올라서니 탁 트인 풍경에 그동안 갑갑했던 가슴이 열리는 느낌이네요. 정상에서 경치를 보게 되면 다들 웃게 되지요. 올라오는 동안 흘렸던 땀을 시원하게 식혀주는 산바람이 솔솔 불어오네요. 물을 마시고 땀을 닦으며 풍치에 취하네요. 절로 '좋다, 좋아'가 입에서 나오네요. 이 맛에 사람들은 등산을 하나보네요.
 

 
고개를 돌려 서울쪽을 봤어요. 뿌연 하늘 아래 빽빽한 건물들, 탁 트였던 가슴이 답답해지네요. 산에서 바라보니 콘크리트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서울이 안쓰러웠어요. 탁한 공기를 맡으며 살아가는 수많은 시민들은 더 좋은 사회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지요. 정상에서 서울을 보니 탄식이 나오고 다시 저기로 내려가서 살아야 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거워지더군요.
 
이제 슬슬 내려가야죠. 내려가는 길에 바위 너머로 상서로운 기운이 느껴지는 구름들이 하늘에 보이더군요. 석양과 함께 신비로운 광경은 산이 주는 선물 같았어요. 운동도 되고 마음의 여유도 불어넣어주며 천천히 올라가는 지혜도 가르쳐주고 같이 올라가는 사람들의 고마움도 알게 해주는 산, 다음 주말이 기다려지네요.
 
곧 산은 단풍이 들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낼 거예요. 늘 그 자리에서 든든하게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산, 모든 걸 내어주는 산에 오르니 산이 말하는 듯합니다.
 
"나처럼 아름답게 살기를!"
 


태그:#관악산, #등산, #산행, #서울대, #가을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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