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제 지인의 결혼식이 있어 예식장에 갔습니다. 작년까지 같은 직장서 근무했던 미스 김이 만혼(晩婚)을 한 때문입니다.


부조금을 내고 신부대기실로 가니 어제의 히로인인 미스 김이 고운 신부화장을 하곤 저를 맞았습니다.


“홍 부장님, 와 주셔서 고마워요! 근데 함께 온다던 아드님은?”
“아들은 오늘도 일이 있다며 직장에 나갔지요.”


신부의 사진을 디카로 몇 장 찍고 다시 식장 입구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지인이 없었기에 5층의 식당으로 올라갔지요. 그러자 입구서 대기 중인 여직원 둘이 다짜고짜 식권부터 달라는 겁니다.


“밥을 먹으러 온 게 아니고 아는 사람이 있나 둘러보려고요...”


그러나 예식장의 여직원은 ‘냉혹’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은.”


식권부터 달라는 것이었지요. 내키지 않는 식권을 주긴 했지만 기분이 좋을 리는 만무였습니다. ‘배가 밥을 두 번씩이나 먹을 얌체로 보이냐?’


지금이야 결혼식을 예식장에서 마치 붕어빵을 찍어내듯 겨우 한 시간에 신혼부부를 ‘뚝딱뚝딱 만들어 내지만’ 과거 시골 등지에선 구식으로 성대하게 치렀습니다.


또한 그날의 결혼식에 하객으로 온 사람들에겐 혼주(婚主)의 아낌없는 베풂의 미학이 강물처럼 출렁였습니다.


그러한 패러다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일부러 거렁뱅이들도 떼를 지어 그러한 집(들)을 찾아다니곤 했던 것입니다.


그러면 혼주와 혼주의 가족들 모두는 거렁뱅이들에게까지도 실로 융숭하게 대접을 했습니다.


국수와 부침개 등의 맛난 음식을 아낌없이 퍼주는 것도 모자라 자리에서 일어날 무렵엔
별도로 음식을 싸주면서 “가다가 시장하면 드시라.”고 술까지 병에 채워주곤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날은 어떻습니까. 하여간 지인이 식당에도 없기에 다시 식당의 입구 쪽으로 나오니 저를 예의주시하던 직원이 식권을 도로 주기는 했습니다.


그렇지만 마치 감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여전히 좋지 않았음은 물론입니다.


도로 예식이 열리는 식장 쪽으로 가니 그제야 예전의 직장동료인 P부장이 얼굴을 드러내더군요.


그 친구와 잠시 예식을 보곤 5층의 식당으로 다시 올라가 밥과 술을 먹었습니다. 헌데도 여전히 ‘살벌한’ 눈망울을 굴리고 있는 그 예식장의 여직원들 시선은 영 그렇게 밥맛을 떨어뜨리게 하는 요인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물론 그 여직원이야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다 경제논리에 입각한 그 예식장 식당 사장의
치부관념이 부른 귀결인 것을요.


아무튼 과거 시골에선 결혼식 날 풍경이 이다지까지 삭막하진 않았는데... 란 상념이 여전히 뇌리를 출렁였음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첨부파일
예식장 식당.jpg

덧붙이는 글 | 여의주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일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이 기자의 최신기사[사진] 단오엔 역시 씨름이죠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