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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 2건이 표결에 붙여졌으나 모두 과반의 찬성을 얻지 못해 각각 부결처리됐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치권에서는 다시 국민연금 개혁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와 언론에서는 지난번 국민연금 개정안의 국회 부결 이후 지금 국민연금을 개혁하지 않으면 하루에 잠재부채가 800억이 발생하고 2047년에 기금이 고갈된다면서 개혁의 시급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부채'나 '고갈'과 같은 용어 사용이 오히려 국민연금 논의에 적합하지 않거나 연금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연금 개정안 부결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연금개혁을 하지 않으면 하루 잠재 부채가 800억, 연간 30조에 이른다고 말한 이후, 이같은 수치는 각종 언론 보도에서 자주 인용되고 있다.

하루 800억 잠재부채? 정부의 협소한 관점

하지만 '잠재 부채'와 같은 용어사용 자체가 연금에 대한 정부와 언론의 편협한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참여연대, YMCA, 여성단체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국민연금이 총체적인 우리나라 고령화 대책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함에도 정부가 협소한 보험수리적인 관점에 갇혀 있다고 지적한다.

즉, 하루 800억 잠재부채라는 것은 국민연금 적립금의 수지 차원의 이야기일 뿐 우리나라 전체적인 공공연금 지출 규모는 그렇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어차피 고령화의 심화에 따라 다양한 재원으로 연금재정을 보완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잠재부채'라는 개념의 현실적 의미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 우리나라 공공연금 지출액은 현 제도상으로도 2050년에 가서야 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평균 수준(GDP 대비 7%)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이같은 정부의 보험수리적 관점에서는 정부 개혁안 역시 크게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안대로 연금 기여율을 12.9%로 높이고 급여율을 50%로 낮춘다고 해도 이른바 '잠재부채'는 하루에 650억에 달한다.

문제 본질은 전체 공공연금 지출 규모지 '고갈' 여부 아냐

▲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 오마이뉴스 이종호
국민연금과 관련된 정부의 발표나 언론의 보도에서 자주 등장하는 '고갈'이라는 용어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역시 편협한 보험수리적 관점으로 사용되는 용어일 뿐더러 연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제도상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추정되는 2047년에도 연금 총지출 수준은 현재 주요 선진국의 평균적인 규모에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기금의 '고갈' 여부와 상관없이 그 정도면 우리나라 경제력 수준에서 충분히 감당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역시 '기금고갈'이라는 개념상에서도 정부의 개혁안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안에 의하면 기금 고갈 시점을 2065년으로 늦추는 것으로 현 제도와 비교하여 20년이 채 안 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같은 사실에 기초할 때 '고갈을 막기 위해 개혁해야 한다'는 논리에는 모순이 있는 셈이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에서 "문제의 핵심이 기금 고갈에 있지 않다"면서, "노인부양에 소요되는 재원의 총량을 사회 전체가 부담 가능한 수준으로 통제하는 것이 연금개혁의 본질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원석 처장은 이 글에서 국민연금 개혁논의는 "연금이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김보영 기자는 영국 요크대학에서 사회복지 박사 학위를 밟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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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학교 지역및복지행정학과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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