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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랑 성냥개비 쌓기 놀이가 번번이 실패를 하는 이유가 뭘까 하다가 드디어 원인을 발견했다. 깊게 생각 하고자시고 할 게 없는 것이었다. 어머니 시력이나 감지력을 놓고 볼 때 성냥개비는 너무 작지 않나 싶었다.

 

성냥개비 쌓기 놀이를 하기에는 다 큰 어른이 시답잖아 보인다는 것도 한 몫 하겠지만 그것은 기분의 문제이고 재미있기만 하다면 얼마든지 어머니가 할 수 있는 놀이라는 것에는 의심이 없었다.

 

 

그래서 성냥개비에 비해 큼직한 나무토막을 잘라서 잘 다듬어 드리기로 했고 예상대로 대 성공을 거두었다. 어머니가 여간 재미있어 하시는 게 아니었다. 이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우연이다.


내게는 신기한 우연이 참 많다. 언제가 부터 나는 뭔가를 생각만 하면 그것이 바로 옆에 나타나는 일들이 있다. 마음을 먹으면 마음먹은 것이 어떤 형태로건 바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집에 쌀이 떨어져 마지막 밥을 짓고 나면 그날 쌀 한 부대가 택배로 온다든가 지붕을 이다가 슬레이트가 몇 장 모자라면 읍내로 사러 가는 길에 아랫동네 집 옆에 남아서 쌓아 놓은 것이 있어 얻어 온다든가 하는 경우다.

 

 

성냥개비 대신 뭐가 있을까 며칠 생각하는데 우연히 펼친 책자에서 아이들과 아빠가 어울리는데 나무토막 쌓기를 하는 사진이 있는 것을 본 것이다. '바로 이거다' 싶었다.

 

제재소에 가서 적당한 것을 얻어왔다. 액자를 만드는 공장이었는데 어른 손가락 굵기 만한 나무토막들이 ‘어서 가져가십시오’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공장장은 다 가져 가라고 했다.

 

제각각인 길이를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집에 오신 누님과 내 여동생의 도움을 받아 사포로 문질러 매끈하게 만들었다. 두 사람 다 내가 시도하는 새로운 놀이에 크게 비중을 두는 것 같지 않았지만 나는 성공 할 것을 확신했다.


어머님이 뭔가에 집중을 하시면 헛소리도 안 하시고 엉뚱한 주장으로 몸과 마음을 상하시지도 않는다.

 

나무가루가 묻어 있어서 물로 잘 씻어 소쿠리에 담아 말렸다. 드디어 어머니 기분 좋을 때를 골라 ‘작업’을 시작했다. 갑자기 좋은 일이라도 생긴듯 들뜬 목소리로 어머니를 불렀다.

 

"어머니이. 어머니이. 우리 이거 해 볼까요?"

 

마루에 나와 계시던 어머니가 "거기 먼데?"하시면서 심심하던 차에 잘 됐다는 표정으로 다가왔다.

 

“이거요. 이거 높이 쌓으면 어머니 걸어 다닐 수도 있대요. 백운역 할아버지가 그랬어요.”

 

어머니의 수호천사인 '백운역 할아버지'를 둘러대면서 시작된 나무토막 쌓기 놀이는 생각 했던 것보다도 훨씬 재미있었고 어머니의 반응도 좋았다.

 


켜켜이 쌓는 나무토막은 위치와 방향 등은 물론 나무토막의 길이 등이 두루 작용하여 무너지지 않고 높게 쌓을 수 있었다.

 

어머니가 두 번 실패하시더니 "아래쪽에 긴 놈부터 놔야겠네"하시는가 싶더니 "에이. 앞에서만 보고 싸으니까 옆으로 기우뚱 하는기 안 보였네. 옆으로도 봐 감서 쌓아야겠다"고 하셨다.

 

그리고는 세 번째에 나무토막을 모두 올려 놓으시는데 성공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피사의 사탑’ 같은 작품(?)을 완성하고 대견해 하시는 모습이 정말 가관이었다.

 

어머님 하시는 말씀은 더 걸작이었다.

 

"내 등이 꾸부라져 있응께 이놈도 기우뚱하구나 하하하…."

덧붙이는 글 | 없음


태그:#치매, #부모 모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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