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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어린 시절 가족사진. 왼쪽부터 양부 롤로 소에토로와 여동생 마야 소에토로를 안고있는 어머니 앤 던햄, 그리고 오바마.
 오바마의 어린 시절 가족사진. 왼쪽부터 양부 롤로 소에토로와 여동생 마야 소에토로를 안고있는 어머니 앤 던햄, 그리고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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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후세인 오바마'라는 이름으로 흑인 백그라운드를 가진 그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고까지 나올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나는 바로 이 곳이 미국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또한 이곳이 미국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는 것은 많이 힘들 것이라 예상했었다.

오바마는 케냐 출신 흑인 아버지와 캔사스 출신의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그가 2살이었을 때 아버지는 그와 엄마를 버리고 떠났다. 오바마가 10살이었을 때 아주 잠깐 동안을 빼면 그는 생부를 만난 적이 없고, 이후에 생긴 양부는 그나마 미국인도 아닌 인도네시아 사람이었다. 그 때문에 그는 10살까지는 인도네시아에서 살아야 했고, 그 이후 대학 진학 때까지는 하와이에서 외조부모와 함께 살았다.

하와이"도(!)" 미국이긴 하지만, 본토 사람들에게 하와이는 보통 '이국적인 곳'으로 인식이 된다. 그의 Half-sister는 백인과 인도네시아인의 피가 반반씩 섰였고, 그녀의 남편은 중국계 캐나다인이다. 한번은 오바마가 자신의 가족을 이렇게 묘사한 적이 있다. "크리스마스 때 가족들이 다 모이면 마가렛 대처에서 버니 멕(미국의 유명한 흑인 코메디언으로 몇 일전 폐렴으로 사망했음.)까지 다 있다"라고. 

그가 또한 우스개로 곧잘 하는 말 중 하나가, 자기 이름이 하다 못해 '베리(Barry) 오바마"도  "버락 스미스(Smith)"도 아닌, "버락 오바마"이기 때문에 너무나 사람들이 너무 생소하게 생각하고 무서워하기까지 한다고 했다. 

다양한 문화와 민족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미국이기 때문에 버락 오바마 같은 사람도 주류 백인과 같은 교육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또 성공할 수 있었지만, 실제로 그의 독특한 배경은 많은 주류 백인들, 특히 소도시, 블루 컬러 노동자, 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지 못한 백인 미국인들에게 다가가기 힘든게 현실이다. 게다가 공화당이 오바마에게 붙힌 "엘리트"라는 딱지가 가뜩이나 미국 서민들에게는 불편한 오바마를 더 멀게 만들었다. 부시 행정부가 실패한 행정부이고 메케인은 그런 행정부의 노선과 정책을 계승하는 셈이지만, 이것이 바로 오바마의 지지율이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이유이다.   

오바마의 연설 중 한국인인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은...

러닝메이트가 된 오바마와 바이든의 사진이 실린 오바마의 웹사이트 초기화면.
 러닝메이트가 된 오바마와 바이든의 사진이 실린 오바마의 웹사이트 초기화면.
ⓒ barackobam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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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연설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영감을 불러일으킨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공화당은 변화와 희망에 대한 그의 구호가 너무나 이상적일 뿐 실체가 없다고 비판해왔다. 실제 공화당 지지자들뿐 아니라 힐러리 지지자로 구분되는 블루 컬러 민주당원들에게도 오바마의 연설은 그리 크게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그는 자신이 추구하는 변화가 무엇인지를 29개의 구체적인 정책 제시를 통해 조목 조목 밝혔고, 존 메케인과 공화당의 정책, 노선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도 또한 구체적 예시를 통해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경제력이나 군사력이 아닌 미국이 주는 약속이라고 강조하며, 그것이 어떤 것인지를 또한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오바마의 연설 내용 중, 한국인인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은 그가 지적한 미국의 문제들이 앞으로 한국 사회가 겪게 될 문제들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니, 이미 겪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오바마는 지난 8년간 부시 행정부가 지향해온 "Ownership Society"가 현재 미국 국민들의 어려움을 더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개인의 책임(personal responsibility), 경제적 자유(Economic Liberty), 재산권의 소유(the owning of property)를 주요 덕목으로 하는 Ownership Society는 달리 말하면 무한 경쟁 체제, 최소한의 정부 개입, 사회 보장 제도의 최소화, 의료 보험 제도의 사유화 유지 및 강화, 복지 및 교육 예산 축소 등을 지향하는 사회이다.

부시 행정부는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정부의 감시와 규제를 강화하기보다는 시장의 자율 경쟁에 맡겨왔고, 개인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말로 정부의 책임을 등한시 해왔다.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면서 감세 정책을 실시했고, 그 덕에 부자들은 많은 혜택을 입었지만, 없는 사람들은 연금, 건강, 교육 등에서 더 많은 부담을 오로지 개인이 고스란히 져야 했으며, 결국 빈부 격차는 더욱 심해졌다.

오늘날 미국 경제 침체의 장본인이기도 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붕괴도 많은 부분에서는 이 Ownership Society가 그 원인이다. 가능한 많은 개인들이 자기집을 가는 것이 '선'이라고 믿었던 전 연방 은행 위원장 앨런 그린스펀은 집을 담보로 이뤄지는 모기지 융자에 대해서 정부의 감시를 소홀히 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바마는 메케인이 중산층을 위해 세금 감면을 해준다면서, 연 소득 50억 이하인 사람을 중산층으로 규정하고, 사회 보장 제도를 사유화하며 연금으로 투기를 하려 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메케인이 이러는 이유는 그가 국민의 생활에 관심을 쓰지 않아서가 아니라, 일반 국민들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힐러리가 미국의 블루 컬러 노동자들에게 특히 다가섰던 이유는 바로 그녀가 강력하게 밀고나갔던 유니버셜 헬스케어(국민 건강 보험) 때문이다. 미국은 소위 선진국 중에 국민 건강 보험을 갖고 있지 않은 유일한 나라로, 의료비용이 지우는 부담은 국민 건강 보험을 갖고 있는 한국사람들은 상상을 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의료비 때문에 살고 있던 집이 날라가고 개인 파산이 되는 것은 물론, 그 빚이 그 자식대에까지 고스란히 물려지는 게 오늘날 미국의 현실이기 때문에 오바마는 국민 건강 보험의 실현(힐러리와는 내용이 조금 다르지만)을 약속했고, 중산층을 위한 세금 감면과 교육, 복지 부분에 대한 투자 강화도 또한 약속했다.

오바마의 후보 수락 연설은 그 동안 강조되어왔던 희망과 변화의 메세지에 상대 후보와 현 정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본인의 구체적인 정책 제시가 매우 탁월하게 잘 조화되었다는 평을 들었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미네소타에서 공화당의 전당 대회가 열릴 예정이며,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와 오바마의 연설에 대응해서 공화당 전당대회와 메케인의후보 수락 연설이 어떤 내용이 될 지 벌써부터 많은 기대를 낳고 있다.    


태그:#미국 대선, #오바마, #메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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