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진고개를 오르는길
▲ 전후재에서 고갯길에서 바라본 진고갯길 진고개를 오르는길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하늘 아래 첫 동네. 강릉 사람들은 부연동을 그렇게 부른다. 정말 하늘 아래 첫 동네일까?13일 잔뜩 흐린 하늘을 이고 부연동으로 향했다. 연곡을 거쳐 소금강 삼거리를 지나 진고개를 향하다 보면 삼산이 나온다.

강릉에서 부연동까지 가장 가까운 거리, 하지만 가장 험난한 길이다. 재의 앞 뒤가 똑같이 생겼다 하여 전후재(전후치). 고갯길이 굽이굽이 이어지는 모양이나 험난하기가 앞 뒤가 똑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안개가 자욱하다
▲ 전후재 정상 안개가 자욱하다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금방 갈아 놓은 밭에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 아지랑이 금방 갈아 놓은 밭에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양양이나 속초를 여행하는 이라면 어성전을 거쳐 가면 된다. 하지만 강릉 사람들은 이 험난한 전후치를 더 많이 이용한다.

전후치를 넘다보면 봄과 겨울을 만난다. 고개의 초입에서 이른 봄을 만나고 산 중턱을 넘어서면 아직 한겨울이다. 골짜기에는 드문 드문 흰눈이 남아 있다. 이제 막 진달래와 생강나무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나무에는 새순이 돋아난다. 한 굽이 산모롱이를 돌 때면 안개가 따라오기도 하고 먼저 산을 훌쩍 넘어 앞서기도 한다.

봄이 되었어도 아이들은 학교에 오지 않는다

36년동안 부연분교를 관리했다.지금은 신왕초등학교에 근무한다.
▲ 부연분교에서 만난 지연식씨 36년동안 부연분교를 관리했다.지금은 신왕초등학교에 근무한다.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부연동 유일의 초등학교. 학생수가 적어 신왕초등학교 부연분교장이 되었다가 올해 들어 폐교가 됐다. 마지막 남은 한 명의 아이가 작년 10월 전학을 갔기 때문이다. 마침 작년까지 학교관리 일을 해오던 지연식씨를 만났다. 36년 동안 학교와 아이들을 보살펴온 지킴이.

운동장을 에워싸고 있는 잣나무와 키가 훌쩍 자라버린 목련은 오리나무가 있던 것을 베어내고 손수 심은 것이라고 한다. 학교 건물 앞 주목은 태백산에서 어린 묘목을 파다 심었다.폐교를 찾아온 낮선 여행객에게 학교 역사와 자라서 어른이 된 아이들의 이야기, 1978년 105만원씩 받고 헐어낸 옛집의 추억을 털어 놓는다.

강릉으로 넘어가는 유일한 길을 굴며 굴며 넘나들고, 묵밭 한가운데 있다 헐어져 버린 굴피집, 안택 고사를 도맡아 치성을 잘 드리는 백씨 집안일 등 대학생 시절 구비문학 답사길에 들렀던 기억을 더듬어 옛 모습을 찾아본다. 마을 이장이 폐교를 위탁 받는 문제로 학교에 들렀다.

봄은 봄이로소이다

곰취가 수확을 앞두고 있다.
▲ 곰취밭 곰취가 수확을 앞두고 있다.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야생화가 밭가에 피었다.
▲ 얼레지 야생화가 밭가에 피었다.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금방 갈아 놓은 듯한 밭에 아지랑이가 피어 오른다. 얼른 달려가 셔터를 누르지만 한 무리는 겨울 나무 속으로 숨어 버렸다. 쟁기자국이 선명한 밭이랑에는 어린 곰취가 심어져 봄빛을 그리워 하고 있다. 강릉은 감자심기가 끝난 지 오래지만 이곳은 이제 밭을 간다. 20여일 늦게 봄이 온다.

철분이 많아 위장병에 좋다고 한다.
▲ 부연약수 철분이 많아 위장병에 좋다고 한다.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부연 약수 가는 길에 곰취밭을 만났다. 밭가에는 얼레지도 피고 목단이 고개를 내민다. 원추리도 꽃망울을 맺었다. 지난 봄에 심은 곰취는 이달 말부터 수확을 한단다. 5월 중순까지 곤드래와 함께 나물이 풍년을 이룰 것이다.

거울에 비친 벌통 속의 모습을 보고 집을 한칸 더 늘린다.
▲ 벌통속 모습 거울에 비친 벌통 속의 모습을 보고 집을 한칸 더 늘린다.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벌통을 한칸 더 받쳐 놓는다.
▲ 벌통작업 벌통을 한칸 더 받쳐 놓는다.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76살의 강대선 할아버지는 토종벌을 키운다. 봄이 늦게 오지만 벌들은 벌써 농사를 지었다. 거울을 놓고 들여다 본 벌통속에는 집 짓기가 한창이다. 한 칸을 더 받쳐야 한다. 벌들은 윙윙 날아 주인은 내버려 두고 내게 달려든다. ‘따끔’ ‘따끔’. 머리카락 사이로 서너 놈이 파고 든다. 옷 위에도 침을 막고 이빨로 물어 뜯는다. 꿀벌이 쏘면 참을 만하다. 곧 어린 벌이 분가를 한단다.

“부연동의 토종꿀이 유명한 건 피나무 꿀을 담기 때문이다. 피나무 꿀이 섞여야 토종이고 부연동 꿀이다. 야생화 약초, 이름 모를 들꽃 모두가 한데 섞여 최고로 대접 받는다.”

도토리를 갈던 안주인은 꿀을 덜어 차를 내오고 나그네는 단맛에 고개를 끄덕인다.


태그:#부연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바로하면 바로된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