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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에 집에 가기 위해 기숙사를 나서는 학생들 모습
ⓒ 이인옥
뉴스를 보면서 참담함을 느끼는 농촌학교 학생들의 심정을 한번쯤 헤아려 보면 좋겠다.

50%를 반영한다던 내신을 이제는 헌신짝처럼 버리고 수능 위주의 체제로 돌입하는 이유가 과연 설득력이 있는가 묻고 싶다. 내신이 좋은 학생들은 그만큼 주어진 여건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기에 대학에 가서 당당하게 제 몫을 할 수 있는 유능한 학생들이다. 그런 학생들이 농어촌 등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게 해서는 안 된다.

농촌의 인구가 나날이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오늘날 농촌에는 젊은 사람들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우리 연기군에서 유일한 벽지 초등학교가 우리 마을에 있다. 이 학교만 하더라도 새로 입학하는 학생이 해마다 줄어들어 매년 폐교위기를 맞고 있다. 폐교가 이제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 학교 넓은 운동장에서 맘껏 뛰놀며 공부하는 학생들의 수가 꽤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전교생이 28명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 학교를 지키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은 대단하다. 우리 마을에 있는 이 학교마저 없어진다면 더는 발전을 바라보기 어렵고 그나마 있는 젊은이들이 아이들의 공부를 위해 농촌을 떠나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년이 다른 두 학년을 한 반으로 묶어서 가르치는 복식수업도 감수하며 마을에 있는 학교를 지키기 위해 주민들은 노력하는 것이다.

문제는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중학교도 마찬가지다. 복식수업을 감수하며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곳 아이들이 진학하는 중학교에도 매년 학생들의 수가 줄고 있다. 그래도 이곳 농촌사람들이 도시로 떠나지 않고 한 학년이 도시의 한 학급도 안 되는 학생 수에도 불구하고 농촌의 중학교에 진학하는 이유는 이 지역의 고등학교에서 내신점수와 농어촌 부가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현실은 어떠한가? 도시의 사립명문대학에서 내신의 비중을 유명무실하게 만들며 농촌에서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의 희망을 가차없이 짓밟고 있다. 농촌지역에서 어렵게 공부한 만큼 고등학교만큼은 도회지에 나가서 보란 듯이 공부시키고 싶은 마음이 농촌사람들이라고 왜 없겠는가? 지역인재 육성을 위한 군의 노력과, 다른 지역으로 우수한 인재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농촌 학교들의 노력, 또한 내신의 비중이 높아진다는 교육부의 발표만 믿고 농촌 학교에 입학하여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다.

▲ 기숙사에 머물며 공부하는 농촌의 인문계 고등학교 학생들
ⓒ 이인옥
그나마 농촌지역 인문계 고등학교가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 유일한 이유인지도 모른다. 안 그러면 공부를 좀 한다는 학생들이 모두 도회지로 빠져나가서 농촌의 인문계 고등학교는 부실하게 운영될 수밖에 없다. 수능체제로 대입제도가 바뀐다면 농촌에서 아무리 열심히 공부한다고 해도 여건이 훨씬 좋은 곳에서 공부하는 도시 아이들을 따라잡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며 발표되는 사립대학들의 입시 제도를 바라보면서 뒤통수를 크게 얻어맞은 느낌이다. 거기다 서울대마저 내신을 등한시하는 분위기에 정신이 다 아찔하다. 일부 사립대학들이 내신등급 1등급부터 4등급까지를 만점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을 내놓자 교육부는 재정지원중단을 들며 강력한 대응을 하고 있다. 이제 와서 내신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수능 체제로 간다는 것은 도시는 물론, 농촌의 학생들과 학부모를 우롱하는 처사다.

왜냐하면 내신등급을 잘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학생들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제 와서 수능 체제로 돌입한다는 것은 시간상으로도 맞지 않고 학생들과 지도하는 선생님, 학부모에게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그뿐만 아니라 수능위주의 교육을 하다 보면 학교운영이 파행적으로 운영될 건 뻔한 이치다. 사람이 평생을 살아가는데 오로지 수능점수로 평가를 받아 사회에 진출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모순이다. 내신의 비중을 높인다는 발표에도 지금 일선 학교에서는 인성이나 도덕, 윤리, 예절교육 등 세상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생활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데, 수능위주의 입시제도로 바뀐다면 오로지 수학, 영어 등 점수 위주의 체제로 운영돼 학교에서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공부한 학생들이 이 다음에 어른이 되어서 좋은 대학에 갔다고 치더라도 반드시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그러므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학생들에게 평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신이 우수한 학생들은 어디를 가나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낼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소유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농어촌이나 실업계 학교 학생들이 내신으로 똑같은 대학을 들어갔을 때 수능으로 들어온 학생보다 처음부터 성적이 좋을 수는 없겠지만 얼마든지 따라갈 수 있는 훌륭한 인재들이다.

모름지기 제도란 어느 날 갑자기 바뀌고 시행되는 것이 아니거늘, 어찌 이리 가볍고 쉽게 고치려 하는지 모르겠다. 무엇이든 신중하고 오랜 시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계획하여 실천할 수 있는 일관된 정책을 펼쳐 나가고, 각 대학들은 그 제도에 맞게 학생들을 뽑아 훌륭한 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안 그래도 입시 지옥에 허덕이며 오로지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학교와 학원에서 푸른 청춘을 묻고 사는 학생들에게 날벼락을 때리는 이기심은 버려야 한다.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절대적으로 인성과 생활예절 교육이 필요하다. 물론 가정과 학교가 함께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지식만 가지고는 국가와 사회가 평화롭게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공부만을 강요하는 현실에서는 학교 폭력이 난무하고 가정이 힘없이 무너지고 갈수록 높아지는 범죄 등 점점 갈등이 심해지고 있지 않은가. 이는 학교에서 인성과 도덕, 윤리 등 기본적인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더 이상 우왕좌왕 하며 학생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 아니라 이미 발표된 바와 같이 내신의 비율을 높이고 제대로 된 면접시스템을 개발하여 국가와 사회를 이끌어나갈 훌륭한 인재 육성의 장으로 대학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바란다면 오로지 좋은 대학을 나와야 출세하고 대접받는 사회가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할 수 있고 사회에 나가 그 재능이 제대로 인정받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그래야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학창시절과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오죽하면 자녀 교육 때문에 이민을 가는 사람들이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고등학교 학생을 둔 부모로서 공부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잠도 제대로 못 자며 책과 씨름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쓰럽고 가슴이 아프다. 독서하는 시간을 늘리고 여가시간을 이용하여 자신의 끼와 능력을 개발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고 건강한 심성으로 자랄 수 있는 학교 제도가 아쉽다.

끝으로,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농어촌 학생들이 받을 상처와 참담함을 아는지 묻고 싶다. 부디 그들의 피지도 못한 꿈을 짓밟는 일은 더는 진행되지 말아야 하며, 원칙이 잘 지켜지는 입시제도로 하루빨리 학교교육이 정상화되기를 바란다.

태그:#농촌학교, #내신, #수능, #입시제도,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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