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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교육연구소, 대안교육연대, 생태지평연구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환경운동연합 등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청소년 강강수월래단'이 4월14일 한강하류 강서습지생태공원에서 출발해 낙동강 을숙도에 이르는 47박48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50여명으로 구성된 강강수월래단은 최근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경부운하 구간을 걸으면서 자연 생태와 환경, 역사 등에 대한 글을 8차례에 걸쳐 <오마이뉴스>에 보낼 예정이다. 이글은 변형석 노리단 작은학교 교사가 대표 집필한다. [편집자말]
서울에 있는 한강 다리들. 저 촘촘한 교각 사이로 배가 시속 30km로 운행될 수는 없다. 게다가 다리는 자전거를 타고 가다 사진을 찍는 것도 짜증날 만큼 많았다. 한강 하류에서도 속력을 낼 수 없는 구조인데, 대체 어디서 시속 30km로 달릴 수 있다는 말일까.
 서울에 있는 한강 다리들. 저 촘촘한 교각 사이로 배가 시속 30km로 운행될 수는 없다. 게다가 다리는 자전거를 타고 가다 사진을 찍는 것도 짜증날 만큼 많았다. 한강 하류에서도 속력을 낼 수 없는 구조인데, 대체 어디서 시속 30km로 달릴 수 있다는 말일까.
ⓒ 변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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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을 걷고 있는 강강수월래단
 강변을 걷고 있는 강강수월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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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구간 참가자중 나이가 가장 어린 홈스쿨러 명주(14)
 전구간 참가자중 나이가 가장 어린 홈스쿨러 명주(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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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를 만든 사람들은 다 죽었다. 30~40년이 지난 지금 그 피해와 책임은 고스란히 후손에게 남겨졌다."

플로리다 운하 구조를 연구해 카트리나 참사를 12시간 전에 예측한 것으로 유명해진 핫산 마시리키 교수의 말이다. 나는 유독 "운하를 만든 사람들은 다 죽었다"는 말에 꽂혔다. 사람은 누구나 다 죽는다는 사실이야 새삼스러울 일이 아닌데도 말이다.

'청소년, 강을 노래하다'라는 이름으로 지난 14일부터 한강과 낙동강을 따라 도보여행에 나선 친구들. 그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친구는 14살. 평균수명 연장까지를 고려하면 그들은 나보다 30년은 더 살 것이고, 이명박 대통령보다는 60년을 더 살 것이다.

운하가 만든 세상에 가장 오래 살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라 이들이다. 그러나 아무도 운하를 만들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서 이들에게 묻지 않는다. 청소년 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또또'는 이렇게 말한다.

"청소년이 정치적 목소리를 낸다고 할 때 많은 어른들이 반감을 보인다. '우리가 하면 되지 너희는 공부나 해라' 이런 식이다."

그리 말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청소년들이 공부나 하고 있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을 당신들은 어떻게 책임질 요량인가, 하늘에서 빌어주기라도 할 셈인가?

세상을 뒤바꾸어 뒷일을 책임질 수 없는 일, 삶의 세계에 지속적인 변화를 가져올 일에 대해서는, 책임지고 감당해야 하는 이들에게 먼저 물어야 한다. 세대 간의 협력도, 지속가능성과 공존에 대한 성찰도 없이, 오로지 '자신'과 '자기자식'만을 생각했던 이들이 '88만원 세대'와 이 황폐한 토건국가를 만들었다. 구세대가 바꿀 수 없다면 새로운 세대가 바꿀 수밖에 없다. '청소년, 강을 노래하다'는, 청소년들이 직접 경험하고, 체험하고, 말하기를 바라며 시작되었다.

대운하 홍보 사진
 대운하 홍보 사진
ⓒ 변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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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슴푸레한 첫 기억 속에서는, '강에 배를 띄운다니 그것도 나름 괜찮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강에 배가 다니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겠고, 유럽에 익숙한 상상력으로는 기껏 로맨틱한 강변의 풍광을 떠올리며, '그거 괜찮네' 했었다.

게다가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한다고도 했다. 한강은 서울에 있고, 낙동강은 부산에 있는데 그게 대체 어떻게 연결되나 의아했었는데, 40㎞만 연결하면 두 강이 연결된다는 것이었다. 놀랍기도 했다.

지도를 보니 정말 그랬다. 쓸만한 정보는 관광지도만큼도 없는 사회과부도란 것을 혐오했던 내게는 대단히 놀라운 충격이었다. 이 여행에 참가한 청소년들에게도 운하가 신기하긴 했던 모양이다. 유인촌이 등장하는 대운하 홍보영상에도 혹하기도 한다. "하늘엔 조각구름 떠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있는", 아! 대한민국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무언가 많이 이상했다. 일단 배라는 것이, 노 젓는 오리배나 유람선 수준이 아니었다. 5000톤급 바지선이라는데, 그 배는 축구장보다도 20m가 길었다. 그 배가 나의 자전거 최고 질주 속도만큼 되는 30㎞로, 그것도 한강·낙동강 합쳐서 120개쯤 되는 다리의 교각 사이를 달린다는 것이었다. 이건 낭만이고 로망이고 그런 것과는 일단 거리가 멀었다. 그건 바나나껍질폭탄 떨어지는 '카트라이더' 게임에 가깝다.

배가 그렇게 달리기 위해서는 강바닥의 수심이 9m가 되어야 한다. 여행을 좀 다녀본 사람들은 알 텐데, 강이란 것이 한겨울에는 비쩍 말라서 둑과 둑 사이에 물이 들어찬 흔적을 보며, 정말 저기까지 물이 차는 게 맞나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그 차이를 '전문용어'로 하상계수라 하는데, 낙동강의 하상계수는 무려 260이다. 물이 많을 때와 적을 때 260배 차이가 난다는 말이다). 시냇물 같은 것이 졸졸 흐르고 있는데 아무리 들여다봐도 강이, 강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거기에 축구장보다도 긴 배를 어떻게 띄운단 말인가.

그런데 그게 그리 어렵진 않다는 것이다.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둑에 찰랑찰랑, 홍수나기 직전만큼 물을 채우는 방법이 1안, 그게 홍수에 좀 위험해 보이면 물 높이는 그대로 두고 바닥을 9m쯤 파는 것이 2안이다. 아주 간단하다. 그리고 그렇게 파낸 모래와 자갈은 '골재'라 불리는 '돈'이 된다. 그걸 팔면 공사비가 절반쯤 나온다. 그러고 나서 한강과 낙동강만 이어주면 된다.

백두대간의 줄기인 조령산이 있지만 '25㎞만' 터널을 뚫으면 된다. 중부내륙 고속도로를 만드는데 70여km나 터널을 뚫었으니 너무나 친환경적인 냄새도 난다. 거기에 축구장만한 배를 들어 올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리프트를 만들면 사람들은 그것을 보러라도 일부러 올 것이다. 경제성과 첨단 테크놀로지와 친환경과 관광상품이 결합된 절묘한 안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아마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강'은 '길'이 아니다

서울부터 부산까지를 온통 파내서('준설'이라고 한다) 운하를 만든다 했는데, 이명박씨가 대통령까지 되었으니 청계천 밀어붙이듯이 앞뒤 안가리고 밀어붙일 것 같았다. 경제성 평가야 어찌되었든 환경영향평가와 문화재 조사에만도 수년 이상 걸릴 테고, 그렇게 철저한 검증을 거쳐도 미심쩍을 마당에 내년 봄 착공을 못박고 있었다.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물길"을 여하한 일이 있어도 만들 태세였다.

착공을 하면 그때는 정말 포클레인 아래에 드러눕자고 생각했다. 천안문 광장에서 맨몸으로 탱크를 막아섰던 그 사람처럼, 까짓 거 못할 거 뭐 있나, 돌과 쇠파이프 날아드는 데서도 살아봤는데 죽이기야 하겠나하는 생각도 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것이 '강'인 탓이었다. 수십 년 토목공사에 지치고 피로한 탓도 있겠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강을 생명이라, 생명의 원천이라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강은 강이지, 길이 아니다.
 
'48일' 전 기간 동안 맨 앞에서 깃발을 들고 가겠노라 자청한 예솔이(제천간디학교 3학년)가 무심코 한 말이 답이 되었다.

"처음에는 운하 만들어지면 멋있을 거 같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엄마가 운하 만들려면 강바닥을 파야한다는 거예요. 강은 있는 그대로 생명이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운하를 만들면 강이 아니라 '물길'이 되는 거잖아요."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익숙해진 '물길'이라는 단어. 생각해보면, 얼마나 인간 중심적인 오만인가. 씨를 뿌리고 꽃을 피우며, 집을 짓고 먹고 자며, 태어나고 생을 마감하는 수천종의 생물들에게 강은 집이며 고향이고 삶의 터전이다. 그곳에 배가 다닌다고 해서 그곳을 '길'이라고 부르면 안된다. 강은 길이 아니다. 예솔이가 답을 주었다.

강이 죽었다고 믿는 사람들

강 주변의 식물을 관찰하고 그림을 그리는 강을 노래하다 프로그램
 강 주변의 식물을 관찰하고 그림을 그리는 강을 노래하다 프로그램
ⓒ 변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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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즈음, 뭐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지 싶다. 4대종단의 종교인들은 영하 15℃ 날씨에 한강과 낙동강 도보 순례를 시작했다. 지금은 영산강을 순례중이다. 대운하 체험 일일투어도 있었고, 수많은 탐방취재 기사들이 언론에 게재되었다. 지상파 3사도 경쟁적으로 운하를 다루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강 가까이에 가보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수치놀음 탁상공론에, 곡학아세하는 정치공학자들을 욕하지만, 정작 나도 강을 모른다. 어렸을 때는 서울 하천변 둑길을 뛰어놀며 자랐지만, 있는 하천은 복개하고, 위에는 강변북로, 아래에는 올림픽대로, 접근조차 불가능하게 틀어막는 무식한 난개발의 결과, 강은 경부고속도로 금강 휴게소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것이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나도 강이 어떤 것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팔당지역에서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계신다고 소개하신 노득환 선생님이 그 아련한 기억을 불러내주었다. 팔당댐을 막아 거대한 호수가 되기 전에는 한강이 물줄기로는 150m쯤 밖에 안되고 수심도 얕아서 조금만 헤엄을 치면 건널 수 있었단다. 그곳에는 수풀과, 여울과, 애환이 새와 동물들과 살고 있었다고. 겨울에는 얼음 아래로 칼조개와 키조개를 잡으며 놀았었다는 이야기에는 구파발 어느 개울에서 고기를 잡으며 놀았던 내 유년시절이 포개졌다. 그게 30년 전의 일이다.

지금 서울 사람들이 발을 담그고 놀 수 있는 곳은 한강물을 펌프로 실어나른, 하천이라 하기도 민망한 청계천이 전부다. 그나마 그 물도 더러워서, 발을 담글 경우 피부병을 조심하라는 의사의 충고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니 모두가 도시에 사는 삭막한 대한민국에 강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내 세대의 사람들에게는 그나마 강에 관한 짧은 기억이라도 있지만 지금의 청소년들에게는 그 조차도 사치다. 여행을 함께한 청소년들은 대부분 강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고 말한다. "더러운 물", "죽음", "사후세계", "인간이 망가뜨린 것", "더럽고, 죽은 줄 알았던 곳", 그런 것이 강이었다.

하지만 강과 함께한 단 이틀 만에 그 시선은 바뀌기 시작했다. 강은 "오염되었지만 새들이 사는 곳"이고, "바다 못지않게 생물들이 많이 사는 곳"이며, "아직까진 살아있는 곳"이다. "푸근하게 무언가를 안아주는" 강은 "아름다워"서 "보존해야할" 곳이라고 말한다.

운하를 만들면 강이 살아날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발상은, 강이 "더럽고, 죽은 줄" 아는 사람들의 것이다. 강에 가보지 않은 자들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아마 죽을 때까지 모를 것이다. 그들이 강을 노래하러, 강의 노래를 들으러 강으로 갈 일은 가능성 제로이기 때문이다.

당정섬의 기적

당정섬 연못
 당정섬 연못
ⓒ 변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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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 강변 생태공원 물펌프. 이 펌프가 슾지를 조성하는 데 큰 역하를 했다.
 하남 강변 생태공원 물펌프. 이 펌프가 슾지를 조성하는 데 큰 역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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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 가진 위대한 생명력을 기적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미사리 조정경기장 바로 옆에 있는 '당정섬'이 바로 그곳이다. 은빛 고운 모래가 아름다웠던 당정섬은 1986년까지 행정구역상으로도 엄연히 존재하는 섬이었다. 사람이 거주했던 기록도 남아있다. 하남 푸른교육공동체 운영위원이며 화가인 강성주씨가 전해준 이야기다.

그러던 섬을 86년부터 9년 동안 골재를 채취한답시고 파내어 동서 2.3km, 남북 1.25km의 커다란 은빛 모래의 섬이 95년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섬을 추억하던 사람들은 '섬이 있던 곳'이라는 비석을 세우기도 했다(조선일보, 2007.10.24). 그런데 그 섬이 다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강성주 화가도 지인이 "좋은 친구 하나 소개시켜 준다"며 초대하는 덕에 알게 되었다고 한다. 지인이 보여준 사진 속에는 마치 유럽과 같은 풍경 속에(실제로 지인이 그리 속였다 한다) 겨울에 떠가지 않고 남아있던 고니 한 마리가 같이 찍혀있었단다. 고니는 국내에 900마리 정도가 날아오는데, 당정섬에만 300마리가 날아온다.

실제로 가본 그곳은 벌써 풀과 나무가 무성하게 자란데다 작은 연못들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천연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인간이 파낸 그 자리를 강이 스스로 복원하고 있었다. 섬이 다시 생기자 식물과 물고기들이 자리를 잡고, 그곳에 철새들이 모여들어, 겨울이 되면 이 지역은 수천마리의 새들로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이곳과 연결된 현재의 생태공원도 원래 모래밖에 없던 곳이었지만, 푸른교육공동체 사람들이 집요하게 하남시를 설득하여 6년간 주구장창 강물을 끌어올린 덕분에(사람들은 미친 짓이라 비웃었다고 한다) 지금은 수백그루의 자연산 나무와 갈대밭이 장관인 곳이 되었다. 그곳에 드나드는 새만 40여종에 이른다고 한다. 자연과 인간의 노력이 합쳐져서 만들어낸 기적이다. 이 일에 국가가 한 일은 두 달 포클레인 사용권과 물 펌프가 전부다.

아마도 당정섬의 기적은 한강과 낙동강에 살아 넘치는 생명력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일 것이다. 자연(自然)은 스스로(自) 그렇게(然) 살아있는 것이다. 강의 노래를 듣는 일은 새로운 앎을 우리에게 줄 것이다. 강을 시로 노래하자고 한 시간, 한 친구의 시를 소개한다.

알면서 모르는 강 - 이수림

옆에 있었는데
나는 그걸 몰랐다

내게 말했는데
나는 듣지 못했다

강이 옆에 있던 걸
내게 말해주던걸
나는 알면서 몰랐다

48일간 550km... 화장실도, 수도꼭지도 없는 곳에서


왼쪽은 첫날 사고로 다치신 문창식 지원단장. 오른쪽은 70명의 밥을 위해 급조한 식사준비 트럭.
 왼쪽은 첫날 사고로 다치신 문창식 지원단장. 오른쪽은 70명의 밥을 위해 급조한 식사준비 트럭.
ⓒ 변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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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떠난 지 3일째, 벌써 밤인데 춥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오늘은 공설운동장에 무허가로 텐트치고 자는 날이다. 답사를 해보니 화장실은 하나쯤 있는 것 같고, 수도는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지원차량이 줄 수 있는 물은 먹는 물과 양치하는 물 정도가 전부다. 그런 식으로 48일을 가야한다. 나도 잘 엄두가 안나는데 자발적으로 참가한 청소년들이 대단하다. 서울 강서 습지공원에서 열린 시작행사에서 디딤돌(대표란 권위적이어서 쓰기 싫다고 새로운 역할과 표현으로 디딤돌이란 말을 썼다)인 동훈이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강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다시 한 번 깨닫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왜 잃어버려야만 그 소중함을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에게 끊임없이 소통하고자 하는 그들의 몸부림을 우리는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회의 분위기에 이끌려, 어른들이 정한 것에 옳다, 그르다 말하기 보다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상. 우리의 눈으로 우리의 소리로 말하고 싶습니다. 미래세대를 살아갈 청소년들이 부르는 '강의 노래'를 귀 기울여 들어 주십시오."

예상보다 두 배나 많은 70명의 인원, 첫날에 불의의 자전거 사고로 최소 열흘간 깁스를 하고 있으셔야 하는 지원단장님, 70명분의 세끼 식사를 책임지시는 게 너무나 버거운 느티나무(동훈이의 어머님), 차량지원에 식사와 텐트 준비에, 단 이틀 만에 표정이 어두워진 개똥쌤, 돈부터 섭외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고 계셔서 종일 전화기를 놓지 못하고 사시는 불고('불타는 고구마'의 준말이라 함, 기원은 아직 나도 모름)까지.

이 연재기사에 자주 등장하게 될 중요한 캐릭터들이다. 물론 더 중요한 등장인물은 26명의 청소년 단원들이다. 그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보다 백만배 더 중요한 '강의 노래'에 귀 기울여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이명박 대통령을 위한 보너스 하나

장난기가 발동해서 아이들에게 짓궂은 질문을 해봤었다. 사람들이 반대하는 데도 만약 이명박 대통령이 운하 건설을 강행하면 어떻게 할 거냐 물었다.

지난 이틀간 참가자 중 최연소(?)였던 두 친구 중 한 명인 김성민(산곡초등학교 5학년)은, 막상 여기는 왜 왔냐니까 학교 빠지고 자전거도 타고 그러는 게 좋아서 왔다고 해놓고는, 운하를 만들면 "이명박 아저씨 대통령에서 내려버려!"란다. "어떻게?" 물었더니, "이명박 아저씨가 나쁜 짓 하면 대통령에서 떨어지게 할 거"라며, "운하 만들려고 하면 사람들을 모아서 반대"할 생각이라고 한다.

예솔이는 "가서 드러누울 거예요" 그랬는데, "무섭지 않아?"라고 물었더니 "저 별로 삶에 대해 끈질긴 욕망은 없어요. 만약에 죽어서 운하가 저지 된다면 이 한 몸 불살라…"하며 웃는다.

테러리스트도 한 명 있었다. 역시 초등학교 5학년인 박결(분원초교)은 "운하 만들면 이명박 아저씨한테 돌 던질 거에요" 그러기에, "그건 좀…" 그랬더니, "그럼 포크레인 기름통에 각설탕을 넣어버릴 거에요, 그거 넣으면 못 움직여요"라고 한다.

백골단(체포전담반)이 다시 만들어지니 어쩌니 흉흉한 소문이 나도는데, 이명박 대통령님, 국민적 합의 없이 운하를 강행하시려거든, 백골단도 좋지만 아동·청소년 전담반도 만드셔야겠습니다. 포크레인 기름통에 각설탕 넣었다고 '아동폭행'하는 대통령이 되면 골치 아프지 않겠습니까?

[인터뷰] 푸른교육공동체 강성주 화가

강성주 화가
 강성주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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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이 곳에 오게 되었나?
"서울에 살다가 내려온 지 5년 정도 되었다. 아이 대안교육 때문에 왔다. 아이는 대안학교 다니다 지금은 일반 초등학교 다닌다. 내가 한 7~8년 정도 야생동물도감을 만들었다. 책 만드는 데 4년 정도 걸렸고 전국에 안가본 데가 없다. 애완동물 도감 같은 거 그렸으면 돈 좀 벌었을 텐데…(웃음) 아이 공동육아 하고 나서 도시에서 무슨 그림을 그려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에 오면 이야기가 있다."

- 이곳(당정섬과 생태공원)에 동물들은 얼마나 있나?
"여기 검단산이 큰 산이다. 이 산이 물하고 강하고 다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이 산의 동물들이 내려온다. 새는 약 40종 정도. 산까지 하면 50종. 포유류는 물에 사는 것은 거의 다 있다. 강 앞에 버드라인(Bird-Line)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새가 보이면 돌을 던진다. 그러다 보니까 새들이 경계하고 멀리 간다. 일본에는 고니가 사람들 있으면 1m 가까이 온다. 모이를 주니까. 여기 새들도 선을 안다. 그래서 가까이 안온다."

- 도로로 잘려 있는데도 동물들이 올 수가 있나?
"산에 있는 야생동물들은 먹이활동 때문에 겨울에는 도로가 있어도 많이 온다. 겨울에 눈 쌓인 곳 강가를 걸어보면 발자국 들이 꽤 많이 나 있다. 우리 가족은 매주 이곳에 온다. 겨울에는 새를 보러오고, 4월부터는 풀들 보러 온다. 사람들은 무심코 지나가지만 팻말 하나 박아놓으면 더 보게 되고, 관심도 가지게 되고, 그래서 팻말 붙이며 씨를 뿌리는 일을 하는 것 같다. 아이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런 거 별로 안좋아한다. (웃음)" 

- 강 수심이 얕아 보인다.
"여기(당정섬)가 86년까지 사람이 살았었다. 주소지를 확인해보면 나와 있다. 북쪽은 물이 급하고 이쪽은 퇴적이 된다. 사람들은 이곳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 이런 곳 만들려면 2000억은 들거다. 이 많은 동물들을 동물원에서 기르려고 생각해도 수백억원 들거다. 겨울에는 꼭 한 번 와봐라. 대단한 곳이다. 낙동강은 강이 큰데, 여기는 강폭이 좁고, 보기가 쉽다. 밀도는 여기가 낙동강보다 더 높을 것이다.

- 여기는 어떻게 알게 되었나?
"아는 분이 유럽에 갔다왔다며 사진을 보여줬다. 아까 당정섬 안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그때 고니가 여름인데도 안가고 있었던 것이다. 좋은 친구하나 소개시켜준다고 해서 나갔더니 당정섬이었다. 이곳(생태공원)도 사실 우리가 만든 것이다. 원래는 모래밭이고 아무것도 없었다. 나무도 심은 게 아니라 그냥 난거다. 하남시에 '우린 돈도 뭐도 다 필요없고 포크레인 두 달만 쓰자', 그래서 길 만들고 포크레인으로 긁어놓고 물대놓고…. 처음에는 다 미친짓이라 그랬다. 모래에다 물을 뿌리니까. 근데 무식하게 물을 계속 뿌리니까 물이 차더라. 그러고 나니까 나무가 자라고 풀이 자라고…. 6년만에 이렇게 되었다. 이게 국가하천인데 하남시가 관리를 하는 거다. 사실 공짜다. 이런 큰 호수가 어디 있나. 사람들이 근데 보물인지 모른다."

- 운하를 만들게 되면 이 곳은 어떻게 될까?

"여기 운하를 만들면 일단 흙 쌓인 부분 긁어낼거고, 강둑을 채울 거다. 그럼 여기 다 없어지는 거다. 운하 만들기는 쉽지 않을 거다. 운하 만들어지면 여기 생태계는 다 포기해야한다. 여기 새고 뭐고 할 것도 없다. 어항만 보고 사는 거다. 저기 배지나간다 하고. 개발이 될거라고 하는데 천만에 말씀이다. 여기 방수포를 깔아놓을 거다. 물을 오히려 못쓰게 할 거다."

- 강따라 여행하는 청소년들을 보니 어떤가?
"애들 모습 보면 부럽다. 부모들도 대단하고. 축복받은 거다. 아이들은 이렇게 커야 한다."

하남 강변, 광활한 생태공원으로 변한 모래밭
 하남 강변, 광활한 생태공원으로 변한 모래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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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대운하, #청소년, #환경, #한강, #도보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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