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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Recall)제도는 제품의 결함으로 소비자의 신체 또는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성이 있을 경우 제품을 제작 또는 판매한 자 등이 제품의 결함 사실을 소비자에게 통보하고 관련제품을 신속히 회수 수리 교환 또는 환불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제도다.

일련의 활동을 통해 제품의 결함으로 인한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제품의 신뢰도를 높이는 소비자 보호 제도지만 국내 기업들은 제품의 하자를 알려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활동보다는 문제점 은폐에만 급급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일류 기업을 지향한다는 삼성전자가 자사 신형휴대폰의 하자에 대해 업그레이드라는 이름으로 제품하자를 은폐하려다 망신을 당한 사건은 얼마나 국내 기업들이 리콜에 소극적인지 알려주는 단면이다.

리콜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 리콜도 1992년 본격 시행됐지만 기업과 소비자 양쪽 모두 성숙되지 못한 인식으로 자동차 리콜이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소비자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하고 판매도 수만 대에 이른 뒤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실시되는 정부의 강제리콜이 자발적 리콜보다 훨씬 많았고 자발적 리콜 중에는 제품 생산이 단종될 시점까지 제품결함을 감추고 있다 자동차가 폐차할 시점에 이르러 리콜을 실시하는 생색내기도 있다.

최근 3년간의 국내 자동차 시장의 리콜 현황을 분석하고 올바른 리콜 문화 확산을 위한 내용을 소개한다...<필자 주>


승용차 1천만대 시대

지난 5월 건교부는 국내 승용자동차 등록대수가 드디어 1천만대를 넘어섰다며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1903년 고종황제가 국내에 최초로 자동차를 도입한 이후 꼭 100년만의 쾌거라며 서구와 비교해 근대화가 늦었던 국내 산업화의 척도라는 자축하는 분위기의 내용이었다.

지난 5월 5일 건설교통부가 집계한 자동차 등록현황에 따르면 4월말 현재 승용차 등록대수는 1001만5790대로 자동차 등록현황 집계이후 처음으로 1천만대를 넘어섰다. 국민 4.8명당 승용차를 1대꼴로 보유한 셈으로 한 가족에 한대의 개념을 넘어서 이제는 필요한 경우 몇 대의 차를 굴려도 신기해하지 않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언론들은 다투어 승용차 1천만대까지의 과정을 소개하고 산업화를 이뤄낸 국민의 저력을 칭찬하고 이제는 승용차 1천만대에 맞는 교통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승용 자동차가 1천만대가 보급된 데는 국민들의 소득증가뿐만 아니라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의 활발한 기술개발과 경쟁이 커다란 몫을 해냈다.

하지만 이러한 자동차 메이커들의 공도 공이겠지만 품질이 현격히 떨어지는 제품을 참고 사용해준 국민들의 애국심이 더욱 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천만대가 넘는 승용차가 보급됐지만 외제 승용차는 10만대도 되지 않는 9만 여대에 머물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애국심을 바탕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은 급속히 성장했고 그간 자동차 기술도 많이 축적되면서 이제는 외산 자동차와 경쟁 할 수 있는 수준까지 품질이나 기술도 발달했다. 순전히 자동차 메이커만의 공이 아닌 국민들이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제품을 써준 데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자동차 회사들이지만 서비스는 그리 좋지 않다는 게 소비자들의 입장이다. 꾸준히 제기되는 자동차 결함에 대한 불만이나 사고는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의 단골 메뉴가 됐고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활성화 되면서 안티사이트에 소비자들이 연대해 자동차의 결함을 알리며 자동차사를 압박하고 있는 모습만 보더라도 사후관리가 얼마나 엉망인지 알 수 있다.

▲ 92년 자동차 리콜제도가 시행됐지만 10년이 넘은 지금까지 제조사들의 적극적 리콜보다는 정부의 강제리콜이 더욱 많이 시행되고 있다.
최근 3년간 리콜 대상 차량 ▲현대자동차=트라제XG, 소나타, 그랜져XG, 그레이스초장축, 아토스, 산타페, 스타렉스, 테라칸, 포터, 겔로퍼, 라비타, 비스토, 에쿠스, 티뷰론 ▲기아자동차=카니발, 리오, 세피아, 라이노, 카렌스, 옵티마, 스포티지, 프런티어, 프레지오 ▲GM대우=라세티, 라노스, 레조, 칼로스, 누비라, 마티즈 ▲르노삼성=SM5

판매비율과 비례하는 리콜

국내 자동차 시장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가 양분하다시피하고 있고 쌍용자동차와 GM대우, 르노 삼성이 뒤를 쫓고 있는 상황이다.

마케팅과 신차개발속도와 다양한 라인업 구성 등의 우위가 현대와 기아가 양강 체제를 이룰 수 있는 주요 무기로 자리 잡았고 쌍용, GM대우, 르노삼성이 피말리는 3위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자동차 제작결함으로 인한 리콜 현황은 어떠할까. 언뜻 생각하면 고객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현대와 기아는 리콜과 거리가 멀고 쌍용이나 GM대우 르노삼성이 제품에 더 문제가 많지 않을까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고 있다.

어쩌면 판매가 많이 되다보니 자동차의 제작 결함이 소비자들의 눈에 더 잘 띌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하지만 국내 자동차 리콜도 자동차 판매 점유율과 마찬가지로 현대와 기아 자동차가 양분하고 있어 이들 자동차 회사들이 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까지 들게 만들고 있다.

언론에 보도되는 것과 건교부가 발표하는 국내 자동차 리콜 시행명령이나 발표숫자보다도 소비자보호원이나 리콜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교통안전공단홈페이지 게시판을 살펴보면 수많은 제작결함에 대한 성토의 글이 도배되다 시피하고 있어 자동차 제작결함으로 인한 소비자 불만은 리콜 대상차량 이외에도 수도 없이 많다는 게 소비자들의 입장인 듯하다.

2001년부터 2003년 6월까지 자동차사별 리콜현황

▲현대자동차 33회 ▲기아자동차 22회 ▲GM대우 6회 ▲쌍용 6회 ▲르노삼성 2회


결함투성이 자동차 리콜 너무 잦은 거 아냐

최근 3년간 국내에 출시된 자동차 중 가장 많은 리콜 횟수를 기록한 차종을 살펴보니 트라제 XG가 총 6회로 1위를 차지했다. 소나타 시리즈가 뒤를 잇고 있지만 소나타, 소나타Ⅱ, Ⅲ EF소나타 뉴EF소나타로 이어지면서 거의 신차나 다름없이 개발되었기에 트라제 XG와 비교하기는 무리. 기아자동차의 카니발은 5회. 동회사의 카렌스도 6회이지만 카니발과 카렌스도 카니발Ⅱ, 카렌스Ⅱ가 출시됐기 때문에 동일차라고 트라제XG와 비교하기에는 약간은 무리가 있다.

트라제XG가 2001년부터 6차례에 걸쳐 시행하고 있는 리콜 대상차량은 2001년 2건에 7만4998대, 2002년 3건에 9만855대, 2003년 1건에 4만4840대로 총 28만5691대다. 한마디로 결함투성이 차라고 오인할 만큼 횟수도 많았고 해당 대수도 매우 많은 차종. 하지만 차 가격은 2000만원대의 고가인 것이 이 트라제XG다.

기아자동차의 효자차종 카니발 시리즈도 이에 못지 않다. 카니발이 2001년 2건 리콜에 14만2129대, 2002년 1건에 2만8823대 리콜을 실시했고 카니발Ⅱ가 2003년에 10만8106대를 리콜, 총 27만9058대가 리콜 대상차량이었다.

트라제XG와 카니발시리즈 모두 외환위기 이후 국내 자동차 시장의 주축으로 떠오른 RV추량의 주력제품으로 야심차게 출시했지만 매년 리콜을 실시할 정도로 결함이 많았다.

사실 자동차의 미미한 결함이야 수만 가지의 부품이 들어가는 자동차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악의적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자사차량의 결함을 시인하는 자발적 리콜보다는 정부의 행정력이 가해지는 강제리콜의 횟수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트라제XG의 경우 2002년 3건의 리콜 조치 중 2건이 강제리콜이었고 2003년의 1건의 리콜도 강제리콜이다. 카니발Ⅱ도 이와 마찬가지로 2003년 2건의 리콜 중 1건이 강제리콜로 대상차량대수가 무려 10만331대였다. 이는 2003년 6월 2일 현재 27만4883대의 리콜 대상차량의 36%를 넘는 수치다.

10만대가 넘는 차량이 1997년부터 2000년 9월까지 팔리는 기간 동안 자동차의 결함을 감춰오다가 정부의 강제리콜 조치 명령으로 실시한 악의적인 경우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일이다.

1999년말 단종된 세피아의 경우 강제리콜은 아니지만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생산된 24만2250대에 대해 폐차시기가 다 돼가는 지난해 12월말에야 생색내기 리콜을 실시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리콜이 늘고 있다

국내 자동차사의 리콜이 매년 늘고 있다. 지난 95년 15만2007대를 기록하며 10만대를 돌파한 이후 99년11만1330대, 2000년 55만2254대, 2001년 56만6332대 등으로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전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128만1229대의 차량이 리콜되는 등 자동차 리콜이 활성화되고 있다.

자동차 리콜의 꾸준한 증가는 자동차 보급대수의 증가가 주원인이다. 수십종의 차량이 1천만대가 넘게 보급되면서 자동차 결함이 많이 지적된 것이다. 여기에 인터넷 등과 같은 불만접수를 위한 창구가 넓어지고 운전자끼리 정보공유가 많아지면서 예전에는 운전자들이 단순히 고장인줄 알고 자비를 털어 결함을 손을 보았으나 이제는 능동적으로 제작결함에 대한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와 정부의 강력한 리콜정책과 맞물리면서 자동차 제조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제작결함이 확인된 차량에 대해 리콜을 실시하고 있다. 자동차관리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정부의 사전 형식승인 대신 제작사가 관련 법규와 기준에 적합한지를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자기인증제도가 도입 PL법(제조물책임법 Product Liability) 시행으로 인해 제품결함으로 인한 문제 발생시 제품제조자가 제품에 하자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 내야하기 때문에 자동차 리콜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자동차 리콜의 증가는 각 자동차메이커들이 자신들이 생산한 차량의 결함을 인정하고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는 긍정적인 면이기에 환영할 만한 일이다. 리콜에 대해 ‘이 차는 왜 이리 결함이 많아’라고 부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도 있지만 만약 제작사가 자동차 결함을 발표하지 않고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의 불편과 위험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결과를 초래하기에 최근의 리콜 증가에 색안경을 쓸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강제리콜

리콜의 증가는 환영할 만 하지만 동일차종에 대한 잦은 리콜이나 강제리콜은 소비자들로부터 지탄은 물론 어떠한 형식으로든 불이익을 받아야할 것이다. 제품의 결함을 은폐하려다 정부의 강제리콜명령으로 울며 겨자 먹기로 리콜을 시행하는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안전과 불편을 외면한 처사이기 때문이다.

또한 앞에서 지적한 것과 같이 트라제XG나 카니발 등과 같이 여러 차례 리콜이 시행된 차량도 자발적 리콜이라 할지라도 동일하게 처벌이나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 여러 차례 리콜이 시행됐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그만큼 차량에 대한 불만이 고조됐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사용 중 불편함은 둘째 치더라도 바쁜 시간을 쪼개서 수리를 받으러 여러 차례 정비공장을 들려야 하는 수고까지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2002년 국내자동차 리콜대상차량은 128만1229대이고 이중 강제리콜은 13만7872대로 10.8%에 달한다. 언뜻 보기에는 강제리콜 비율이 적은 것 같지만 몇 년간 50만대에 불과했던 전체리콜이 2002년도에는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128만대에 이른 것을 감안한다면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올해는 더욱 심각해 지난 6월 3일 발표한 리콜통계에 따르면 16차종 8건으로 리콜 지적건수는 적지만 전체 27만4883대 리콜 중 14만8331대가 정부에 의한 강제리콜이어서 강제리콜 비율이 54%에 이르고 있다.

이에 대해 언론들은 거꾸로 가는 리콜제도라고 자동차회사들을 비꼬는 등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은 지난 6월을 생각하기도 싫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다. 아직도 리콜문화가 정착되기에는 멀었다는 이야기가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에필로그

국내자동차 메이커들의 단체인 자동차공업협회는 TV와 라디오 등의 매체 광고를 통해 ‘리콜은 고객사랑의 러브콜’이라는 카피로 연일 리콜은 나쁜 게 아니라 좋은 차를 더 좋게 만드는 일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자동차사의 부도덕한 모습은 이러한 광고를 무색케 하고 있다.

자동차 리콜은 계속되어야 한다. 인터넷 등의 매체 발달로 ‘소비자가 왕’이라는 말이 이제는 실제 힘으로 나타나고 있는 시대다. 어설픈 결함 은폐로 소비자들이 외면해버리는 제작사로 전락하기 전에 적극적인 리콜로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해야 하겠다.

무엇보다 리콜을 통한 차의 완성도를 높여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출고 전부터 철저한 테스트와 준비로 차량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작업이 제작사들에게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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