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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허허허…"

 

60년 후배들을 만난 이회창 무소속 대통령 후보는 연신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 후보는 8일 오후 자신이 다녔던 광주광역시 서석초등학교에 들러 후배들을 만났다.

 

후배들에게 "바르고 정직하게" 강조

 

이 후보가 교장실에 들어서자 4, 5, 6학년 학생들이 몰려와 메모지를 내밀었다. 이 후보는 학생들의 이름을 일일이 물어보면서 다음과 같은 문구를 적어줬다.

 

"항상 높고 바르게"
"바르고 곧고 용감하게"
"밝고 정직하게"

 

미처 사인을 받지 못한 학생들은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이후 이 후보는 교정을 둘러보며 학창시절을 떠올렸다.

 

"교사가 옛날 그대로야. 이 강당이 아주 유명한 강당인데…. 일본이 전국에서 몇 군데를 골라 강당을 지었는데, 당시로선 굉장히 큰 강당이었지."

 

운동장 연단 위에 올라서서는 큰 목소리로 "차려엇~!""열중쉬어어~!"를 외쳐보기도 했다. 5학년 때 대대장(지금의 학생회장)으로서 전교생 앞에서 구호를 외쳤던 기억을 되살려본 것이다.

 

이 후보는 41년 서석초교에 입학해 5학년까지 다녔다. 5학년 때 광주서중 입학시험에 합격했지만, 부친이 전근을 가는 바람에 청주로 전학을 갔다고 한다. 서석초교는 이 후보가 8살 때부터 12살 때까지의 추억이 어려있는 곳이다.

 

야구부 학생들을 만난 이 후보는 귀엽다는 듯 "아이고 참"을 연발하며 등을 토닥였다. 이 후보는 학생들에게 "내가 여러분 선배야. 어린 후배들을 보니까 참 좋다"며 "서석초등학교를 다녔다는 걸 항상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또한 이 후보는 "서석초교를 다닌 분들 중에 유명하게 되신 분들이 많다"며 "서석 야구가 전국에서도 이름을 날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학생들은 "선배님 힘내세요!"라고 화답했다.

 

"세 번째는 버리지 말아달라" 충장로서 유세

 

이에 앞서 이 후보는 광주 충장로 유세에서 "광주는 두 번 저를 버렸지만 세 번째는 버리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400여 명의 시민 앞에 선 이 후보는 사뭇 비장한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광주는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대통령을 만든 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꿔 말하면 두 번 이회창을 버린 곳인 셈이다.

 

이 후보는 만감이 교차한다는 듯 크게 숨을 들이쉰 뒤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을 뵈니까 제 가슴이 콱 조여옵니다."

 

자신과 광주와의 인연 때문이었다. 이 후보는 서석초교를 다녔고 또 외가는 광주 인근의 담양 창평이다.

 

이 후보는 "저의 어린 시절이 묻어있는 이 고장에서 자란 제가 지난 대선에서 두번씩 고배를 마셔야했다"며 "정치적으로 저는 이곳에서 이방인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이 후보는 "왜 그랬는가. 저는 당시 한나라당이라는 큰 정당의 후보이고 총재였지만, 여러분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여러분을 마음으로 따뜻하게 안지 못했다. 오만하고 자만했다"고 자신을 되돌아봤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여러분은 지난 두번의 대선에서 여러분의 손으로 우리나라 대통령을 만들었다"며 "이제 세번째 도전하는 제게 여러분의 힘으로, 저를 여러분을 위해 뛸 수 있는 대통령으로 만들어 달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 후보는 "계란도 돌덩이도 두렵지 않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여기 오는 도중에 일부 학생 단체들이 계란을 던질 생각을 하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하지만 저는 지금 광주에 쇼를 하러 온 게 아니다. 온 몸을 던져서 이 불같은 마음을 말하기 위해서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계란이 아니라 돌덩이가 와도 맞겠다. 국가 지도자라면 돌덩이가 무서워 국민 앞에 나서지 못해서야 되겠느냐"고 덧붙였다.

 

또 그는 대구에서 '달걀 세례'를 받은 일을 거론 하면서 "저 이회창은 계란 마사지나 돌덩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제 목숨은 없는 것이다. 제 앞에는 아무 두려움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남총련 "부정·부패 후보 이명박·이회창 반대" 시위

 

한편, 유세장 인근에서는 남총련(광주전남지역총학생회연합) 학생 30여 명이 이 후보의 출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은 "정계은퇴하셨다더니 왜 돌아오셨습니까""이회창 후보에게 묻습니다. 2002년 대선잔금 500억원 도대체 어디에 있습니까" "잊지말자 차떼기 돌아보자 병역비리" 등이 적힌 팻말 10여개를 들고 이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학생들의 시위에 경찰은 인근에 경찰 3개중대 270여명을 배치해 유세장 접근을 막았다.

 

시위에 참여한 강아무개(27·전남대 4)씨는 "5년 전 '차떼기'로 눈물을 흘리며 정계를 떠났던 이 후보가 왜 다시 출마를 했는지 묻고 싶어 왔다"며 "우리는 이명박·이회창과 같은 비리, 부패 후보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명박 후보의 유세 때도 반대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이 후보 측은 일부 학생단체가 달걀을 준비했다는 첩보를 들었다고 했지만, 달걀은 보이지 않았다.


태그:#이회창,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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