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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집값이 폭락할까? 9월 위기설에 이어 불안한 경제 상황을 놓고 말들이 많다. 초미 관심사는 무엇보다 부동산이다.

그런 가운데 인터넷은 정말 뜨겁다. 뜨거운 이유가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주로 말했다. "
집을 사라. 경제 위기는 아니다. 주식, 펀드 괜찮다."

하지만 바닥을 쳤다. 괜찮다던 주식, 펀드는 반 토막이 났다. 이젠 집값마저 심상치 않다. 오죽하면, 부동산 전문가가 부동산 투기 부채질 도사란 말도 나온다. 이러자 인터넷으로 더 눈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한쪽에서 말한다.

"닥치고 현금을 보유하라. 현금만이 살 길이다. 집값은 폭락한다. 있는 집도 팔아라. 대출부터 막아라. 현금을 쥐어라. 그러면 기회가 온다."

다른 한쪽에서도 말한다.  

"무슨 소리냐? 우리나라 부동산 역사에 집값이 내린 적이 없다. 집값 불패다. 물론 딱 한 번 내렸다. 그게 IMF다. 대출금 이자 무섭다 하되, 오르는 집값에 비할쏘냐. 집값 오르는 거 따지면, 비싼 이자 갚고도 남는 장사다."

인터넷의 부동산, 재테크 카페들만 논쟁이 붙은 게 아니다. 경제 위기가 초미 관심사로 떠오르며, 미디어 다음의 '아고라'는 온통 부동산 이야기로 넘친다. 지난 여름부터 9월 위기설이 끊임없이 이야기된 곳도, 집값이 폭락하니 현금을 보유하란 주장이 넘친 곳도 '아고라'였다.

"당장 현금을 보유하라, 집값 폭락한다"

'아고라' 경제토론방에서 유명한 시민논객 '미네르바'가 대표적이다. '미네르바'는 지금껏 계속 9월 위기설을 주장하며  위기를 대비해 당장 현금을 보유하라고 줄기차게 주장했다. '미네르바'는 일찍이 산업은행의 리먼 인수를 강력히 반대한 걸로도 유명하다.

인터넷에서 '미네르바'의 인기는 웬만한 경제 전문가 이상이다. 그의 경제 해설은 거칠지만, 누리꾼들에게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환율 급등, 주식 폭락 때마다 많은 누리꾼들은 그의 경제 예측이 맞아떨어진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아고라'에선 한 때 '미네르바'의 분석이 맞냐, 틀리냐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는 해프닝도 일어났다.

당정이 합의한 8ㆍ21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21일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참여연대와 환경정의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강부자 정부를 위한 부동산 규제완화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당정이 합의한 8ㆍ21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21일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참여연대와 환경정의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강부자 정부를 위한 부동산 규제완화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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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미네르바'는 16일에도 "현재 금융시장상 현금의 절대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현재 강남, 서초, 송파, 분당의 주요 경매 낙찰율이 이제 드디어 60%대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떨어지는 낙찰율을 부동산 폭락할 조짐으로 들었다.

그는 낙찰율 저하를 들어 "이것은 한 마디로 말해서 앞으로  향후 3~5년 내의 아파트 경기를 나타내는 일종의 주식 선행 지수와 똑같은 것"이라며, "한 마디로 강남 애들이 현금 실탄을 쌓아놓고 지금 준비 중이라는 200% 확실한 얘기"라고 강조했다.

재테크에 민감한 강남 사람들이 집을 사기보다 현금 보유액수를 늘리느라 여념 없단 해설이다. 그런데 왜 언론에 나오는 전문가들은 올해가 기회라며 계속 집을 사라고 조언할까?

이에 '미네르바'는 "언론에다 대고 집 사고 상가 사고 쌀 때 사라고 하는 게 삐끼질"이라며, "지금 같은 불완전 리스크 변동 시장에서는 주식이건 부동산이건 말 그대로 닥치고 현금이다. 지금 현금화시킬 수 있는 건 필사적으로 현금화 시켜서 끌어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네르바'는 "10년 전의 교훈을 나는 잊지 않았다"며, "10년 전에 부동산 대비 현금 보유자의 수익률이 평균 3.7배에서 4.2 배 이상, 말 그대로 현금을 쥐고 리스크에 올라타면 떼돈을 벌게 해 준다는 걸 한국의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10년 전 IMF 때 집값이 폭락했는데, 그때 현금을 지닌 이들만 폭락한 집을 사들여 재미를 봤다. 그런 상황이 다시 온다는 이야기다.

'미네르바'뿐이 아니다. '스나이퍼'는 아예 "무조건 팔고 월세 살아라", "무조건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금도 은행에 맡겨놓은 예금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실물 지폐다. 그는 "최악의 경우 5,000만원만 법적으로 보장됨"이라며 금융권에 대한 불안마저 드러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비관적일까? 이런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설명은 상당히 설득력 있다.

'스나이퍼'는 "미국의 투자은행들이 부동산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해서 문제가 발생했고 우리나라는 그 구조가 다르다고 하는데, 다르지 않다"며, 한국 부동산 담보대출 파생 구조가 "은행(LTV 60% 적용) -> 제2금융권(LTV  90%이상 적용) -> 대부업체 (LTV 100% 이상 적용)"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거품시세가 5억이라면 은행과 저축은행 또는 생명보험 등 제2금융권을 포함 전체 금융권에서는 4억5000만원을 대출해 준 것이고 거품시세가 10%만 떨어져도 경매비용 등이 발생하므로 제2금융권에서는 손실이 발생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게다가 경매진행시 최근 3회 유찰이 기본이다. 3회 유찰시 금융권이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1억6천에 불과하다. 이리 되면 금융권은 자금 확보를 위해 멀쩡한 대출도 회수하려 들것이고, 그만큼 경매에 들어가는 집이 늘 것이다."

집값 거품이 조금만 꺼져도 제2금융권이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얘기다. 

이어 '스나이퍼'는 "그런데 진짜 문제는 제2금융권은 자금력이 부족하므로 은행으로부터 부족자금을 차입하여 이를 가지고 주택담보대출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아파트 개발사업) 대출을 해주고 있다"며, "전국 미분양이 25만 채라 하는데 여기서 발생할 부실대출로 인해 은행이 떠안을 손실도 엄청나다"고 지적했다.

지난 16일 밤 방송한 KBS '시사기획 쌈'의 'MB정부 부동산정책 점검-건설족 전성시대 열리다’편.
 지난 16일 밤 방송한 KBS '시사기획 쌈'의 'MB정부 부동산정책 점검-건설족 전성시대 열리다’편.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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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금융기업 리먼브러더스를 쓰러뜨리고 미국 경제를 위기에 몰아넣은 건 익히 알려졌다시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다. 불량한 주택 담보 대출로 일어난 참사였다. 담보인 집이 제값을 하지 못하니, 집 팔아야 빌려준 원금도 건지지 못하는데다 집도 안 팔려 생긴 문제다.

문제는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일각에선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고 일축한다. 미국과 달리 주택을 담보로 대출해 준 돈이 실제 집값에 비해 꽤 적어, 집값이 아무리 떨어져도 그 집 팔면 빌려준 원금은 건지고도 남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바로 정부측 주장이다.

미국 리먼 위기가 우리나라에도 일어난다?

하지만 반론은 만만치 않다. 'choi_archi'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한국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이라며, "주택담보 대출이자의 연체 및 부실 ↔ 신용불안 ↔ 금융 및 가계 불안이 왔다리 갔다리 반복할 것인데 이 상황에서 너 같으면 집사겠니?”라고 꼬집었다.

이유는 있다. "가계대출 중에 62%가 주택담보대출이다. 담보대출의 90% 이상이 시장상황에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다. 또 담보대출 중에 25%가 단기 대출"이라는 것이다.

이어서 그는 '안전한 은행에서 주로 빌린 한국은 (미국과) 다르다'는 주장에 대해 "사채를 쓰든, 은행을 이용하든... '빚'을 못 갚으면, 그게 통틀어 '비우량'이 된다"고 꼬집었다.

'미네르바'는 지난 9일 아예 "11월 물가대란에 대비를 해야 할 시점"이라며, 가계별 늘어난 대출금과 그에 따른 이자액수에 주목했다. 그 증거로 '한국은행'이 공개한 '가계대출 잔액과 주택담보대출', 가계 대출 연간 이자부담액 도표를 소개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대출 연간 이자부담액은 2004년엔 20조원이 조금 넘었던 데 반해 2007년엔 40조원을 넘어섰다. 2008년 7월말 기준으로 정확히 44.3조원이다. 가계대출 잔액도 2005년 말 493.4조원에서 2008년 6월말 현재 622.8조원으로 증가했다. 그 가운데 주택 관련 대출은 208.4조원에서 248.7조원으로 증가했다.

결국 국내에서도 주택을 담보로 돈을 많이 빌렸고, 가계별 갚아야 할 이자가 4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이자가 늘면 돈 갚는 사람은 어려움에 처하기 마련이다. 거기다 경제 상황도 안 좋고, 덩달아 금리가 오른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뻔하다. 그 징후는 어쩌면 벌써 나타났는지 모른다.

다음의 '아고라'에 자신을 부동산 컨설팅 및 건설 관련일 을 10년 넘게 하고 있다고 밝힌 '강태공'은 18일 올린 글에서 "어제 오후, 오늘 오전, 강남, 서초, 송파 매수 전무, 매도 급증"이라며 "과도한 부동산 담보대출자들의 투매현상이 나타나기 시작"이라고 전했다.

부동산 담보 대출을 받았던 이들이 갚을 능력이나 이자를 갚을 능력이 사라지자, 울며 겨자 먹기로 집 팔러 나섰단 소리다. 문제는 집 팔러 나섰는데, 살 사람이 나서지 않아서다. 그렇다면 집값은 떨어진다.

문제는 집값이 떨어져도 팔리지 않을 때다. 결국 대출금 이자는 연체된다. 그 뒤 일어날 일은 뻔하다. 집 담보로 돈을 빌려준 은행은 그 집을 압류하고 경매로 넘긴다. 빚 내 집을 산 사람에겐 파산이나 다름 없다. 제대로 된 집값은 고사하고, 이전 집값에 훨씬 못 미치는 대출금에 집이 넘어가는 셈이다. 거기다 경매로 팔아도 경매가가 원래 대출금에 못 미친다면? 은행은 손해다. 이게 쌓이면 바로 금융권 위기다.

그래서일까? '이민석'은 투자도 성공과 실패로 나눠 "2006년을 전후로 한 투자의 결과는 전체인구 5% 안에 드는 부유층으로의 롤러코스터 타기와 30% 이하 저소득 하층민으로의 전락으로 다르게 나타났던 것"이라며 "부유층이라면 몰라도 대출이 많은 이들에겐 닥치고 현금 이전에 닥치고 '빚 청산'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분석했다.

현금은 둘째 치고, 당장 있는 빚부터 갚으란 조언이다. 금융 위기로 금리가 오르고, 대출금 부담에 대한 경고로 보인다.

"현금이 만능 아니다, 그래도 믿을 건 주택뿐?"

그렇다면 정말 당장 현금 마련이 최선일까? 무조건 현금을 보유하란 주장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현금을 보유하란 주장은 집부터 팔란 주장과 동일하다.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 부동산 차익을 얻으려던 이들에게 당장 집을 팔아 대출금을 갚으란 소리다.

만약 이 의견을 받아들인다면? 많은 집들이 매물로 나올 게 틀림없다. 팔려는 집들이 많아지면, 또 집값은 내려가기 마련이다.

미디어 다음의 '아고라'에서 경제 관련 시민논객으로 유명한 '미네르바'는 '당장 현금을 보유하라'주장한다.
 미디어 다음의 '아고라'에서 경제 관련 시민논객으로 유명한 '미네르바'는 '당장 현금을 보유하라'주장한다.
ⓒ 아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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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강력한 설득력을 발휘하는 이런 현금화 주장 역시 또 하나의 작전설이란 주장도 있다. '딘'은 부동산 투자를 가리켜 "막차타고 허리 휜 사람들 많지요. 그런데, 그들도 어느덧 터널의 절반은 지났습니다"라며, "아마도 그들은 지금 이제사 현금화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먹이 삼아서 그간의 고통을 보상받으려 할 겁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서 그는 "덮어놓고 현금화하라고 조장하지 마세요"라며, "현금이 만능이 아닙니다"라고 최근 무조건 현금 보유를 외치는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므로'도 ""물가 상승 원화가치 하락은 무엇으로 감당합니까? 현금만 가지고 있으면 됩니까?"라며, "이러한 경제 혼란기에는 대형주택폭락은 당연하나 소형주거는 항상 제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략) 강북 역세권은 지금보다 10%정도 상승할 가능이 있습니다. 경제 혼란기에 투자할 곳은 그래도 소용 주거용 주택뿐"이라고 무조건 부동산 폭락과 현금 보유 주장에 반대했다.

부동산 낙관론을 펴는 이들은 주장한다. 집값이 내린다고 해봐야, 정작 내릴 곳은 '버블세븐'이다. 지난 2006년 뒤 집값이 다시 폭등해 거품이란 이야기가 떠도는 강남권 집값이 제 자리를 찾는 것이지, 폭락은 아니란 주장이다. 강북권 소형은 내릴 게 없고, 내려봤자 적은 액수란 소리다.

'chuck331'은 아예 "부동산 폭락 안 합니다. 제가 증거"라며, "전 7호선 이수역 다음역인 남성역(사당동)에 재건축 아파트를 구입해서 이익을 많이 냈습니다. 부동산 서울시내 역세권(비강남권)은 아직도 괜찮고 용인, 의정부, 구리 이런 데 빼놓고는 크게 폭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과연 부동산에 10년 전 제2 IMF 같은 폭락 사태가 벌어질까? 아니면 그저 오버일까? 하나는 확실하다. 위기가 아니란 정부 주장은 설득력을 잃은 지 오래다. 지금 경제 위기를 기회로 도약하려는 사람들과 위기에 잘 대처해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의 눈이 부동산으로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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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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