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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은 사랑입니다...
▲ 헌혈을 하고 있는 모습을 찰칵^^ ...헌혈은 사랑입니다...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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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7일 저녁, 부산 서면 헌혈의 집에 헌혈하러 가는 남편을 따라 나섰다. 며칠 전, 부산적십자 회관에서 응급처치 교육을 받고 있던 중 AB형 피가 모자란다는 말을 들었던 남편은 저녁에 집에 돌아오자마자 헌혈하러 당장 달려갈 것처럼 헌혈의 집에 전화를 했다. 저녁 8시까지 한다는 말에 쉬는 날에 해야겠다고 하는 수 없이 생각을 고쳐먹었다.

주일 예배를 마친 뒤, 헌혈하러 가기 위한 워밍업을 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최상의 좋은 피를 공급한답시고 남편은 어제 사두었던 닭으로 직접 삼계탕 요리를 만들었고 함께 먹었다. 나름대로는 최상의 피를 공급하고 또 헌혈을 하고 난 뒤 어지럽거나 힘이 없어서 생활에 지장을 줄 후유증이 없게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디저트로 과일까지 먹고 난 후 지하철을 타고 부산 서면으로 향했다.

열심히 기록하는 ...
▲ 헌혈자 기록카드에... 열심히 기록하는 ...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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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 동보서적 길 건너 맞은편에 있는 ‘헌혈의 집’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거의 대부분은 젊은이들이었다.

참고로 부산에는 헌혈의 집이 몇 군데 있다. 부산대 근처 헌혈의 집, 남포동, 하단, 사상, 대연동, 동의과학대, 동의대, 덕천, 그리고 오늘 우리가 찾은 서면 헌혈의 집 등이 있다. 헌혈은 ‘건강한 사람이 자기 혈액을 다른 사람에게 수혈할 수 있게 무료로 제공하는’ 것으로 곧 생명의 나눔 그 자체이다.

헌혈을 처음으로 하게 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중과 종전 후에 적십자 활동으로 시작되었으며, 그 후 적십자사연맹에 속하는 각국 적십자사가 확산된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에는 주로 도시에 있는 적십자 혈액원이 중심이 되어 헌혈운동을 벌이고 있다. 가까운 부산에는 헌혈의 집이 여러군데 있지만 아직 양산에는 없어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남편은 나도 같이 헌혈할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나는 다음에 용기가 생기면 하겠노라고 말했다.

에선 지금 당신의 사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헌혈의 집... 에선 지금 당신의 사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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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을 해 본 것이 언제이던가. 오래 전, 고등학교 다닐 때 학교에서 딱 한 번 한 적 있다. 학교 강당에서 처음으로 헌혈을 했는데 팔에 꽂히는 주사바늘이 아프기도 하고 헌혈을 하고 일어났을 때 어지러웠던 기억이 있다.

또 한번은 헌혈을 할 뻔했던 적이 있다. 3년 전인가. 내가 다니고 있던 교회에 헌혈차가 와서 많은 성도들이 헌혈에 동참했다. 나도 큰 맘 먹고 동참하기 위해 헌혈버스에 올라갔는데 몇 가지 물어보더니 몸 상태가 헌혈하기에 좋지 않다고 다음 기회에 하라고 했다. 그것이 전부였다.

은 함께 사는 것...
▲ 헌혈... 은 함께 사는 것...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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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파에 앉아 책꽂이에 있는 잡지를 꺼내 남편의 헌혈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남편은 맨 먼저 헌혈자 기록카드에 이름과 주민번호 등을 기록하고, 차례가 되어 이름을 부르자 안으로 들어갔다. 헌혈하기 전단계로 몇 가지 질문에 답하는 과정을 또 거쳤다. 감기약이나 기타 약물을 복용했는지, 수술을 받은 적 있는지, 해외여행이나 과거 병력은 있는지 등을 묻고 맥박을 재고 손가락 끝에 피를 내서 몸 상태를 검사했다.

건강한 사람의 특권...
▲ 헌혈... 건강한 사람의 특권...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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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 전에는 부산대학 근처에 있는 헌혈의 집에 헌혈하러 가는데 함께 갔었는데 매번 헌혈을 할 때마가 이런 과정을 거치는 듯했다. 몸에 이상이 있거나 상태가 좋지 않을 땐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이 헌혈이다. 정말 ‘헌혈은 건강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었다.

헌혈하는 사람이 많은지 조금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 접수창구에서 이름을 불렀다. 헌혈하기 위해 안으로 들어가는 남편을 따라 나도 들어갔다.

헌혈은 나눔...
▲ 헌혈하고 있는...모스^^ 헌혈은 나눔...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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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주시네요...
▲ 헌혈 후... 이런 걸 주시네요...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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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원이 안으로 들어오면 안 되는 곳이라고 했다. 나는 알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로 양해를 구했다. 간호사는 ‘잠시만 보고 가세요’라말했다. 긴 의자에 누워 팔을 걷고 주사바늘을 꽂는 간호사, 주사바늘이 들어갈 때 남편은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 나는 다시 밖으로 나와 소파에서 기다렸다.

대학생들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헌혈을 하거나 소파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거나 친구가 헌혈하는데 따라 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남편은 헌혈하기 위해 거치는 순서에서부터 헌혈하고 나오는 것까지 대략 30분 정도 걸렸다.

헌혈의 집은 지금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헌혈... 헌혈의 집은 지금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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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우유 두 분량 정도 되는 400ml의 피를 뽑고(여자들은 대개 340ml) 나온 남편은 소파에 잠시 앉아 주사바늘을 꽂았던 자리에 솜을 얹고 10분 정도 앉아 쉬었다. 헌혈을 하고 앉아 있자 선물이 나왔다. 다름 아니라 헌혈을 하면 선물(?)을 주는데 스포츠 타올이나 문화상품권, 아이비카드, 남성화장품, 우산 등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과자랑 음료수도 나왔다.

지난 엔 아이비카드를 받았던 적이 있어서 이번엔 문화상품권을 선택했다. 우린 밖으로 나왔다. 밤이 내려앉는 서면거리엔 휘황한 불빛들 속에 젊은이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예전에 헌혈하게 된 동기에 대해 대략 얘기 해 준 적이 있지만 돌아오는 전철 속에서 다시 한번 물어 보았다.

인터뷰식으로 남편의 헌혈에 대해 질의를 만들어 보았다.

- 헌혈을 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신문을 통해서지요. 그 당시 1999년 11월 3일자 기독신문에 이광복 장로님이 헌혈을 오랫동안 해 왔다는 것을 읽었던 적이 있어요. 그리고 조선일보 미니칼럼 조정현씨의 글(2000.1.19)을 읽고 헌혈을 결심하게 되었어요. 처음 헌혈한 것이 2000년 1월 22일이었지요(집에 와서 다시 일기장을 보여주며 확인했다).”

일기장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었다.

“… 오늘 부산 서면 적십자 혈액원에서 처음으로 헌혈을 했다. 조금 두려웠다. 접수하면서도 망설여졌다. 용기를 내어 헌혈을 했다. 400미리 헌혈을 하는데 5분 정도 소요됐다. 좋은 기분은 아니었으나 아프지는 않았다. 헌혈하는 동안 피가 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2개월 후에 또 헌혈을 해도 된다고 했다. 2000년도에는 4회(매분기 1회 1월, 4월, 7월, 10월)를 헌혈하기로 작정했다 ….”

- 앞으로도 계속 헌혈을 할 생각인가요?
"처음엔 정말 열심히(?) 헌혈했는데… 예전만큼 못하지만, 우리 여보야가 안 말리면 계속 해야지!" (“호호~ 그래요? 그런데, 이젠 너무 자주하지 마세요. 나이를 생각하셔서.”)

- 주사 바늘이 들어갈 때는 어떤 느낌인가요?
“예, 처음 주사바늘이 들어갈 때 조금 아프지만 괜찮아요.”

- 헌혈하면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헌혈자 개인에게는 자기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서 좋고 또, 의료기관에 헌혈 증서를 제출하면 피를 수혈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때도 유익하고, 진료비의 수혈비용 중에 수혈자 본인 부담금액을 공제 받을 수 있어 좋지요. 그리고 사회봉사도 되고."

- 당신이 생각하는 헌혈은 어떤 의미인가요?
“이웃에 대한 사랑이지요. 아니 그것보다도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라는 표현이 맞겠네요. 누군가가 교통사고로 죽어 가면 피가 있어야 살잖아요. 피는 생명이니까, 그러니까 더불어 살아간다는 거죠."

헌혈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속에서 남편은 잠이 오는지 스르르 고개 숙이며 졸기 시작했다. 헌혈하고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며칠동안 팔에는 주사바늘 흔적이 남아 있었고, 일을 하면서 며칠동안 힘이 없어 힘들어했다. 헌혈은 피가 남아돌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피, 바로 생명 그것을 나누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헌혈한 후에는!
헌혈한 당일에 지켜야 할 몇 가지 유의사항
①주사부위를 5분 이상 눌러준다. 비비면 멍이든다(헌혈 장소를 떠나기 전에 헌혈부위 지혈을 꼭 확인한다.
②헌혈 직후에는 편안한 자세로 10분 이상 휴식한다.
③평소보다 3~4배의 물을 더 먹어야한다.
④1시간 이내 흡연, 음주는 피한다.
⑤헌혈한 팔로 무거운 것을 들거나 심한 운동을 할 경우 멍이 들 수 있다. 등산, 과격한 운동, 놀이기구 탑승 등은 하지 마라.
⑥사우나, 찜질방, 통목욕 등은 수분 손실이 많으니 당일은 피한다.

✿ 헌혈 및 혈액관련 정보는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 본부 홈페이지를 참조
☏ ARS:080-070-6100



태그:#헌혈, #헌혈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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