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Merida 가는 길

( 1 / 23 )

ⓒ 박정규

그렇게 기대하던 Merida로 가는 길목인 Barinas에 도착했다.

이제 곧 100km를 올라가야 하고 3000m 이상의 산을 처음으로 만나기 때문에 고도계를 구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자전거 가게를 몇 군데 돌아봤는데 고도계가 없단다.

한 은행 앞에서 또 다른 자전거 가게 위치를 물어보기 위해 서 있는데,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가운데 윗니 하나가 비어버린 조금은 미소를 머금게 하는 인상의 Jnonuly가 다가와 길 안내를 자청했다.

Jnonuly의 이웃집 친구
 Jnonuly의 이웃집 친구
ⓒ 박정규

관련사진보기


3군데 정도 더 돌아봤는데 모두 없다고 했다. “이제 어디로 갈 거죠? 저렴한 숙소는 어디 있죠?” 한 할머니가 운영하는 민박 집으로 갔는데 2만 볼리바르를 요구했다. 저렴한 가격이었지만 일단 한번 더 할인을 문의했으나 거절 당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Jnonuly가 자기 집이 크다며 자고 가도 된다고 하면서 길을 앞장섰다.

Jnonuly의 핫도그 판매대
 Jnonuly의 핫도그 판매대
ⓒ 박정규

관련사진보기


저녁에는 이웃집 아주머니와 그의 딸이 날 구경하러 왔다. 대금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Jnonuly가 잠깐 나간 사이에 왜 그의 아내는 집에 오지 않느냐고 물어봤더니 5년 전에 죽었고 하나 뿐인 딸은 Merida에 살고 있다고 했다. Jnonuly가 들어오는 바람에 이야기가 끊어졌다. 다음 날 딸 연락처를 건네주면서 조심해서 가라는 Jnonuly를 뒤로하며 길 위로 올라 가는데…….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멀리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밝은 표정을 간직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머리에 맴돌았다.

Jnonuly와 이웃집 친구
 Jnonuly와 이웃집 친구
ⓒ 박정규

관련사진보기


삼각김밥 뒤쪽에 새끼 손가락을 하나 넣은 것 같은 가파른 내리막을 시작으로 산 길이 시작되었고 3일 동안 거의 70km를 달려서 내리막이 시작되는 마을에 도착했다.

공터에 차들이 많이 주차되어 있다. 한 가족이 날 발견하고 손짓을 한다. 카라카스에서 Merida로 가족휴가를 가는 길이란다. 다짜고짜 먹을 걸 먼저 내민다.

산 위에서 만난 가족여행 중인 가족들과
 산 위에서 만난 가족여행 중인 가족들과
ⓒ 박정규

관련사진보기


이제 내리막이 시작되는데 위험하니까 에스코트를 해주겠다며 먼저 출발했다. 밴 뒤에서 거리를 두고 내려 가는데도 약간 위험한 상황이 몇 번 연출되기도 했지만 무사히 한 건물 앞에 도착했다. 가족들이 이야기를 잘 해주어서 그 곳에서 잘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소방서였다. 대원들은 추위에 떨고 있는 나그네에게 큰 담요와 빵 한 덩이를 내어주며 웃어주었다.

소방서에서 하룻밤을
 소방서에서 하룻밤을
ⓒ 박정규

관련사진보기


ⓒ 박정규

관련사진보기


우와! 소방서는 APARTADEROS란 지역에 있었는데 거기서부터 산 마을을 여러 개 통과하면서 Merida까지 60km 정도를 신나게 내려갔다. Merida를 알리는 표지판에서 오르막이 다시 시작되었고 몇 킬로 올라가자 빨간 앵무새가 공을 드리블 하는 간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Merida 도착한 것이다. 다시 시원한 도로를 따라서 볼리바르 광장으로 향했다.

Merida 도착!
 Merida 도착!
ⓒ 박정규

관련사진보기


길 가는 라이더에게 Jaime가 소개해준 친구의 가게 위치를 물었더니 바로 옆을 가리킨다.
그러나 오늘은 토요일이라 문을 닫았다고…….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Fernan란 라이더는
뭐가 그렇게 신이 났는지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오늘 어디서 잘 거죠?"
"모르겠어요."
"그럼 우리 집에 갈래요?"
"감사합니다."

날 위해 식사준비 중인 Fernan
 날 위해 식사준비 중인 Fernan
ⓒ 박정규

관련사진보기


Fernan은 내가 신나게 내려왔던 길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20분 정도 올라가서 한 아파트에 앞에 도착했다. 집은 4층. 짐을 Fernan이 조나단은 내가 들고 올라갔다. 집으로 들어가자 Fernan이 방에서 대형 세계지도를 가져와서 여행 경로를 물어본다.

"잠은 어디서 자?"
"저녁이 되면 인근 가정 집에 가서 문을 두드려! 어떤 집은 웃으면서 반갑게 맞아 주기도 하고 어떤 집은 인상을 쓰면서 다른 집으로 가라고 하기도 해……. 쉽지는 않지만 가족들과 우정을 나눌 수 있고 아주 즐겁거든……. 하하- 오늘은 너를 만난 거야……."

산 속의 구름마을
 산 속의 구름마을
ⓒ 박정규

관련사진보기


"돈은?"
"처음에 아르바이트를 4개월 정도 해서 출발경비를 마련하고 그 후에는 홈페이지 방문자들과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몰래 쥐어준 '사랑의 점심 값' 덕분에 지금까지 여행하고 있어."
"우와! 좋아!"

Fernan은 감탄사를 연발 하면서 아주 즐거워했다. 덕분에 나도 즐거워 졌다.

구름안개가 유난히 많았던 산 길
 구름안개가 유난히 많았던 산 길
ⓒ 박정규

관련사진보기


베네수엘라의 국경인 San Cristobal로 가는 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일반 평지 도로를 타고 계속 가는 거고 하나는 내가 선택한 Merida로 가는 산 길이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길을 선택하라고 했지만 언제부터 인가 쉽고 편한 길로 가는 것을 본능적으로 싫어하게
된 것 같다. 그래서 Merida로 향하는 길로 핸들을 돌렸고 땀을 좀 많이 흘렸지만 그 만큼
좋았다.

하늘을 정말 날아보고 싶어서
 하늘을 정말 날아보고 싶어서
ⓒ 박정규

관련사진보기


처음으로 3600m 높이의 산을 넘는 동안에 땀을 실컷 흘려봤다. 덕분에 앞으로 넘을 수 많은 안데스 산맥들을 좀 더 친근한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산에도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서 “사람은 어디서든 살아낼 수 있구나.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겠구나. 그들이 날 도와 줄 테니까……”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녀를 보는 순간 말을 할 수 없었다. ^^;
 그녀를 보는 순간 말을 할 수 없었다. ^^;
ⓒ 박정규

관련사진보기


[여행수첩]
1. 이동경로
Portugesa Guanare -> Barinas, Sabaneta(7.30)
Barinas, Barinas(7.31) -> Barinas, Altamira(8.1)
Barinas, Santo Domingo(8.2) -> Merida, Apartaderos(8.3) -> Merida, Merida(8.4)

2. 주행기록
299.56km / 24시간01분 / 12.05km/h

3. 사용경비
119,000 볼리바르(공식환율 U$1.00 = 2,150BS)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나에게 때로 슬픔을 주기도 하지만 미소와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덕분에 계속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주었고 그들의 미소를 다른 이들과 함께 하고픈 욕심도 가지게 해주었다.

2007년 8월4일 베네수엘라 Merida에서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 박정규 올림.

덧붙이는 글 | 공식홈페이지 www.kyulang.net



태그:#희망, #자전거여행, #베네수엘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