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뉴코아-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휴일근로수당, 휴가수당도 받지 못했고, 퇴직금지급에 대해서도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다. 임신한 여성 노동자들은 연장근무를 강요당했다. 그러나 근로기간이 명시되지 않은 계약서 탓에, 월 80만원의 수입이 필요해 일을 계속 해왔다.

 

부평공장의 사내 하청업체 소속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법 시행 2달 후 노조지회를 결성했다. 노조를 결성하면 노무관리팀에게 폭행당하거나 해고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노조 결성 후 폭행은 일상적으로 이뤄졌다. 노조 간부들은 전보발령이나 해고를 당했고, 소속된 하청 업체들은 계약 해지를 당했다.

 

그들에게 비정규직법은 아무런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했다. 오히려 아픔의 씨앗을 뿌린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18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비정규직법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줄이고 보호하는 법의 정신을 지키는는 재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시행 중인 '비정규직법'이 얼마나 허술한 보호막인지 역설한 셈이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이하 민교협),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이 30일 오후 2시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이 허술한 보호막에 메스를 들이댔다.

 

"비정규직법은 확실한 해고 압력"

 

김성희 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역시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어설픈 보호방안과 확실한 해고 압력"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비정규노동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비정규직법 시행 후 자산관리공단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하위직급화(부산은행,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제2금융권), 무기계약화(우리은행 등 은행권이나 이마트, 홈플러스 등 유통권), 외주화(코스콤, 기륭전자, 이랜드-뉴코아, KTX-새마을호 승무원)됐다.

 

또 김 소장은 "비정규직법의 효과로 무기계약으로 전환될 수 있는 인원은 35만 명으로 비정규직의 4%, 전체 노동자의 2%고, 많이 잡아야 그 배 정도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그는 정부의 노동시장 파악도 잘못됐다고 질타했다.

 

"지난 26일 통계청이 실시한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비정규직 일자리를 선택함에 있어 '자발적 사유'에 의한 선택이 응답자의 52.9%를 차지한다. 노동부 방식의 통계로도 48% 정도가 자발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단시간 근로를 제외한 주당 노동시간이 50시간이 넘고 주5일제 실시도 적은데 어떤 이들이 비정규직을 자발적으로 선택했다 할 수 있는가. '이 일자리(고용형태)를 선택한 이유'라는 항목으로 '왜 비정규직을 선택했는가'라는 이유의 답을 얻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김 소장은 "결국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비정규직이 발생되는 출입문을 정리해야 한다"며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을 도입하지 않는다면 어떤 해결책도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비정규직법, 직접고용·상시고용의 필요성 설명한 입법배경 반영안해"

 

조임영 영남대 법대 교수도 "비정규직법에 명시된 차별금지대상, 비교대상근로자는 추상적이거나 불확정적인 용어로 구성돼 있어 사용자들은 다양한 인사노무관리 전략을 통해 비정규직법 자체를 벗어나고 있다"며 "이러한 환경에서 비정규직법의 차별금지제도가 취지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또 조 교수는 정부가 밝힌 비정규직 입법배경은 '직접고용의 원칙'과 '상시고용의 원칙'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입법할 때 그 원칙들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노동부가 법을 해석하는데 있어 여러 가지 탈법 가능성을 기술해놓아 이미 법의 허술함을 알고 있던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외주용역전환은 이미 충분히 예견됐으며, 오래전부터 논란이 되어 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로서는 합법적인 도급 등은 별도로 하더라도 적어도 불법파견에 대해서는 엄격히 규율했어야 하지 않았나?"

 

이어 세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선수 민변 변호사는 제기된 문제점을 바탕으로 ▲ 사용사유 제한제 도입 ▲ 기간제근로자의 경우 사용기간 명시와 묵시적 갱신 효과 명문화 ▲ 무기근로계약 근로자의 경우 근로조건 명문화 ▲ 파견법 폐지 및 직업안정법에 의한 규율 ▲ 위법 파견시 즉시 직접고용 간주 ▲ 외주화 금지 원칙의 명문화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변호사는 "법률이 시행된 지 몇 달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개정안을 제시하는 것의 적절성에 의문이 있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눈앞에서 심각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데다 거기에 법률의 결함이 일정 정도 기여한다면 법률가로서 그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같이 논의해보자"

 

이후 각계 토론에서 이해삼 민주노총 최고위원은 파견법뿐만 아니라 기간제법은 폐지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이 위원은 "이는 근로기준법에도 맞지 않고 중간 착취를 용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 위원은 "모든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내 조직화된 비정규직 노동자가 벌써 20만명이나 됐다.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자신들의 문제 해결을 위해 조직화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정규직 노동자들도 적어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적인 근로환경 개선에 나서야 한다. 지방노동위원회가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 증거를 인정하고 나섰다. 같은 노동자인 정규직 노동자들로써는 '쪽'팔리는 일이다."

 

반면 정형우 노동부 비정규대책팀장은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수많은 토론회가 열리고 있지만 항상 노동시장의 공급적인 면만을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며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입장 즉 수요적인 측면도 고려해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기 서로 다른 이유로 비정규직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노동계가 원하는 쪽으로만 법이 개정될 수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비정규직법이 만들어지기 전의 노동시장은 약육강식의 세계 아니었나. 우선 최초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생각한 법안이라는 의의를 생각하자.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또 정 팀장은 "뉴코아-이랜드 사태 등 비정규직법이 작동하고 있지 못하는 외주화 부분에 대해서 노동부도 여러 가지 준비와 논의를 하고 있다"며 "비정규직 문제를 논의하는 TF팀에 같이 참여해 같이 대안을 논의해보자"고 덧붙였다.


태그:#비정규직, #비정규직법, #뉴코아, #이랜드, #코스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