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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고위공직자들이 4월 국회의원 총선을 맞아 '예비여당' 한나라당 후보 공천을 신청해 당 안팎의 눈총을 사고 있다.

 

이들은 장관이나 여당(열린우리당·민주당) 국회의원, 청와대 보좌진을 거친 인사로서 소신보다는 권력의 양지만 쫓아다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사고 있다.

 

지난달 31일 재경 강원 출신 정·재·언론계 인사들의 모임에서 한나라당 경기 안양 동안갑 후보로 출마할 뜻을 밝힌 최종찬씨는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노무현 정부에서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냈다.

 

최 전 장관은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대통합민주신당 정책위의장과 함께 2003년 5·23 주택가격 안정대책과 10·29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를 주도했고, 행정수도 이전 프로젝트의 주무장관이었다.

 

특히 최 전 장관이 10·29 대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 보유세 중과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보인 것을 감안하면, 정권이 바뀐 뒤 한나라당 후보로 변신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최 전 장관은 장관 재직당시 장인(임광수 임광토건 회장)으로부터 경조사비 명목의 판공비를 매달 수백만원씩 지원받아 공직자 윤리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부패방지위(지금의 국가청렴위)는 2003년 10월 2일 "친족간일지라도 건교부 장관이 건설회사 대표로부터 금품 등을 받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공무원 행동강령에 위반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맡았던 이강두 의원은 같은 해12월 최 전 장관을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대통령직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부위원장) 등과 함께 중대한 정책 실패로 국정파탄을 몰고 온 장관들 중 한 사람으로 지목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산업자원부 장관, 노무현 정부에서 여당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정덕구 전 의원은 충남 당진에 한나라당 공천을 비공개로 신청했다.

 

2004년 열린우리당 민생경제특별본부장을 맡은 정 전 의원은 야권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맞서 그해 3월 7일 기자회견에서 어려운 경제 사정을 들어 "대통령 탄핵발의라는 정치공세를 통해 침몰하는 자신의 당을 구하고자 한다면, 국가를 팔아 자신이 살겠다는 무책임한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대규모 탈당 사태로 급속히 와해되던 지난해 2월 1일 정 의원은 "국회에 남아 있는 것이 오히려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것 같아 고통스러웠다"며 의원직을 사퇴했다.

 

한나라당에서는 여당을 떠나는 의원들을 비난하면서도 의원직을 던진 정 전 의원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했다.

 

한나라당에서는 이튿날 "모든 사람이 난파선에서 책임지지 않겠다고 도망가는 무책임한 탈당사태 속에서 그래도 돋보이는 사람이 있다"(심재철 의원),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귀감이 될 것이고, 국민들도 그 결정을 높이 살 것"(유기준 의원)이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정 전 의원이 한나라당 후보로 국회의원에 당선될 경우 그는 1년 전 의원직 포기를 찬양했던 한나라당 의원들과 '한솥밥'을 먹게 된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방보좌관과 비상기획위원장을 잇달아 지낸 김희상씨는 4선의 이강두 한나라당 의원이 버티는 경남 산청·함양·거창에 공천을 신청해놓았다.

 

2006년 2월 비상기획위원장에서 물러난 김씨는 그해 7월30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추진은 실익이 없고 한국 안보체제의 기축을 뒤흔드는 것"이라고 노무현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한나라당에서는 "현직에 있을 때 자리를 걸고 충언을 해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 자리를 물러나 뒤늦게 권부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는 것은 너무 비겁하고 기회주의적인 처신"(주성영 의원)이라는 날선 비판도 있었지만, 당내 초선의원 모임 '무욕회'가 김씨의 초청강연을 마련하는 등 그의 정치적 활용을 꾀하는 몸짓이 더 컸다.

 

청와대 시절부터 이라크 파병 등을 놓고 노 대통령의 386 참모들과 대립각을 세웠던 그는 이번에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함으로써 비로소 자신의 '코드'를 되찾았다.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치안비서관과 경찰청장을 잇달아 지내다가 시위농민 사망 사건의 책임을 지고 경찰 총수 자리에서 경질된 허준영 전 청장도 서울 중구에서 공천권을 따내 '한나라당맨'으로 거듭날 기세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정보통신부 장관과 민주당·열린우리당 의원,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남궁석씨는 경기 용인갑에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다.

 

그는 작년 10월까지만 해도 이해찬 의원의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캠프 선대본부장을 맡았고, 경선이 끝난 11월에는 정동영 대선후보 선대위의 고문에 위촉되기도 했다.

 

삼성SDS 대표이사를 지낸 그는 노무현 정부의 출범 직전 한나라당이 대북송금특검법과 고건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연계처리하려고 하자 한나라당 의원들과 얼굴을 붉힌 경험도 있다.

 

2003년 2월26일 남궁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강력한 한나라당이 2002년 대선에서 왜 패했냐? 너무 싸움을 많이 해서 그런 거다. 계속 이런 식으로 나가면 앞으로도 전망이 별로 좋지 않다"고 일갈하자 이병석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왜 남의 당 얘기를 하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김대중 정부의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차흥봉씨는 경북 군위·의성·청송에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다.

 

2000년 의사들의 대규모 파업을 빚은 의약분업을 밀어붙인 책임을 물어 그의 장관해임 건의안을 제출한 한나라당과 악연이 없지 않지만, 작년 7월 이명박 캠프의 상임 정책특보를 맡으며 '화해'의 물꼬를 텄다.

 

8년 전 차씨의 장관 해임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던 권철현 의원(당시 대변인)은 경선캠프 특보단장으로서 차 전 장관과의 기연(奇緣)을 이어갔다.

 

영남일보·경향신문 기자 출신의 조은희 대통령직인수위 전문위원은 서울 구로을에 한나라당 후보로 나설 채비다. 그러나 그도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으로서 한때 한나라당의 대척점에 섰던 인물이다.

 

조 위원은 <우먼타임즈> 편집국장을 거쳐 지난해 이명박 선대위 양성평등본부 수석부본부장을 맡으며 한나라당에 둥지를 틀었다.

 

역시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거쳐 지난 1일까지 중소기업청장을 맡았던 이현재씨는 경기 하남의 한나라당 후보로 나설 채비다.


태그:#18대 총선, #최종찬, #정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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