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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무소속 대통령 후보는 16일 오후 이른바 '이명박 CD'와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의외의 사실을 공개했다. 지난 14일 밤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찾아간 일이다.

 

당시 이 후보는 경북 영천·포항 유세를 취소하고 돌연 오후 6시 32분 동대구역에서 서울행 KTX에 올랐다. 이후 이 후보는 서울에서 한 시간 가량 머문 뒤 다시 대구로 내려가 하룻밤을 묵고 이튿날 유세일정을 계속했다.

 

이회창 "박근혜 만나 진심 호소하고 싶었다"

 

이 후보의 갑작스런 서울행을 두고 일각에서는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이인제 민주당 후보, 정근모 참주인연합 후보 등과의 회동설이 나돌았다.

 

그러나 이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 내의 양심세력에게 호소한다고 했는데 박 전 대표도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박 전 대표를 찾아갔던 일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박 전 대표를 만나진 못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기자의 질문에 한동안 묘한 미소를 지으며 4~5초간 뜸을 들이다 "제가 그저께(14일) 경북지역 유세를 끝내고 잠시 상경해 저 혼자 박 전 대표 집에 찾아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 후보는 "(박 전 대표에게) 진심을 호소하고 정말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아주 좋은 행동을 해주기를 호소하고 싶어서 찾아갔다"며 "그러나 만나질 못하고 그냥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사전에 박 전 대표와 약속이 됐던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약속이 됐으면 만났겠죠"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일부 기자들이 저한테 혹시 정동영 후보나 문국현 후보를 만난 것이 아니냐고 질문을 했는데, 두 분은 만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인(대선후보)은 만난 일이 없다고 말씀을 드린 것이다"라며 "(혼자서) 비공개로 찾아간 것이기 때문에 정확히 말씀 드리지 못한 것을 양해해달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 밤 9시께 자택 앞 찾아가 20여 분 동안 머물다 발길 되돌려

 

당시 이 후보를 수행했던 이채관 행정특보에 따르면, 이 후보는 그날 오후께 갑자기 "박 전 대표를 찾아가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후보는 캠프 내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이 특보와 함께 오후 6시 32분 동대구발 KTX를 탔다.

 

삼성동 박 전 대표 자택 앞에 도착했을 때는 밤 9시께. 미리 박 전 대표의 안봉근 수행비서관에게 연락을 했지만 안 비서관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이 특보는 "자택 앞에 도착하니 집사로 보이는 사람이 차를 봤는지 나오더라"며 "박 전 대표를 뵈러 왔다고 하니까 다시 들어가 한참 있다가 나오더니 '인터폰을 해도 박 전 대표가 안받으신다'고만 말하더라"고 전했다. 당시 이 후보도 차에서 잠시 내려 대문 밖에서 서 있었다고 한다.

 

이 특보는 "결국 자택 앞에서 20~30분께 머물다 그냥 돌아왔다"며 "돌아오는 길에 이 후보도 아무 말이 없었다"고 말했다.

 

박측 "만남 거절한 것 아니다... 늦어서 연락 안 된 것"

 

이와 관련 박 전 대표 측은, 당시 박 전 대표는 이 후보가 찾아온 사실을 몰랐다고 설명했다.

 

안봉근 비서관은 "당시 나도 퇴근한 상태여서 이튿날 경비들의 얘기를 듣고 알았다"며 "(이튿날 박 전 대표에게) 보고는 드렸다"고 말했다.

 

또한 안 비서관은 "그 시간이면 박 전 대표가 쉬기 때문에 (손님이) 찾아와도 만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며 "경비도 그런 사정을 잘 아니 그 시간에는 (박 전 대표에게) 연락을 안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물리적으로 만날 환경이 안 돼 못만난 것이지 (박 전 대표가 만남을) 거절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회창 후보는 추후 박 전 대표를 또다시 찾아갈지 여부에 대해서는 "그런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또한 이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실상 한나라당 내 '친 박근혜' 진영을 향해 "한나라당의 깨끗한 양심세력에게도 호소한다. 이제 모든 거짓말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는데도 이런 후보를 끝까지 두둔하고 진실을 덮을 수는 없다. 이제 더 이상 망설여서는 안된다"며 자신과 함께하자는 뜻을 강력히 시사했다.


태그:#이회창,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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