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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가 너울너울 춤을 춘다. 순천만은 지금 온 세상이 붉은 갈대꽃으로 뒤덮였다. 대대동과 교량동, 해룡면 중흥리와 선학리 등의 70만평 갈대밭은 온통 갈대꽃이 피어오르고 있다.

 
해가 기울 무렵의 순천만은 아름답다. 해질 무렵 순천만에 서면 누구나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태양의 마술에 빠져들고 만다. 노을 지는 순천만의 모습은 그저 신비롭기까지 하다. 순천만은 찾아갈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찾아와 날 유혹한다.

 

 

갈대꽃이 피었다

 

먼지 나는 비포장 길을 따라가다 둑방에 서면 끝없이 펼쳐지는 광활한 순천만의 갈대밭. 아스라이 펼쳐진 갈대밭에서 팔을 쭉 뻗으면 손에 움켜쥘 수 있는 크기로 솔섬이 눈에 잡힌다. 갈바람이 스칠 때마다 둑길의 코스모스 하늘거리고 갈대는 서로 몸을 비빈다.

 

순천만 들녘에 일렁이는 황금 물결. 벼 이삭은 지난 여름 태풍 나비의 날갯짓에 맥없이 쓰러져 아직 몸을 가누지 못한다. 길가에는 하얀 억새가 환한 미소를 날린다. 갈대밭에 원두막 한 채 덩그마니 갈대숲을 지키고 서 있다. 갈대숲엔 갈대를 베어내 발을 엮어 놓았다.

 

뭍의 갈대숲에는 갈대와 억새가 한데 어울려 피었다. 갈대숲에서는 이름 모를 풀벌레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아름다운 가을의 하모니가 감미롭게 들려온다.

 

 

훌쩍 떠난 순천만에 해가 떨어진다

 

인안교에 다다를 무렵 해가 떨어진다. 순천만에 노을이 진다. 들녘의 제비는 하늘 가득 날아오른다. 찔룩게 한 마리 비포장 길을 잽싸게 가로질러 풀 섶으로 사라진다.

 

코스모스와 갈대, 붉은 칠면초가 어우러진 장산갯벌, 해가 사라지자 순천만은 숨죽은 듯이 고요가 밀려든다. 코스모스도 긴 의자에 쓸쓸히 기대어 있다. 탐방로에 서면 순천만의 갯벌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붉은 칠면초 군락지에는 하얀 백로 10여 마리가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갯벌 여기저기에는 고둥이 기어다니며 길을 내고 있다. 찔룩게와 꽃게는 구멍에서 나오다 말고 사방을 살핀다. 짱뚱어 녀석은 갯벌을 폴짝폴짝 뛰어다니다 물속으로 첨벙 들어간다.

 

비포장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이르면 코스모스가 절정을 이룬다. 어스름 어둠이 깃든 둑길에 흔들리는 코스모스 그 처연한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난다. 근처 농장의 라디오에서 ‘사랑 가을사랑~ 잊혀지는 그대 목소리’ 가을노래가 흘러나온다.

 

 

화포 가는 길목. 장산리 연곡사 스님의 독경소리가 청아하다. 목탁소리는 어둠 속으로 퍼져간다. 어둠은 점점 짙게 드리우고 민가에서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장산리 갯가 오두막, 어디선가 사그락거리는 소리 있어 살펴보니 고무통 안에 찔룩게가 가득하다. 장산갯벌은 이미 어둠이 찾아들었다. 건너 바다에 비친 와온 해변의 불빛이 곱다.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든 가든, 툇마루에 걸터앉으니 갈바람이 스치고 지나간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순천만, #갈대꽃, #찔룩게, #노을, #장산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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