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현재 떡볶이 1인분 2,500월 사리 각 천원씩
야기만두 3개 천원
▲ 세종대앞 은혜분식 현재 떡볶이 1인분 2,500월 사리 각 천원씩 야기만두 3개 천원
ⓒ 공응경

관련사진보기


가장 화려하고 행복했던 시절을 꼽으라면 나는 대학 신입생 때가 떠오른다. 뭐가 그리 좋은지 대학생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토요일 일요일에도 학교에 나갔던 기억이 난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남들보다 직장생활을 먼저 경험하고 나서 2년이나 늦게 대학에 입학하였기 때문이다. 

나와 동갑이었던 선배들이 왠지 나를 껄끄러워 할까봐 더욱 후배인척 아양을 떨곤 하였다. 길을 지나가다 선배가 보이면 누구보다 크게 인사하고 졸졸 따라다니며 밥 사달라고 졸라댔다. 선배들도 동갑이면서 "선배님! 선배님!" 하면서 따라다니는 내가 싫지 않았는지 마다하지 않고 밥을 사주곤 하였다. 어느 날은 선배가 크게 쏜다며 학교 앞 분식집으로 나를 데려갔다. 당시 학교식당을 벗어나 밖으로 나간다는 것은 최고의 외식이었다.

3명이 떡, 졸, 라, 밥 이렇게만 시키는데 테리야끼 소스에 각종 야채가 곁들여진 떡볶이는 양도 푸짐하고 맛도 환상이었다. 마지막에 김 가루를 올린 볶음밥은 말할 것 없이 맛있었다. 근데 다 먹고 계산을 해보니 학교식당 보다 싼 것이 아닌가? 단돈 5천원이 나왔다. 당시 학교식당도 한끼 식사가 1500원에서 2500원 하던 때였다. 선배는 그날 싸면서도 외식할 수 있는 집을 우리에게 소개해 준 것이다.

처음엔 떡, 졸, 라가 무슨 암호인가 했더니만, 떡볶이, 졸면, 라면사리라는 의미였다. 우리는 외식하고 싶은 날엔 학교식당보다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은혜분식을 찾곤 하였다. 이젠 벌써 10년 전 이야기가 되어 버렸지만, 종종 친구들과 모임이 있으면 우리는 은혜분식을 찾는다.

물과 단무지는 셀프로 갖다 먹고 선풍기 몇 대 밖에 없던 좁은 장소에서 서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점심시간이면 강의실을 뛰쳐 나오던 은혜분식. 이젠 장소는 넓어져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은 필요 없어졌지만, 달콤 짭짜름 하면서도 묘한 소스 맛은 여전하다. 지금도 가끔 그 맛이 떠오를 때면 선배와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단 돈 몇 천원이면 먹을 수 있는데도 나는 그때처럼 사달라고 조르곤 한다.

"언니야! 나 임신한 거 알지. 요즘 은혜분식 생각이 많이 나거든. 언제 사줄거야?"

정겹게 만난 친구들과 함께하는 조촐한 외식이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최고의 외식이다.

덧붙이는 글 | '<우리 동네(학교) 맛집> 응모글'



태그:#떡볶이, #은혜분식, #세종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