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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 갑니다
기다리는 마음 같이 초조하여라 / 단풍 같은 마음으로 노래 합니다
길어진 한숨이 이슬에 맺혀서 / 찬바람 미워서 꽃 속에 숨었나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 갑니다

 

가수 김상희가 노래했던 그 코스모스가 바람에 한들거린다. 높다란 키에 너무 가늘어 애처롭게 보이기까지 하는 코스모스. 가녀린 모습이지만 거기서 묻어나는 짙은 꽃 색깔과 향기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그 향기는 너울너울 바람을 타고 오른다.

 

바람에 하늘거리며 꽃물결을 이루는 코스모스가 유혹하는 계절이다. 코스모스를 닮은 가을하늘도 드높다. 코스모스가 꽃물결을 이루는 풍경, 해질 무렵에 보니 더 아름답다.

 

이 가을, 어디를 가더라도 코스모스 지천이다. 그러나 전라남도 장성군 황룡강변에서 만나는 코스모스는 사뭇 다르다. 강물과 어우러진 모습이 한 편의 시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장성읍에서 고창방면 도로를 달리다 장성호 부근에서 만나는 황룡교. 이곳에서 가슴 가득 다가서는 가을을 만난다. ‘쌩∼’하고 그냥 달릴 일이 아니다. 아니 환한 꽃미소에 사로잡혀 필경 차를 멈추게 된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강 물결, 그것을 배경으로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그리고 장난치듯 뱅뱅 도는 잠자리와 나비들에 키 작은 해바라기까지…. 눈 맞출 데가 많다. 드넓은 코스모스 꽃물결이 향기롭다. 면적이 자그마치 9만5000㎡나 된단다.

 

물줄기를 따라 양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코스모스 꽃길의 끝이 아른하다.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코스모스 사이사이로 꽃길도 잘 만들어 놓았다. 폭이 1m는 족히 돼 보인다. 여행객들이 구경하면서 추억의 한 페이지를 남기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한 장성군의 배려가 돋보인다.

 

성정(性情)이 연약해 보이는 코스모스. 그러나 지난날의 무더위와 비바람을 다 이겨내고 꼿꼿하게 선 모습이 장하기까지 하다. 그 모습에 반해 하느작거리면서 꽃잎 띄기를 하고 물방울 쏘기를 하다 보니 한나절도 부족하다.

 

강바람과 어우러진 코스모스 길이 정취를 더해주는 이 가을. 그 꽃길을 따라 아이들이랑 걸으면서 강물을 바라보노라니 어느새 온 몸이 행복해진다. 마음속에도 잔잔한 강물이 흐른다.

 

코스모스 꽃물결은 장성호 바로 밑 코스모스광장과 장성공설운동장 주변에서도 만날 수 있다. 장성에는 또 물안개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모터보트도 타볼 수 있는 장성호를 비롯 백양사, 금곡마을과 축령산휴양림, 필암서원, 홍길동테마파크 등 가볼만한 곳이 많다.

 

노령산맥의 백암산 가인봉과 백학봉 사이 골짜기에 자리하고 있는 고불총림 백양사는 백제 무왕 때 세워진 사찰. 13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고승의 설법을 듣고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흰 양이 자신의 죄를 용서 받고 다시 천상으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얽혀 있다.

 

백양사 쌍계루를 왼쪽으로 두고 천진암까지 돌아오는 길은 숲의 생태를 체험할 수 있다. 비자나무와 굴참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어 일반적인 숲의 내음에 품위를 더해 준다. 갖가지 식물마다 특징과 이름 등을 써 놓은 설명판이 다 세워져 있어 따로 설명을 듣지 않고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금곡마을은 고샅길을 따라 이어지는 싸리나무 담장과 초가집이 옛 시골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이 마을이 유명세를 탄 것은 장성출신 임권택 감독이 고향마을에 홀딱 반해서 영화 〈태백산맥〉을 촬영한 뒤부터. 연이어 텔레비전 드라마 〈왕초〉, 영화 〈내마음의 풍금〉 등을 이곳에서 찍으면서 ‘영화마을’이란 명성을 얻었다.

 

숲 속에서 미술의 향기를 느껴볼 수 있는 아담한 미술관도 있다. 초가지붕을 얹은 이 미술관은 ‘세심원(洗心院)’ 주인장 변동해(53)씨가 옛 마을구판장을 고쳐 꾸민 것. 여기서는 미술작품을 전시하기도 하고, 가끔 음악회도 열고 있다. 자연과 사람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세심원’도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선다.

 

축령산휴양림은 잘 닦여진 임도를 따라 양쪽으로 삼나무와 편백나무, 잎갈나무 군락이 이어진다. 원시림보다도 더 원시림 같다. 독립운동가였던 춘원 임종국 선생이 1956년부터 34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전국 최대의 인공림이다.

 

숲길은 북일면 문암리 금곡마을에서 서삼면 모암리를 거쳐 황룡면 추암리까지 이어진다. 완만하게 이뤄진 숲길 거리가 6㎞나 된다. 나무를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든 비포장 길이지만 승용차가 다닐 수 있을 만큼 넓다. 발품을 팔아 걷는 것이 최고다. 차를 타고 하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이다.

 

 

덧붙이는 글 | 9월 30일에 취재하였습니다.


태그:#코스모스, #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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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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