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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11시 30분, 개그맨 박명수씨가 결혼발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인터넷 생중계 캡처화면.
 30일 오전 11시 30분, 개그맨 박명수씨가 결혼발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인터넷 생중계 캡처화면.

"더 확실해지면 말씀드리려 했는데, 제 여자 친구가 너무 힘들어 해서 이렇게 밝힙니다. 저 결혼합니다."

개그맨 박명수가 6일 오전 11시 30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달 말 30일 피부과 의사인 여자 친구와 결혼할 예정"이라며 "빨리 결혼해서 잘사는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거성'이라는 그의 수식어에 걸맞게 수많은 기자들이 참석해 취재열기가 뜨거웠다.

피부과 의사 취재 위해 일부러 환자되겠다?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박명수의 기자회견을 유심히 본 나는 몇 가지 점이 안타까왔다. 기자회견이라는 머리말을 달고 있지만,  저 곳에 과연 진정한 기자는 몇이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저급한 질문과 부족한 사전조사, 성의 없는 언행 때문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명수는 특히 "여자 친구 사생활이 침해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언론에 간곡히 부탁했다.

"공인인 연예인은 괜찮다. (사생활을) 보여줄 수 있다. 허나, 일반인일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법적인 구제방법도 없을 뿐더러, 처음 겪는 사생활 노출에 심한 정신적 충격도 받을 수 있다."  

"기자님들 중에 여자 친구의 병원에 환자로 위장해 들어와 몰래 사진을 찍고 녹취를 하는 등 사생활을 고집스럽게 묻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비윤리적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그러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박명수의 그런 지적에 기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한 기자의 대답은 나를 '아연실색'하게 했다.

"그럼, 진짜 환자로 가는 건 괜찮죠?"

성의 없는 말투와 장난이 뒤섞인 기자의 대답에 박명수 또한 어이없어 하는 눈치였다. 내게 그 기자는 어떻게 해서든 박명수의 예비신부 사생활을 파헤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사전조사 없이 온 기자, 2년 전 관둔 '닭집' 언급

기자는 취재원을 인터뷰하기 전, 취재원에 대한 기본 정보는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상대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좋지만, 그게 어렵다면 기본 신상 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야 옳다. 헌데,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취재원에 대한 기본 신상 정보도 모른 채 온 기자도 있었다.

"박명수씨, 결혼하게 되면 닭 장사는 이제 안 하는 건가요?"

박명수는 약 2년 전, ㄱ사 치킨사업을 그만 두고 피자사업을 시작했었다. '무한도전' 멤버인 유재석, 노홍철, 정준하가 그간 타사 치킨업체의 광고 출연을 자제해 왔는데, 최근 들어 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그런 박명수와의 친분 관계 때문이었다. 이 사실은 '무한도전'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팬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특히 연예전문 기자라면 꼭 알고 있어야 할 정보다.

박명수는 기자의 이 물음에 헛웃음을 보였다.

"아니, 기자님 어디서 오셨어요? 닭 장사는 2년 전에 이미 그만뒀죠."

그 기자의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연예전문기자 정도 된다면, 기자회견하는 연예인의 신상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야 옳다.

기자회견 끝난 뒤 '티격태격'…"예의를 갖추시오!"

기자회견이 끝나고 나서가 더 가관이었다. 인터넷 생중계를 보던 나는 끝까지 차마 눈을 뗄 수 없었다. 박명수가 빠져나간 뒤 남아있던 기자들 사이에 일어난 말다툼이 그대로 생중계 된 것이다. 욕설까지는 아니었지만, 3분 여에 걸쳐 한 기자와 다른 기자들 사이에 심한 고성이 오고 갔다.

기자 1 = "아니, 왜 반말을 하고 그러세요. 예의를 갖추세요!"
기자 2 = "이것 보세요 짠 거 아니요? 우리 쪽에도 질문할 기회를 줘야 될 거 아니야!"
기자 1 =  "아니 그 쪽이 질문 못 한 건데, 짜긴 누가 짜요! 그리고 반말하지 마세요!"

동영상을 보고 있던 네티즌들의 반응이 재밌었다.

"기자회견보다 이게 더 재밌네."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기자들끼리 입씨름 하는 장면이 그대로 생중계 되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기자들끼리 입씨름 하는 장면이 그대로 생중계 되었다.
ⓒ 스팟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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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위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생각해 주길

사람의 인격이나 사생활, 예의는 무시된 지 오래다. 특히 연예인은 더 심하게 다룬다. 공인이고 오락 프로그램의 주인공이기 이전에 연예인도 인격을 가진 사람이다. 그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기자들은 어쩌면 그런 사실들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재미를 좇고 흥미 추구에만 혈안이 돼 있다. 그들 사이의 취재 열기도 사람을 만나기 위한 열기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좀 더 사생활을 깊게 파헤칠까'라는 열기로 변질되고 있다.

안타깝다.


태그:#박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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