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기사수정 : 2018년 10월 26일 오후 5시 50분]
 
지난 1일 아침 서울 삼청동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진입하려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경찰이 물대포를 쏘며 진압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1일 아침 서울 삼청동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진입하려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경찰이 물대포를 쏘며 진압을 시도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최근 촛불 집회 참가자들을 향한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말미암아 부상자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1일 경찰의 물대포, 할론 소화기 등의 사용으로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부상을 당하는 등 "비폭력"을 외치는 여러 무고한 시민들이 때아닌 병원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의 한 관계자는 "병원에 입원하거나 공식적으로 신고 접수된 인원만 100명이 넘는다"면서 "집에서 자가 치료를 받는 시민들까지 합치면 부상자 수는 매우 많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행히 지난 3, 4일은 경찰이 강경 진압에 나서지 않아 부상자들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늘(5일) 저녁부터 대규모 촛불문화제가 예고돼 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연휴를 맞아 서울을 모여 촛불문화제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때 또다시 경찰이 물대포와 할론 소화기, 곤봉을 휘두르는 등 강경 진압을 펼친다면, 촛불 하나만 든 시민들이 물리적인 타격을 받아 부상을 쉽게 당할까 우려됩니다.

물대포, 물이야 대포야?
 
지난 1일 새벽 서울 경복궁역 부근에서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및 재협상을 요구하는 학생들이 스크럼을 짠 채 경찰 살수차(물대포)를 맞으며 버티고 있다.
 지난 1일 새벽 서울 경복궁역 부근에서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및 재협상을 요구하는 학생들이 스크럼을 짠 채 경찰 살수차(물대포)를 맞으며 버티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경찰은 지난 1일 시위 진압 과정에서 살수차를 이용해 '물대포'를 사용하였습니다. 물대포의 위력은 TV와 인터넷 동영상 등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경찰청의 운용 지침상 시위 진압용 물대포의 수압은 1000∼3000rpm(분당 회전수)으로 알려졌습니다.

소방방재청의 한 관계자는 "소방 펌프차는 2000rpm 정도에서 6kg/㎠의 수압을 준다"면서 "이 정도의 위력이면 유리창을 깰 정도"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10m와 20m에서 물을 맞을 때 위력이 다르다"면서 "압력이 세기 때문에 가까운 곳에서 맞는다면 상당히 위험하므로 절대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물대포의 위력, 상상 그 이상
 
지난 1일 아침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며 서울 삼청동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진입하려던 집회 참가자가 경찰 진압과정에서 다쳐 응급차에 실려가고 있다.
 지난 1일 아침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며 서울 삼청동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진입하려던 집회 참가자가 경찰 진압과정에서 다쳐 응급차에 실려가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이제 물대포의 위력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지난 1일 새벽 집회에 참가했던 정아무개(23)씨는 귀 고막의 3분의 2가 파열돼 치료를 받고 있고, 눈에 직접 물대포를 맞고 치료 중인 김영권(36)씨는 눈앞의 형체를 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시력을 잃은 상태입니다.

정아무개씨의 예에서 보듯 귀 고막은 쉽게 파열될 수 있습니다.

정기남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뺨을 맞는 것과 같이 갑자기 센 압력을 받으면 고막이 파열되기 쉽다"면서 "파열된 고막에 물이 묻으면 염증 등이 생겨 회복이 더딜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어 정 전문의는 "고막이 파열되면 소리가 울려 들리게 된다"면서도 "시위 중 주위가 시끄러우면 구분이 힘들기 때문에 고막이 파열된 것을 알지 못할 수 있다"고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경우 병원 방문을 조언합니다.

한편 김영권씨와 같이 물대포는 눈에 다양한 외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한 안과 전문의는 "물대포의 수압에 의해 외상성 전방출혈, 망막 진탕, 맥락막 파열, 그리고 안와 골절 등 다양한 눈의 외상 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질환들 외에도 엄청난 수압에 의해 홍채해리, 수정체탈구 등 많은 문제의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합니다.

이 전문의는 이어 "생각보다 실명은 쉽게 생길 수 있다"면서 "가능한 눈 주위에 직접적인 물대포는 피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물대포 공격, 2차 손상 조심해야...장기 내부 손상 가능

물대포를 몸에 직접적으로 맞는 경우 눈이나 귀와 같은 장기 이외에도 또 다른 손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황정연 국립의료원 응급의학과장은 "물대포의 강한 수압으로 인해 넘어지면서 생기는 2차 손상이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물대포의 압력에 따라서는 장기 내부 손상도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와 같은 의견을 반영하듯 지난 1일 촛불문화제 참가했던 오미경 서울대 인문대학생회장은 2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고성국입니다>에서 "나는 (물대포를) 맞아서 쓰러졌다, 사람을 쓰러뜨릴 정도의 위력이다"면서 "원래 가까이서 쏴서는 절대 안 되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무기라고 생각한다"고 물대포의 위력을 설명했습니다.

한편 물대포에 의해 여러 사람들이 물에 젖게 되면 '저체온증'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황정연 국립의료원 응급의학과장은 "물대포를 맞고 저체온증이 되려면 온도 등 여러 가지 요인이 필요하지만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 더 취약하다"면서 "저체온증이 걸리지 않으려면 빠른 시간에 물에 젖은 몸을 말리고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지난 1일 오전 7시 45분경 서울 안국동 네거리에서 강제해산작전에 나선 경찰이 도망치는 한 시민의 뒤통수를 몽둥이로 내려치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7시 45분경 서울 안국동 네거리에서 강제해산작전에 나선 경찰이 도망치는 한 시민의 뒤통수를 몽둥이로 내려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물대포만 위험한 것 아니야

경찰의 '무기'는 물대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경찰은 촛불문화제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시위 진압용 방패와 몽둥이로 시위대에게 직접 가격하고 할론 소화기를 안면에 정면으로 분사하는 등 시민들에게 부상 위험이 높은 진압 방법을 사용하여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시위 진압용 방패와 몽둥이로 직접 가격당하는 것은 사고의 위험이 그 무엇보다 높습니다.

인체에서 가격을 당하는 부위 모두에서 부상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머리에 가격을 당한다면 뇌진탕과 뇌출혈, 그리고 가슴에 가격을 당한다면 심장마비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할론 소화기의 안면 분무도 매우 위험합니다.
 
지난달 25일 새벽 종로 거리를 점거한 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를 열고 있던 시민들에게 경찰이 소화기를 분사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새벽 종로 거리를 점거한 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를 열고 있던 시민들에게 경찰이 소화기를 분사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안과 전문의는 "안면에 직접 소화기를 분무하는 것으로 인해 화학적 각막 화상 등이 예상된다"면서 가급적 직접적인 접촉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시간을 내서 촛불 문화제에 참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촛불문화제에 참가하기 위해 건강 문제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시민들을 더욱 힘 빠지게 합니다. 또한 촛불문화제 참가자에 대한 경찰의 폭력적 진압은 문화제 참가자들에게 더 큰 부상을 안길 위험이 있습니다.

시민들이 평화적인 촛불문화제를 참여하기 위해 더이상 갑옷을 입고 헬멧을 써야하는 상황이 나오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덧붙이는 글 | [촛불 시위 부상자 신고 접수]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서는 촛불 시위 도중 부상을 당한 시민들의 신고를 접수하고 있습니다.
www.antimadcow.org (전화 : 02-2138-1119)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예천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태그:#물대포, #촛불문화제, #과잉진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