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집에서 책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혹시나 신문 보라고 찾아온 사람이 아닌가 싶어서 문을 열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계속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등기우편이 도착했단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인터넷으로 책을 산 일도, CD를 산 일도 없는데 무슨 등기우편인가 싶어서 문을 열고 나가봤더니,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등기로 선물이 왔다. 비에 조금 젖긴 했지만 예쁜 글씨로 뭔가 적혀 있는 작은 카드와 '사랑의열매' 핸드폰줄이었다.

 

 

내 생각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한 후배를 만나다

 

대학교 3학년 때,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한 후배를 알게 되었다. 나와 생각도 비슷하고 하는 행동도 비슷해서 우리는 금방 친해지게 되었다. 물론 그때는 그 후배가 나를 이렇게 바꿔 놓을 줄 몰랐다.

 

어느 날, 그 후배의 집안 사정을 듣게 되었다. 그 후배는 나에게 등록금을 낼 돈이 없어서 교회에서 장학금을 받아 학교에 다녀야 하며, 사는 집도 월세가 많이 밀려있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가족 중 자신밖에 없어서 과외를 한 번에 5개까지 해 본 적도 있다고 했다. 얼마 전까지도 그 후배는 휴학하고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 후배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내가 참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았구나!' 싶었다. 용돈이 끊긴 일도 없었고, 사고 싶은 책이나 CD를 사도 용돈은 항상 남았다. 월세 걱정 없는 집에서 살았고,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그리고 장학금을 받지 않아도 돈 걱정은 하지 않았던 게 바로 나였다. 그리고 이런 걸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도 역시 나였다.

 

가끔 그 후배가 돈이 필요해서 1, 2만원 정도를 빌려달라고 할 때가 있었다. 처음엔 그 돈이 참 아까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돈이 없어도 잘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오히려 그렇게 주고 나니 후배는 후배대로 생활비 걱정을 조금 덜어서 좋았고, 나는 나대로 무분별하게 돈을 쓰던 버릇을 고칠 수 있었으며, 또한 내가 다른 사람들을 충분히 도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삶의 작은 원칙, 작은 금액이나마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는 삶을 살자

 

대놓고 말하기가 참 부끄럽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나는 작은 원칙을 하나 정했다. 용돈을 받든 내가 돈을 벌든 내 수입의 5%는 다른 사람을 위해 쓰자는 게 바로 그 원칙이다.

 

물론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한 내게 있어 5%를 내놓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내 한 달 용돈은 10만원인데, 이 중 5000원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내놓는다는 것이다. 5000원이면 패스트푸드점에서 식사 한 끼 정도의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석 달 정도만 모으면 음악 CD 한 장을 사거나 책 한 권을 살 수 있다. CD 모으는 것과 책 사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솔직히 매달 그 돈이 나갈 때마다 막고 싶은 기분도 많다.

 

특히 용돈 이외의 다른 돈이 들어올 때도 정확히 5%를 다른 사람을 위해 쓰는데, 이 5%의 금액은 내가 처음부터 작정한 금액이 아니므로 더욱 내 마음대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겨우 참아가며 용돈에서 받는 5000원은 어린이 복지단체에, 그리고 용돈 이외의 다른 돈에서 5%에 해당하는 금액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보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지금 이렇게 기부를 하는 것이 습관이 되지 않으면, 나중에 더 많은 돈을 벌었을 때 과연 쉽게 기부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오늘은 6월 5일이다. 매달 5일은 어린이 복지단체에 보내는 후원금이 내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날이다. 비록 아직은 내가 나눠줄 수 있는 부분이 매우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여도, 작게나마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에 난 행복하다. '사랑의열매' CF에 나오는 광고문구처럼, 나눔은 정말 '행복 + 행복'인가 보다.


태그:#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