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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46세인 오바마는 과연 그 젊은 나이에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오바마의 46살 나이는 루즈벨트, 케네디, 클린턴 전 대통령들의 출마 당시보다 오히려 나이가 더 많다. 어쨌든 오바마 역시 연설 솜씨, 저서 저작 역량 등을 잘 갖추고 있으며, 일리노이 주의회에서 7년 동안 상하원의원 경력을 갖추었다.

 

오바마는 20개 분야의 대통령정책 공약도 잘 만들었으며, 2003년 논픽션 부문 퓰리처상 수상자인 사만타 파워 등도 영입하고, 순조롭게 대선가도를 달리고 있다. 사실, 대통령 자질은 나이나 경륜보다는 오히려 합의도출 및 결단의 역량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이라크 전쟁 문제에서 오바마는 바로 그와 같은 분야에서 출중한 역량을 보여주었다.

 

“지혜”라는 자질

 

힐러리와 에드워즈가 이라크전쟁 개전 당시 찬성투표를 할 때 오바마는 반대투표를 했다. 2001년 9·11 테러 사태가 발생한 지 1년 후 시점이라고는 하지만, 이라크전쟁이 개시된 2002년 10월이라는 시점은 9·11 테러의 분노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대나 다름없었다.

 

당시, 부시 대통령 지지도가 천정부지였으며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름의 애국주의가 미국의 구석구석 온천하를 휘감고 있었던 바로 그때, 오바마가 이라크 전쟁 사태의 장기적 결말을 냉정하며 정확하게 예측하고 이라크 전쟁을 반대했다는 것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1950년대 후반 조봉암이 이승만의 북진통일론에 반대하다가 처형된 우리나라 비극과는 극명하게 대조된다. 

 

어쨌든 오바마가 당시 이라크전쟁을 반대하면서 행한 반대 연설을 지금 읽어보면, 그가 정확히 지금의 사태를 예견하고 있는 점에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당시 누구도 오바마가 나중에 대권에 도전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바마는 결단의 순간 스스로 이라크 전쟁 반대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9·11 테러사태 이후 시대 미국정치가 전세계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하는 측면에서 오바마는 최적임자라는 평가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시민들 지지도가 높은 것으로도 입증되고 있지만, 전세게적으로도 이런 측면에서 오바마 신드롬까지 퍼지는 추세에 있다.

 

“9·11 이후 시대를 여는 최초 정치인”

 

그래서 오바마는 ‘9·11 테러사태 이후 시대를 열어가는 최초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라크 침공은 정말 ‘미친 짓’이었다(존 르카레의 표현). 그럼 미국정치는 어떻게 해야 제 정신을 차릴 수 있는가? 이에 대해 오바마는 “악”의 담론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2004년 첫 번째 저서 <아버지가 물려준 꿈>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한 바 있다. 

 

“저는 힘없는 사람들의 자포자기와 혼란 그리고 이들이 저지르는 숱한 법규 위반사태들을 알고 있으며 직접 목격하고 있습니다. 자카르타, 나이로비, 그리고 시카고 사우스사이드 지역 어린이들이 얼마나 망가져 있는지, 이들이 얼마나 쉽게 굴욕감에서 분노를 폭발시키게 되는지, 폭력과 절망으로 빠져드는지 하는 것들을 보아왔습니다.

 

저는 이에 대하여 힘 있는 자들이 대처하는 모습과 방식들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힘 있는 자들은 힘 없는 자들에 대해 아둔한 자기만족의 모습을 보이는 데에서부터 시작하여, 힘없는 자들이 금지된 범위를 넘어설 때 가차 없이 무력을 행사하여 장기구금 형이나 정교한 군사무기를 동원한 살상 등을 자행하는 모습들이 그것입니다.

 

저는 힘 있는 자들이 이런 식으로 무작정 강력 대처하며 근본주의와 종족주의에 집착하는 것은 우리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정확하지도 않은 알카에다의 자살폭탄은 저의 인생 모습, 물론 그리고 아프리카 나이로비, 아시아의 발리, 미국의 맨해튼 등지의 빌딩과 건물과 길거리와 사람들 모습 등을 크게 바꿔 놓았습니다. 그것은 단지 9·11 테러사태 여파로 인하여 공화당 운동원들이 웹상에서 제 이름에 있는 ‘후세인’이라는 가운데 이름을 흉내 내며 조롱거리로 삼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부자들 세상과 가난한 자들 세상 사이에, 현대세계와 고대세계 사이에, (충만하며 서로 충돌하며 번거롭기 짝이 없는) 다양함을 포용하려는 우리들 미국 사람들과 성조기나 무슨무슨 구호나 성경을 내세우며 미국을 싫어하는 자들을 향해 잔인무도한 행위를 저지르는 것을 정당화하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확신에 찬 이들 사이에, 끝없는 투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점들을 축소판 형태로 제시하고자 합니다."

 

미국 대선 후보 중 9·11 테러에 대해 이토록 용기 있게 제대로 말하는 이는 없다. 오바마는 단지 ‘남쪽’에 속하는 망가진 국가들을 미국의 도시빈민들과 직접 연결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정치에서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거나 최소한 악화시키지 않도록 하는 출발점까지도 올바르게 제시하고 있다.

 

오바마는 그들이 왜 ‘우리 미국을 미워하는가’를 물으며 곧바로 그들은 ‘악의 세력’이라고 결론을 내려버리고 마는 부시와 그 무리들의 어린애 같은 위험천만한 지껄임 등과는 단절코자 한다.

 

미국을 정상적인 국가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순진한 척 하는 가짜 순진함을 벗어던져야 하며, 그들에 대해 테러공격 형태로 ‘기습공격’하는 행위들을 중단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이 일은 반드시 새로운 세대라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힐러리는 ‘안보’ 문제에 관한 한 모든 것을 오히려 공화당 관점을 받아들일 태세가 갖추었으며, 여성대통령이지만 공화당 못지않게 강경할 수 있음을 과시해야 하는 것처럼 행동해왔다. 요컨대 힐러리는 이 함정에 빠져 ‘테러와의 전쟁’ 패러다임에 걸려들고 만 것이다.

 

어떤 후보도 테러와의 전쟁을 감히 비난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사회에서도 부시의 전략은 온통 즉각 폐기해야 하며 무지몽매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커다란 인식의 흐름이 대두하고 있다.

 

그 출발점은 지식이나 정치적 수사 너머에 있는 다른 쪽 측면을 제대로 인식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미국 유권자들은 과연 미국이 정말 용기를 내어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틀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인가?

 

모리슨의 오바마 평가

 

 

미국대선의 지금 시점에서 본다면, 어느 정도 그렇다고 볼 수 있으며, 오바마는 바로 그런 미국 유권자들을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작가 토니 모리슨은 2008년 대선에서 오바오 지지를 선언하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오바마가 지성, 청렴성, 진정성 등을 두루 갖추고 있는 데다가, 지금 그의 약점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젊은 나이, 짧은 경륜, 흑인이라는 소수인종, 여성 아닌 남성 등의 차원을 초월해 존재하는 그 어떤 것, 즉 ‘지혜’를 보여주는 후보라고 생각하면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명석하면서 창조적인 상상력을 가리킨다.

 

지혜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은총과 같이 일종의 선물처럼 주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훈련에 의해 얻어지거나, 상속되거나, 교실 수업에서 학습하거나, 일터에서 애써 일하여 얻어내거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식은 그렇게 해서 얻어질 수 있지만 지혜는 그렇지 않다.“

 

이상에서 모리슨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점은 미국이 위기의 시대에 처해 있으며 새롭게 시작할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케인이 당선되면 중동지역 전쟁은 장기화되며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대운동이 조직적으로 벌어지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으며 징집병들에 의해 주도되었다. 반면, 이라크전쟁에 대한 반대운동은 전쟁이 시작도 하기 전부터 벌어졌으면서도, 미국에서 지금까지도 그야말로 자생적이며 대규모의 “이라크전쟁 반전운동”은 아직도 벌어지진 않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문성호 기자(한국자치경찰연구소 소장)는 성균관대 정치학박사로서, 전국대학강사노조 사무처장, 국회 경찰정책 보좌관, 한국경찰발전연구학회 초대회장, 런던정치경제대학 법학과 연구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경찰정치학>, <경찰도 파업할 수 있다>, <경찰대학 무엇이 문제인가?>, <삼과 사람> 상하권, <민중주의 정치사상>, <옴부즈맨과 인권> 상하권 등의 저역서가 있다 


태그:#미미국국대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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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호 기자는 성균관대 정치학박사로서, 전국대학강사노조 사무처장, 국회 경찰정책 보좌관, 한국경찰발전연구학회 초대회장, 런던정치경제대학 법학과 연구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경찰정치학>, <경찰도 파업할 수 있다>, <경찰대학 무엇이 문제인가?>, <삼과 사람> 상하권, <옴부즈맨과 인권> 상하권 등의 저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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