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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에게 돈과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의 정치판이 비슷하다.

 

지난 4일(미국 현지 시각) 오하이오주 등 4개 주에서 열린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의원이 극적인 승리를 한 뒤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있는 모습이 확연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4일의 승리는 힐러리가 오바마와의 대의원 확보 격차를 15명 줄인 것에 불과하다. 현재 대의원 확보 숫자는 오바마가 1299명, 힐러리는 1180명으로 100여 명의 차이가 난다.

 

대의원 집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각 언론사별로 숫자가 조금씩 다르다. CNN은 오바마 1520 대 힐러리 1424명, AP통신은 오바마 1567명 대 힐러리 1462명, NBC방송은 오바마 1366명 대 힐러리 1227명 등이다. 어느 경우나 100여 명 정도의 차이가 난다.

 

오바마가 여전히 근소하게 이기고 있으나 일단 미 언론들의 힐러리에 대한 보도 태도가 달라졌다. 4일까지만 해도 "이제 민주당 경선은 끝났다"는 식의 보도가 많았지만 이제는 힐러리가 잘 되어가고 있다는 식의 기사가 부쩍 늘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6일(현지시각) "힐러리의 4일 승리로 그에게 중도 사퇴를 요구하던 슈퍼대의원들의 목소리가 쑥 들어갔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오바마 지지자인 팀 로이머 전 주지사는 "원래는 일단의 슈퍼대의원들이 4일 경선 뒤 힐러리를 사퇴시키기 위해 오바마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힐 계획이었다"며 "그러나 지금 그들은 여전히 오바마를 지지하고는 있지만 힐러리에게 그만두라는 요구를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미 민주당은 각 지역구에서 뽑는 선언 대의원(Pledged delegate)과 중앙당 간부나 의원·주지사 등으로 구성된 비선언대의원(Unpledged delegate· 슈퍼대의원)으로 나뉜다.

 

선언 대의원 3253명, 슈퍼대의원 794명으로 현재와 같이 경선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직접 뽑히지 않는 슈퍼 대의원의 표심이 중요하다.

 

4일 승리 뒤 여론 조사 결과도 바뀌기 시작했다. 3월 3일에서 5일 사이에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힐러리는 48%의 지지를 얻어 44%의 오바마를 앞섰다. 3월 2일에서 5일 사이에 실시한 라스무센리포트의 조사에서는 힐러리 48%, 오바마 43%였다.

 

이는 불과 지난 2일까지의 여론조사와 다르다. 2월말 AP통신·입소소의 여론조사나 LA타임스·블룸버그 여론조사에서는 오바마가 3% 포인트와 6% 포인트를 앞섰었다. 2월 28일부터 3월 2일까지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의 공동 조사에서는 오바마 50% 대 힐러리 43%였다. 

 

미시간 플로리다 재선거 가능성 관심 집중

 

남아있는 12개의 경선 지역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곳은 다음달 22일 열리는 펜실베이니아주다.

 

이곳은 선출 대의원 158명과 슈퍼 대의원 29명 등 모두 187명이 걸려있는 대형주다. 5일 실시한 라스무센리포트의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힐러리 52%대 오바마 37%로 힐러리가 크게 이기고 있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여론 조사에서는 힐러리 46% 대 오바마 37%로 나타났다.

 

펜실베이니아는 힐러리가 크게 이겼던 오하이오와 주와 비슷한 곳이다. 백인층와 노인들의 인구 비중이 높고 주 주민들의 평균 소득은 미국 평균보다 낮다. 힐러리는 저소득층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또 인간적인 인연도 있다. 힐러리의 사망한 부친인 휴 로드햄은 펜실베이니나에서 태어나서 여기 주립대학을 졸업했고 이곳에 묻혀있다. 힐러리는 어린 시절 펜실베이니아에서 자주 휴가를 보냈다.

 

이에 비해 오바마가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8일 열리는 미시시피는 40명, 11일 열리는 와이오밍의 대의원 숫자는 18명으로 적다.

 

여기에 미 언론들이 오바마에 대한 검증 공세를 강화하는 것도 힐러리에게 도움이 된다. 힐러리 쪽은 그동안 "언론이 오바마에게는 관대하고 우리들에게는 가혹하다"고 불만을 터뜨려왔다.

 

힐러리 캠프는 지난 3일 오하이오와 텍사스주 경선 취재용 기자실을 남자 화장실에 만들었다. 캠프 쪽은 "이 곳 숙박시설에 기자실을 따로 만들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평소 언론에 대한 불만을 이런 식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힐러리 캠프는 정치자금 모집에서도 다소 숨통이 트이는 모습이다. 미니슈퍼화요일 승리 뒤 4일부터 6일까지 힐러리 캠프에는 400만달러의 정치 자금이 들어왔다. 대부분 인터넷을 통한 소액 정치 헌금인데 3만명이나 됐다고 한다.

 

지난 2월 오바마는 5500만달러를 모집했고 힐러리는 3500만달러를 모금했다. 2월달 실적을 보면 여전히 오바마의 압도적 우세지만 힐러리 캠프는 3월달에는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선이 치열해지자 민주당 당규를 무시하고 각각 1월 15일과 29일 경선을 치러 무효가 된 플로리다와 미시간주 예비경선의 재 실시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현재대로라면 남은 경선을 모두 치른다해도 승부를 가릴 수 없게 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미시간의 선출직 대의원수는 128명, 플로리다는 185명이나 된다.

 

원래 플로리다와 미시간에서 힐러리는 모두 승리했으나 무효가 되는 바람에 대의원을 추가할 수 없었다.

 

찰리 크리스트 플로리다 주지사(공화당)와 제니퍼 그랜홈(민주당) 미시간 주지사는 6일 공동 성명을 내고 "(1월 경선에 참여했던) 516만3271명의 유권자 목소리가 무시되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플로리다와 미시간 재선거는 경선에 이미 비용을 지출해 따로 비용을 마련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 만약 1월 경선 결과를 그대로 인정하려고 한다면 오바마의 이름은 아예 투표용지에 적혀있지도 않았던 미시간주가 걸림돌이 된다.


태그:#오바마, #클린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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