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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며칠 전 저녁이었다. 아내가 불쑥 말을 꺼냈다.

"요즘 <더 워>가 한참 이슈대요?!"
"<더 워>?, <더 워>가 뭐야?"

무슨 말인가 싶어 내가 되물었다.

"아니 그 심형래 감독이 만든 영화 말이에요."

아내는 그것도 모르느냐는 듯이 나에게 말했다. 아내의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좀 웃고 말았다.

"하하, <디 워>! <더 워>가 아니고 <디 워>야."

내가 웃는 게 좀 마음에 걸렸던지 아내는 좀 세게 나왔다.

"무슨 말이에요? <더 워>에요. 우리 병원 사람들이 다 <더 워>라고 하던데…."

아내가 워낙 자신 있게 나오니까 내가 좀 머뭇거려졌다. 아내가 다니는 직장 사람들이 다 <더 워>라고 한다니 그런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래? 내가 잘 못 알았나? <디 워>로 알고 있었는데…."

난 잠시 생각에 잠겼다.

'<더 워>인가? 인터넷에서 분명히 <디 워>라고 봤는데. 이상하네.'

잠시 후 나는 <더 워>가 맞는지 <디 워>가 맞는지 그 답을 찾아내었다. 설거지하려고 방을 나가는 아내를 불러 세웠다.

"<디 워>가 맞아. 이그, 학교 다닐 때 공부 좀 하지…."
"그게 공부하고 무슨 상관인데요?"

아내는 뜬금없이 무슨 공부냐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좀 더 강한 투로 이야기했다.

"영어시간에 졸았지? 모음 앞에 있는 the는 <더>라고 읽지 않고 <디>라고 읽는 거 몰라? 그러니까 <디 워(The War)>가 맞지."

"음…."
나의 정확한 설명을 들은 아내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내는 설거지해야겠다고 이내 방을 나섰다. 그러면서 허공에다 한 마디 쏘아 올렸다.

"공부만 잘하면 뭐해. 돈을 잘 벌어야지. ㅎㅎ"

아내가 나에게 한 방 날렸다. 나도 질세라 반격을 가했다.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닌데 말야. 머리에 든 거 없는 사람들은 꼭 돈을 밝힌다니까."
"돈 못 버는 사람들이 꼭 그렇게 말하지."

아내의 여유 있는 응수였다.

나는 늘 이 대목(돈)에서 밀린다. 오늘도 나의 판정패다. 나는 슬쩍 말을 돌린다. 소위 말하는 '국면전환'이다.

"말 나온 김에 <디 워> 한 번 볼까?"
"좋아요. 이번 일요일날 가요."
"알았어. 내가 일요일날 6시에 강의가 끝나니까 시간 맞춰 시내로 나와."
"예, 종달리(처가) 식구들과 같이 갈게요."

일요일(5일) 저녁. 온 식구들이 모여 <디 워>를 감상하게 되었다. 좀 전에 외삼촌한테서 맛있는 피자를 대접받은 아들 녀석이 들뜬 기분으로 물었다.

"아빠 오늘도 로봇 나와?"

얼마 전 아내의 여름휴가 때 아이들과 함께 <트랜스포머>를 보았는데, 평소 로봇을 좋아하던 아들 녀석이 무척 좋아하였다. 그래서 오늘도 로봇 나오느냐고 묻는 것이다.

"아니, 오늘은 로봇 안나와."
"그럼 뭐 나와?"
"오늘은 이무기가 나와."
"이무기가 뭔데?"
"응, 커다란 뱀이야."
"난 로봇이 좋은데…."

로봇이 안나온다는 말에 아들은 실망하는 눈치였다.

"이무기도 재밌어. 봐봐."

아들의 손을 잡고 극장 안으로 들어가면서 아내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말했다.

"<더 워>말고 <디 워> 한 번 감상해 볼까?!"

식구 여섯 명이 앉으니 좌석의 한 줄을 다 차지했다. 옆 자리에 앉은 아내에게 귓속말을 건넸다.

"<디~ 워> 덕분에 온 가족이 모였네. 좋다. <디~ 워>!"

나는 <디>를 힘주어 길게 발음했다.

▲ <디 워> 포스터
ⓒ 쇼박스
잠시 후 불이 꺼지고 기다리던 <디 워>가 시작되었을 때, 아내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아내의 시선이 무척이나 부담스러웠다.

영화의 제목은 < D-WAR >였다.

THE WAR가 아니라 D-WAR.

아니, 이게 뭐야? 모처럼 아내에게 나의 박식함을 보여주나 싶었는데, 이거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나는 그냥 가볍게 웃고 말았다.

"<디 워> 맞잖아?!"

그 때 아내에게 체면은 좀 구겼지만 영화는 재미있게 보았다. 온 가족이 함께 보아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오늘 뉴스를 보니 <디 워>가 개봉 5일 만에 3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였다고 한다. 한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디 워>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면서 쌍방의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는 것 같다.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디 워>로 인한 열기가 뜨겁게 밀려온다.

<디 워>가 2007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 워>는 아내의 말대로 <더 워>가 맞는지도 모르겠다.

태그:#더 워, #심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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