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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공천신청 자격요건을 둘러싼 논란이 계파간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왜일까. 이면엔 각자 자파 의원들을 보호하려는 속내가 숨어 있다. 관련 당규의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타격을 입는 계파 의원들의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1월 31일 친박 진영이 2시간 넘는 내부 논의 끝에 "공천신청 관련 당규를 엄격히 적용하려면 선거법 위반도 포함시키라"고 맞불을 놓은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친이 "선거법 위반은 제외" - 친박 "형평성에 문제 있다"

 

공천신청 자격을 규정하고 있는 한나라당 당규 3조2항은 이렇다.

 

'각급 공천심사위원회는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으로 최종심에서 형이 확정된 경우, 공직후보자 추천신청의 자격을 불허한다.'

 

그런데 이 조항에는 부적격 기준으로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이라고만 돼 있을 뿐 관련법이 무엇인지는 명시하고 있지 않다. 이를 놓고 친이와 친박의 해석이 다르다.

 

친이계가 주도하는 당 공천심사위원회는 이 기준을 엄격히 적용한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선거법 위반은 포함되지 않는다"(정종복 간사)는 설명을 보탰다. 공천신청이 불가능한 경우를 뇌물·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한정한다는 얘기다.

 

공심위가 이날 오후 긴급회의를 열어 "신청자격이 문제되는 신청자도 일단 접수를 받되 공천신청을 받을지 여부는 공심위가 따로 회의를 통해 심사한다"고 부연했지만, 관련 법의 범위에 대해선 말이 없었다.

 

특히 이명박 당선인의 최측근이자 공심위원인 이방호 사무총장이 "당헌·당규는 원칙 아니냐. 그대로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강경한 태도를 고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친박 쪽은 반발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공심위가 3조2항을 예외없이 적용한다면서 선거법 위반은 제외한다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에 왜 선거법이 안들어가느냐"고 반박했다.

 

공심위 회의에서도 이 문제로 논란이 인 바 있다. 한 공심위원은 회의에서 "선거법은 수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다, 뇌물수수보다 훨씬 중대한 부정부패다. 그런데 어떻게 선거법은 문제삼지 않고 뇌물수수만 문제삼을 수 있느냐"며 강력히 이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친박 쪽은 공심위의 이런 결정에 '친이'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선거법을 포함시킬 경우 친이 의원 대다수가 공천신청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법 위반 전력 13명 중 '친이' 의원이 12명... 정두언·이재오도

 

그간 법원 판결에 따르면, 현재 한나라당 의원 중 선거법 위반으로 확정 판결을 받은 의원은 모두 13명이다. 그런데 이 중 친이 성향의 의원이 무려 12명이다.

 

이들 대다수는 1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을 받아 의원직은 유지했다. 그러나 공심위가 3조2항에 선거법까지 엄격하게 적용시킨다면, 공천신청 자격을 박탈 당할 수도 있는 처지다.

 

이 중에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측근인 정두언 의원과 이재오 의원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정 의원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86만원어치의 식사 대접을 한 혐의로 2005년 8월 대법원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 받았다. 이 의원도 2001년 7월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50만원의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다. 지역구 관내 업소에 벽시계를 돌린 혐의다.

 

이밖에 친이로 분류되는 홍문표·권경석·권오을·김재경·남경필·심재철·정문헌 의원도 17대 총선 당시 모두 선거법 위반 혐의로 30만~80만원씩의 벌금형을 받았다.

 

17대 총선 이전에 선거법 위반 경력이 있는 의원들도 있다. 친이 성향인 김광원 의원은 지난 15대 총선 당시 금품을 살포한 혐의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이상배 의원도 15대 총선에서 부인이 지역 주민들에게 현금을 돌리고 음식을 대접했다가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홍준표 의원은 지난 15대 총선에서 선거조직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99년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아 의원직을 잃은 바 있다.

 

친박 성향으로는 김태환 의원이 있다. 김 의원은 17대 총선을 앞두고 종친회 회원 등에게 290만원 어치의 음식을 제공했다가 대법원에서 벌금 80만원 형을 받았다.

 

이명박 당선인도 선거법 위반 전력... 의원직 사퇴

 

이명박 대통령당선인도 선거법을 위반 혐의로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판결을 받은 사실이 있다. 이 당선인은 96년 10월 범인도피 및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벌금 7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반면 친이의 주장대로 '뇌물과 정치자금 수수'로 법규를 제한하면, 공천이 불투명한 의원의 범위가 달라진다. 이 경우에는 김무성 최고위원(친박), 박성범·김석준 의원(친이)이 해당된다.

 

이 중 김 최고위원은 경선 때 박근혜 캠프를 주도적으로 이끈 친박 진영의 좌장이다. 친박 쪽이 "공심위의 결정은 김 최고위원을 치려는 정치보복"이라며 분통을 터뜨리는 이면엔 이런 사정이 깔려있는 것이다.


태그:#18대총선, #한나라당공천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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