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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이민 오는 사람들이 현지적응 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괴로움은 언어 장벽입니다. 물론 영어 실력을 검증(?) 받고 이민비자를 받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영어로 생각하고 영어로 욕이나 농담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지 않으면 가지고 있는 실력을 완전히 인정받으며 원하는 만큼의 임금을 받는 것이 용이한 일이 아닙니다.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인의 영어 실력에 따라 가게의 매출이 크게 좌우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관리 능력도 영어를 통해 표출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언어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 사람 뿐만 아니고 어느 나라 이민자에게나 공통된 애로사항이긴 하겠지만 한국인이 유독 더 영어 때문에 괴로워한다는 것이 저만 느끼고 있는 생각일 뿐인지 모르겠습니다.

언어도 언어지만, 이민자들이 살아남기 위하여 생각하는 것이 캐나다에서 벌어먹을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하거나 아니면 한국에서 이미 가지고 있는 기술에 대한 캐나다 자격증을 획득하려는 것입니다. 자격증을 얻으려고 혈안이 되는 것은 자격증을 가지고 있을 때와 그렇지 못할 때의 임금 수준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정비의 경우, 기술도 있고 자격증도 있으면 시급 25불 이상 받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시급 25불이면 일주일 40시간 근무로 치면 한 달에 4400불입니다. 그 정도면 물가와 세금 비싼 밴쿠버에서 그런대로 먹고살만 합니다. 하지만 자격증이 없으면 10불대의 시급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것만으로는 집세 내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자동차 정비 분야의 자격증을 얻기 위해서는 고시를(?) 통과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시험을 아무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비공으로 일한 경력을 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캐나다의 젊은이들이 이 경력을 인정 받는 과정으로 견습생활을 합니다. 이것은 4년간의 견습공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이론상 4년인데 정부가 정한 시간을 채우는 데는 통상 5년 이상의 시간을 잡아먹는 것이 평균입니다.

견습공의 초임은 자격증 있는 certified technician (통상 journey man이라고 부릅니다)의 50%입니다. Journey man의 초임이 25불 선이니 apprentice의 초임은 13불 선이 됩니다. 하지만 업주의 입장에서는 이 13불도 많다고 생각이 되어 apprentice 계약을 맺기 전에 최대한 오래 8불이나 9불로 부려먹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 현실 때문에 journey person으로의 길은 멀기만 한 것입니다. 영어만 쓰고 산 놈들이 영어로 시험을 보는 데도 시험이 쉽지 않은지 2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자격시험에 낙방하여 자격증 없이 일하고 있는 mechanic(정비공)을 몇 번 본 일이 있습니다.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고, 한국에서의 경력도 있고, 먹여 살릴 가족도 있고, 시급 20불 이상이 필요한 이민자들이 6년이 걸릴 apprenticeship을 시작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이리저리 알아본 끝에 정부에 자격증 시험을 challenge할 수 있는 길이 있는 걸 알았습니다.

뭐 특별한 길이 아니고 apprenticeship을 마친 정비공들이 정부에 자격증 시험을 apply하는 것과 동일한 process(과정)입니다. 저는 한국군에서 정비병 3년 한 경력과 현대자동차에서 신차 시험하고 개발한 경력을 제출하여 시험 볼 수 있게 해달라고 challenge했습니다. 혹시나 했는데 기적과 같이 시험 보라는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게 2003년 BCIT학교 다니면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리고 12월에 시험을 보아 pass했습니다. 시험공부? 골방에 틀어박혀 거의 돌아버릴 정도로 공부했습니다.

시험 공부하는 동안의 기분은 얼마나 암담했는지 모릅니다. 엔진, auto transmission, manual transmission, suspension, brake, 전기, heat & air con, 엔진 performance 등 자동차 정비 8개 분야와 캐나다 법규와 안전 수칙 등에 대한 공부를 모두 해야 합니다. 책 수십 권을 쌓아놓고 촉박한 시간에 쫓기며 공부한 생각을 하면 아직도 아뜩해집니다.

아래 그림이 제가 공부했던 책들입니다. 천 쪽이 넘는 책이 여러 권 있습니다. 이 책들을 최소한 두 번 정도 읽었습니다. 그런 일을 해낼 수 있었다는 것이 스스로 믿기지 않는 일입니다. 도저히 불가능했던 일. 주님의 일으켜 업어주심 덕분에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 캐나다 자동차 정비 자격증 시험에 대비하여 공부한 정비 관련 서적들
ⓒ 김재영
만약 시험에 낙방을 한다면? 한 번에 붙어야지 한 번 떨어지면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지는 시험에 pass한다고 보장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만약에 그런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면 자격증 취득에 대한 꿈은 완전히 허공으로 사라집니다. 그런 소름 끼치는 배수진을 치고 공부를 하면서 생각한대로 진도가 나가지 않고 공부가 더디게 되면 얼마나 안절부절 이고 아득한 절망감에 빠지게 되는지 모릅니다.

시험 한 달을 남겨놓고는 모든 일을 전폐한 채 2층 구석방에 틀어박혀 책만 팠습니다. 이슬 맺혀 밖이 잘 보이지 않는 뿌연 유리창을 바라보며 이것이야 말로 스스로 만든 철창 없는 감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험 하루를 남겨두고는 더도 말고 이틀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구나 마지막 며칠 동안은 캐나다 와서 한번도 걸린 적이 없는 독감이 들어와 마지막 정리에 pitch를 올리는데 사실상 실패한 셈입니다. 그러고 시험을 보았습니다.

영어로 치르는 시험. 3시간 동안 Pitt Meadows의 조그만 도서관 구석방에서 치렀던 시험. 시험결과 발표는 2주 후에 mail로 송부가 된다고 했습니다. 2주 후라고 했는데도 그 후 매일 우체통 열어보는 것이 오후의 중요한 일과가 되었습니다. 2주쯤 지난 어느 날, 우체통을 여니 British Columbia 정부의 직인이 찍힌 하얀 봉투가 하나 눈에 들어왔습니다. 직감적으로 그것이 그것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것을 손에 받아 들었지만 그걸 ‘확’ 뜯어볼 용기나 나질 않았습니다. 만약 낙방이라면 도대체 그 충격을 어찌 감당할 수 있단 말인가? 몇 걸음 내디디며 어렵사리 봉투를 뜯고 노름꾼이 화투짝 쪼개보듯 살며시 서류를 열어보았는데 순간적으로 panic 상태에 빠졌다고나 할까? 눈으로 보고는 있으되 보기를 거부하는, 순간적인 졸도 상태. Pass했다는 내용을 보면서도 기절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한 상태일까? 바로 환성을 지르지 못하고, 서류를 끝까지 훑어내려 가다가 마지막에 congratulation이라는 말을 보고서야 시험에 pass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 이내에 자격증과 증서를 소포로 보내준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도대체가 이게 믿어도 되는 이야긴지, 정말 자격증을 주겠다는 것인지 믿기지가 않아 그 길로 차를 몰고 당장 정부 office로 달려가 그 mail을 보여주었더니 축하한다는 소리를 다시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세상에 그것보다 더 기쁜 축하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던가?

BCIT에 가 instructor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시험은 pass했는데 4년 경력은 어떻게 채울래라고 하는 것입니다. 4년 경력을 캐나다에서 채워야 그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BCIT instructor조차 외국에서의 경력은 인정을 해주지 않고 캐나다 자격증을 따려면 오로지 캐나다에서의 경력만이 유효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중에 받은 자격증을 보여주었더니 입을 벌리더군요. 그런 게 가능한지 그 instructor도 저로 인해 배운 것입니다. 대부분의 instructor들이 캐나다 정비 자격증 따는 길은 오로지 apprentice를 통하는 길밖에는 없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딴 자격증은 instructor들 사이에 자연히 화젯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합격통지서를 받고 BCIT에 들려 instructor를 만나고 나오는 길에 바라보는 눈 덮인 Mt. Grouse 스키장의 아름다운 모습이 오늘은 정녕 아름답게만 보였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늘 깨지고 엎어져도 일으켜 업어주시는 주님. 주님을 찬양합니다. 비 오락가락 하는 겨울 날, BCIT campers를 빠져 나와 주차비 내지 않아도 되는 곳에 멀찌감치 세워놓은 차까지 걸어 나오는 길. 인적 드문 길에서 웃으며 질질 짜며 걷고 있는 조그만 oriental을 보면서 운전하고 가는 사람들이 ‘겨울에 미친 놈 하나 또 생겼군’ 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운전하는 동안, 차 안에서 그 동안의 답답했던 마음을 다 토해내려는 듯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내가 원 없이 펑펑 고함지르며 우는 것을 말릴 수 없었습니다. 집에 와 공부한 골방에 들어가 엎드렸습니다. 싸늘한 냉기가 도는 방, 엎드려 주님을 만났습니다. 옆으로 돌돌말이로 누워 보기도 하고 큰 대자로 누워보기도 했습니다. 골방, 스스로 만들었던 감방이 추억이 어린 방이 되었습니다. 냉기도 따뜻한 온기로 느껴졌습니다.

아래 그림은 제가 딴 캐나다 정비 자격증입니다. 그림의 오른쪽 상단에 보이는 빨간 별 모양의 mark는 red seal입니다. 캐나다 어느 주에 가거나 certified technician으로 인정을 해준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Alberta주의 Calgary로 이사를 가 그곳 정부 office에 제 자격증을 보여주면 그곳에서 다시 자격증을 하나 더 발급을 해줍니다. 그림의 왼쪽 아래쪽의 빨간 것은 BC주 마크인데 그것이 Alberta 것인 것으로 하나 더 발급을 해주는 것이지요.

▲ 캐나다 정부 발행 자동차 정비 자격증
ⓒ 김재영
Vancouver에서 mechanic(정비공: technician이라고 하지만 mechanic으로 흔히 지칭됩니다)을 모집할 때는 통상 4가지 자격증을 요구합니다. 위에 본 technician자격증이 그 첫 번째고, 두 번째로는 Air Care 자격증입니다. 이것은 배기가스 검사 자격증인데 Ontario에서는 Drive Clean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고 그 나머지 지역에는 아직 도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BC에서도 Vancouver 지역에서만 행해지고 있는 제도입니다. 즉, Vancouver에서는 차에 따라 매년 혹은 2년마다 배기가스 검사를 받아야 하고 이 검사를 pass하지 못하면 차를 운행할 수 없습니다. Air Care 자격증이라는 것은 Air Care 검사에 떨어진 차들을 repair해주는 자격증을 말합니다. 그 다음 요구하는 자격증이 Commercial Vehicle 자격증이고 마지막으로 요구하는 것이 Air Con 자격증입니다. 아래 그림이 Air Care Repair Technician 자격증입니다.

▲ BC(British Columbia) 주정부 발행 배기가스 관련 repair 자격증
ⓒ 김재영
아래 그림은 Commercial Vehicle Inspector 자격증입니다. Air Care 자격증 보다 사실은 사업하는 사람들에게는 이게 정말 돈 되는 자격증입니다. 자격증이라기보다 사업등록증이라고 하는 편이 더 격에 맞을 듯.

▲ Commercial Vehicle Inspector 자격증
ⓒ 김재영
아래 그림이 Air Con 자격증입니다. 지구 온난화와 오존층을 파괴하는 air con 냉매를 다룰 수 있다는 자격증입니다.

▲ 자동차용 에어컨 냉매 취급 자격증
ⓒ 김재영
Air Care 자격증과 Commercial Vehicle Inspector 자격증은 Technician 자격증을 먼저 가진 후에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들입니다. Red seal을(연방 technician 자격증) 2003년 말에 취득했고, 2004년 들어 나머지들을 연거푸 취득했습니다. 제가 자격증을 하나하나 딸 때마다 아내는 저보다 더 기뻐했습니다.

정말 대단하다는 기분 좋은 소리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녀석은 “그래? 당연한 거 아냐?” 라며 시큰둥했습니다. 아빠 같은 실력자가 그 정도 하는 것은 뭐 당연한 것 아니냐 라는 아들의 아버지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의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참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그 놈은 제가 좋지 않은 머리가지고 공부하느라고 얼마나 천신만고 했는지,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어떤 심정으로 보냈는지 알지 못할 것입니다.

이민자들의 절규, 모국 경력과 자격증 인정 요청

모국에서의 경력을 인정해달라는 것이 캐나다 이민 사회가 목청을 높이고 있는 요구사항입니다. 하지만 이민자들의 그런 아우성은 공염불이고 결실 없을 헛된 노력일 것이라는 게 솔직한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한국에서 manager하던 사람이 캐나다로 수평이동 한 경우를 가정해보지요. Engineer나 manager level에서는 업무에 대한 know-how나 경력이나 경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communication skill이고 능력입니다.

Manager로서 거침없는 영어로 팀을 이끌기 위해서는 북미에서 대학을 마친 사람 이상의 communication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캐나다 문화가 몸에 완전히 배인 상태에서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캐나다 사고방식으로 생각하며 유창한 영어로 사람들과 어울리고 통솔하고 업무협조하고, 회의하고 권모술수를 부릴 때는 부리고 하는 등 포괄적인 업무 능력 없이 manager 업무를 진행할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그런 communication 능력이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이 가진 업무적 능력이나 know-how도 정상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manager면 격에 맞게 캐나다에서의 human network도 구축하고 있어 다른 사람이 풀 수 없는 문제를 그 모든 network를 동원하여 solution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캐나다인 입장에서는 그런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의 나라(?) 경력을 그냥 인정하고 사람을 쓸 수는 없는 일입니다. 만약 그런 능력이 있다면 어린 아이 어리광부리듯 모국 경력 인정해달라고 아우성칠 필요도 없이 자기 길을 스스로 개척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 캐나다 사람들의 시각일 것입니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노가다 일입니다. 손재주로 하는 일입니다. 고장 난 차를 고쳐주면 되는 일입니다. 말이 별로 필요치 않습니다. 그래도 shop의 주인이나 딜러의 manager들이 하는 말이 다 좋은데 communication이 최고의 challenge라고 이야기합니다. 아예 한국말을 자기에게 가르쳐달라고 농담 삼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제가 나이 들어 캐나다 와서 노가다 일로 선회를 한 것은 바로 이런 문제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좌우지간 영어가 제대로 되지 않아도 몸으로 하는 일이니 그나마 버틸 수 있는 것입니다. 노가다 일도 communication 이야기가 화두가 되는데 white color가 캐나다로 수평 이동하는 것은 정말 보통 일이 아닙니다. 아우성으로 될 일이 아닙니다.

준비 없이 landing하여 기약 없이 아우성치는 group에 합류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자기의 위치를 세워갈 수 있도록 잘 준비해오는 것이 현명한 이민 plan입니다.

Commit to the LORD whatever you do, and your plans will succeed. (Proverbs 16:3) 너의 행사를 주님께 맡기라 그리하면 너의 경영하는 것이 이루리라 (잠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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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현대자동차 연구소 엔지니어로, 캐나다에서 GM 그랜드 마스터 테크니션으로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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